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성폭력상담소 특별법 10돌 맞이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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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고소하겠다” 66%

수치심에 실제 고소율 낮아

피해 요인 “여성 탓” 71%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지난 2일 부산시 여성센터 대회의실에서 성폭력특별법 제정 10주년 기념세미나를 열었다. 성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뒤 10여년이 흐른 지금 성폭력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의식 및 실태를 파악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성폭력 인식의 정도를 파악하자는 취지였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이날 세미나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내용을 간추린다.

▲성폭력 개념=성폭력의 개념에 대해 성을 매개로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이라는 응답이 50.4%, 또한 사이버상의 성폭력에 대해서도 22.5%가 응답했다. 성폭력의 원인에 대해선 성상품화와 왜곡된 성문화를 이유로 꼽았고, 올바른 성문화 및 성가치관 확립과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법적 처벌을 대책으로 응답했다.

현재 학교에서는 10시간 의무교육, 직장 내에서는 성희롱예방교육이 실시되고 있으나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볼 때 실질적인 교육의 필요성과 함께 일반인을 대상으로 확대된 성인 성교육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성폭력을 둘러싼 편견=성폭력에 대해 나와는 상관 있는 것이다란 답이 54.6%, 성폭력은 폭력배에 의해 대개 낯선 곳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는 답이 71.4%, 여자가 끝까지 저항하면 강간은 불가능하다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가 71.6%로 성폭력에 대한 편견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성폭력의 원인에 대해선 여자들의 야한 옷차림이 71%와 남성의 성충동이 57%로 나타나 여전히 성폭력에 대한 편견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성폭력을 둘러싼 편견을 부정하는 응답을 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성폭력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성폭력을 나와 먼 일이 아니라 나와 관계 있는 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은 성폭력이 도처에서 발생하는 탓뿐 아니라 피해자들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용기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성폭력은 나와는 별개가 아닌 우리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성폭력 근절에 큰 힘을 부여할 수 있다고 본다.

▲법적 절차=성폭력특별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가 55.3%, 성폭력 피해 후 고소하겠다가 66%로 법에 대한 인식정도나 처벌의지는 높았으나 성폭력 피해 후 자살하겠다가 1%로 나타나 성폭력 피해에 대해 아직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피해 후 고소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성폭력에 대한 수치감, 알려질까 두려워서가 36.4%, 45.4%로 높게 나타났으며 법적 절차의 문제점에 있서 사법부의 성폭력에 대한 의식부족이 33%였으며 법효력을 다하기 위해서는 비밀 엄수와 형량강화, 사법부의 확고한 의지의 순으로 나타났다.

▲과거 여론조사의 시사점=1994년 연세대 총여학생회가 여학생 1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폭행 실태 및 남녀 평등의식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당시 여학생들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의 근본 원인에 대해 물은 결과, 56%가 `가부장적인 사회구조' 때문이라고 답해 가장 많았고, 올바르지 못한 성교육 23%, 퇴폐·향락적인 성문화 12%, 남성의 본능 9% 등의 순으로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선 '자본주의적 성상품화와 향락적이고 퇴폐적인 왜곡된 성문화' 40.1%, '가부장적인 남성중심의 사회와 이중적 성윤리' 25.8%라고 답변했으며, 25.4%가 올바른 성교육의 부재, 8.5%가 몸가짐을 잘하지 못한 여성들이 문제라고 답변했다. 십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이전에는 가부장적 사회구조의 문제를 가장 크게 보았으나 지금은 성문화의 문제를 가장 크게 보고 있으며, 그 외 성폭력의 원인에 대해서는 유사한 답변을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성폭력특별법 제정 10년이 지난 지금도 '성폭력은 여전히 여성의 잘못이거나 책임이다'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문제 자체는 인식하면서도 여전히 책임과 원인은 개개인의 책임으로 남기고 있다. 성폭력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요구되고 개개인의 건전한 성의식과 함께 법적,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부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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