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왜 나는 아이들을 칭찬하는 것에 인색했었나?” 자문해 본다. ⓒpixabay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왜 나는 아이들을 칭찬하는 것에 인색했었나?” 자문해 본다. ⓒpixabay

학부모들과 학생들을 만나 상담을 하다보면 한인 부모들이 칭찬에 인색해 부모자녀간의 불만 요인으로 떠오른다. 나 역시 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 대학생 딸과 한국식 교육에 대한 토론을 하는 가운데 가장 자주 거론되는 주제가 ‘칭찬'이다. 얼마나 칭찬에 한이 맺혔으면 말할 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엄마는 왜 그리 칭찬에 인색했느냐?”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내 가슴도 먹먹해진다.

다른 친구들은 자기보다 못한 점수를 가지고 가도 부모에게 격렬한 칭찬을 듣는데, ‘왜 우리 엄마는 칭찬은 커녕 ‘계속 잘 하세요.’라는 말만 할까? 서운한 마음을 너머 ‘우리 엄마 친엄마 맞아?’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는 말에 나 또한 충격이었다. 사실 나는 아이들이 만점짜리 성적표를 들고 왔을 때,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말로 칭찬을 기대했던 아이들에게 상처만 주고 말았던 무심한 엄마였다. 

나 역시 학교나 집에서 칭찬을 듣지 못하며 어른이 됐다. 성적이 향상되거나 전국대회에서 트로피를 탔을 때,  대학과 대학원에서 우수장학생으로 선발됐을 때에도 ‘인상적인 칭찬’을 들었던 기억이 없다. 그저 말없이 미소만 띨 정도였다. 나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 한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것은 나의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므로 굳이 칭찬이 없어도 상관없다. 그러나 ‘애썼다’, ‘잘 했다’라는 한마디의 응원의 말을 들었더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혹은 적극적인 칭찬을 받았더라면 지금 보다 더 높은 성취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컸었다. 그래서 내가 이 다음에 아이를 낳으면 칭찬을 많이 해주겠다고 결심했었는데, 나 역시 내 아이들에게 내가 느꼈던 칭찬에 대한 아쉬움과 아픔을 안겨주고 말았다.   

딸에게서 배우는 칭찬법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칭찬은 더 잘 하려는 마음을 갖게 한다'는 말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왜 나는 아이들을 칭찬하는 것에 인색했었나?” 자문해 본다.

첫째, 칭찬하게 되면 자만하게 될지도 모를까봐 하는 불안때문이었던 것 같다. 둘째, 기대수준이 높아 웬만하지 않으면 칭찬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셋째, 나 스스로가 칭찬을 받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칭찬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내게서 알파벳을 배우고 학교에 들어간 내 딸이 지금은 고질적인 나의 한국식 영작문을 고쳐주곤 한다. 내가 채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다. 빨간 펜이 아닌 파란 펜으로 최적의 단어와 표현방식을 고쳐준 뒤에 나를 응원하고 칭찬하는 메시지를 잊지 않고 달아준다. 빨간 펜은 용기를 저하시키는 부정적인 색인 것 같아 파란 펜을 택했고, 엄마가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고마워 응원의 메시지를 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새 원어민 냄새가 물씬 나네요? 엄마 화이팅!’, ‘몇개만 정신 차리면 완벽해요!’ ‘와우! 고칠 게 없네요!’ 등과 같은 메시지는 내가 기죽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받게 한다.

결과보다 과정을 공감해 주는 칭찬

딸로부터 돌려받을 내 작문노트에 어떤 메시지가 달려올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에 부푼다. 칭찬 덕에 더 잘 하고 싶은 욕구도 생긴다. 이렇게 설레고 잘 하려는 마음을 용솟음치게 하는 칭찬을 나는 왜 우리 아이들에게 인색했는지 지나간 시간이 너무 안타깝다. 이 나이에도 칭찬받고 싶은데  그동안 얼마나 서운했을지 생각하면 죄책감마저 든다. 내가 충분한 칭찬으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위치에 놓이지 않았을까? 내가 칭찬에 인색했다고 내 부모님에 대해 가졌던 아쉬움을 내 아이들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부끄럽다. 그렇지만 아직 대학생이니 늦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지금부터라도 지난 날의 아쉬움과 상처를 씻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요즈음은 기분 좋고 행복감을 선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칭찬거리를 찾아 “와우! 독학으로 기타연주를 이렇게까지 멋지게 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라는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  ‘결과보다 힘들었을 과정에 공감해 주는 칭찬’을 통해 자존감 뿜뿜 살리는 엄마로 다시 태어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잘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던 나의 지난 날을 돌아보면 헛점 투성이인 것 같아 아이들에게 미안함 뿐이다. 그래도 나의 영작문 수정작업을 통해 딸로부터 ‘칭찬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 고맙고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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