현영희 부산광역시 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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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년 경남 밀양 ▲71년 부산교대 졸업, 01년 중앙대 교육대학원 박사과정 ▲71∼77년 초등학교 교사 ▲84년 강림유치원 설립 ▲96년 부산여대 겸임교수 ▲96년 한나라당 동래지구당 부위원장 ▲98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부회장 ▲2002년 부산광역시의회 의원(보사환경위)▶

2선의원 누르고 당선한 신예

만반의 준비로 '때'를 기다려

정치인은 바닥 민심 읽어야

내년 총선을 넉 달 앞둔 부산광역시 동래구는 지금 '전쟁터'다. 현역 지역구 의원인 박관용 국회의장의 불출마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동래구 출마를 위해 10여명의 예비 후보들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말 그대로 '춘추전국', '백가쟁명'이다.

내로라 하는 남성 후보생들이 저마다 동래의 '적자'임을 자처하며 얼굴 드러내기에 바쁜 틈새에서 도리어 자신을 낮추기에 바쁜(?) 한 명의 여성 정치인이 주변의 눈길을 끌고 있다. 현영희(52) 부산광역시의회 의원이 주인공이다.

“정치란 게 자기가 나선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은 시의원으로서 할 일도 많고, 또 이 일에 열중하는 게 제 본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 의원은 보수적 색채의 동래구에서 뽑힌 최초의 여성 시의원.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지역구(동래) 주민은 물론, 당 안팎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한 이다. 20년 넘게 유치원을 경영하면서 검증받은 믿음과 능력 덕이었다.

“처음 하는 선거여서 미숙한 점이 많았지만, 여성의 참신함과 깨끗한 이미지가 도움을 준 것 같아요. 20년 전 유치원 제자들이 유권자가 돼 표를 많이 줬겠죠(웃음).”

2선 의원을 '더블스코어'로 이기고 당선할 정도로 든든한 지지세가 있다면 웬만한 이라면 드러내놓고 총선 '욕심'을 내볼 만한 일. 당 중앙과 여성 국회의원들이 현 의원의 동래구 출마를 적극 권유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주변의 고마운 권유가 있긴 하지만, 제가 과연 자격이 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섣불리 나섰다간 후배들을 위해 큰 결단을 내린 박 의장께도 누를 끼칠 수 있을테구요.”

이미 10명이 넘는 경쟁자들이 출사표를 낸 마당에 더 머뭇거려서 좋을 게 없다는 주변의 충고가 빗발쳐도 현 의원은 '때를 기다리겠다'며 웃고 많다. 자칫 단수 높은 정치인들의 말로 들리기 십상인 답을 하는 이유는 뭘까.

“비록 1년반밖에 정치를 해보지 못했지만, 정치는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능력과 비전이 중요하죠. 그리고 운도 좀 따르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주민들의 뜻이 중요한 것 아닌가요.”

보사환경위원회 소속인 현 의원이 지역구의 심각한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푸는 데에 전력을 쏟는 것도 주민들의 뜻 때문이다.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고 있는 탓이다. 현 의원은 '식생활개선연구회'를 만들어 이 문제를 푸는 데 당분간 집중할 생각이다.

“택시한번 타 보세요. 경제는 불안하고, 정치는 믿음을 잃어 서민들이 기댈 곳이 아우성입니다. 현명한 리더가 절실합니다.”

중앙정치를 어떻게 보냐는 물음에 현 의원은 바닥 민심얘기를 꺼냈다. 참여정부가 잘 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부산 시민들은 혼란스러워 한단다. 지지도가 높은 한나라당에도 참신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바람이 간절하단다.

“여성다움이 활약할 기회라고 봅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깨끗함, 투명성이 정치에 반영돼야 하죠. 남성위주 정치가 만든 혼란을 여성들이 당당하게 풀어야 할 때가 온 거죠.”

정치권이 앞다퉈 여성의 진출을 늘리는 정치개혁안을 내놓는 것도 그의 지적과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개혁안 처리는 지지부진하고, 정치권은 다시 당리당략에 매달리고 있는 눈치. “정치인은 거짓말 하면 안된다”는 그의 일침이다. 현 의원이 생각하는 정치, 정치인은 뭔가 물었다.

“국민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지혜와 용기를 주고,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그 일을 하는 정치인은 약속을 지켜야 하고, 주민의 뜻대로 움직여야죠.”

국민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우리 국민은 너무 남 탓만 한다고 말씀하셨죠. 개인주의, 지역 이기주의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선거 때도 그저 바라는 분위기가 있구요. 물론, 이걸 풀 몫은 정치와 정책이죠.”

지난해 일본에 갔을 때 현 의원이 눈여겨본 것은 벚꽃행사를 마련한 어느 구청의 준비자세였다. 나무 아래 일일이 돗자리를 깔아놓고, 사람들이 한 줄로 갈 수 있게 줄을 치고, 나들목을 따로 만들어 복잡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는 것. 그가 생각하는 '정치와 정책의 역할'이다. '감은 잘 익었을 때 따야 감맛이 난다'는 현 의원이지만, 그가 총선 출마를 결심해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같은 당 출신으로 이미 10명 가까이 공천신청을 한 탓에 경선을 치러야 하고, 다른 당 경쟁자도 많다. 막강한 '동래고' 인맥도 만만찮은 변수다.

“경선 때 남자들은 엉뚱한 짓을 많이 하죠(웃음). 당이 이런 걸 막고, 가산점 같은 차별을 없애는 장치를 갖춰 당당하게 하면 나도 자신 있습니다. 주어진 여건이라면 최선을 다해야죠.”

현 의원은 젊은 시절 꿈은 평범했다. 좋은 엄마와 내조 잘하는 아내, 그리고 교육 열심히 하는 유치원 원장이었다.

“저는 허황된 꿈을 꾸지 않아요. 목표를 하나 달성하면 다음 목표가 서고, 그걸 이루는 식이었죠. 국회의원 꿈이요? 고민 중입니다.”

장고 뒤 그의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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