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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영화 <싱글즈>▶

싱 글 즈 우리를 힘나게 하는 영화

색즉시공 우리를 열받게 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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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영화 <색즉시공>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는 총 64편. 이중 여성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 영화는 얼마나 될까? 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영화제작에 참여했을까?

여성문화예술기획(대표 이혜경)은 지난 5일 '여성관객영화상'시상식을 가졌다. 이 행사는 평론가나 제작자가 아니라 '여성관객'의 손으로 최고, 최악의 영화를 가리는 자리다. 영화감독 변영주의 사회로 진행된 시상식은 시종일관 즐거운 수다로 가득했다.

준비위원장 최보은(월간 프리미어 편집장)씨는 시상식에 앞서 “올해 개봉한 영화들 중에 '최고다!'라고 할 만한 작품은 사실 없었다. 그렇지만 여성의 열망을 반영하는 신선한 캐릭터들이 등장했고 현실 가족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들이 나오기도 했다. 오히려 최악의 영화를 선정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다. 거의 대부분의 영화가 '최악'의 범주에 속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스물아홉 살 여자들의 쿨한 이야기

여성관객이 뽑은 올해 최고의 영화는 <싱글즈>. '작품의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는 아쉬움은 있지만, 주관이 뚜렷하고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는 여성 캐릭터의 매력'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싱글즈>의 권칠인 감독은 “기존의 '깃발 든' 모습보다는 스물아홉 살 여성들이 살아가는 얘기를 쿨하게 담아내고 싶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시나리오 작가 노혜영 씨는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다. 동미(엄정화)는 나의 판타지고 나난(장진영)은 내 모습이다. 물론 외모는 확연히 다르지만” 이라고 하면서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밖에 <바람난 가족>과 <4인용 식탁>이 전통적 가족제도를 재고하게 했다는 점에서, <스캔들>과 <질투는 나의 힘>은 여성의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최고의 영화 후보작으로 주목받았다.

최악의 영화로는 윤제균 감독의 <색즉시공>이 선정됐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표현했다는 비판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와일드 카드> <조폭마누라 2>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도 최악의 영화 후보작으로 올랐다. 그나마 '비교적 이야기가 될 만한 영화들' 중에서 선정이 되었으므로 본 사람도 없고 할 말도 없는 작품은 아예 후보작에서 제외됐다.

최고의 여성 캐릭터는 <바람난 가족>의 호정(문소리)에게, 최고의 남성 캐릭터는 <질투는 나의 힘>의 원상(박해일)에게 돌아갔다.

이 영화상은 사실 상당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 최보은 위원장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의미가 있다. 여성 관객들이 귀찮다며 그냥 넘어가지 않고 확실하게 발언해야 더 좋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소리, <바람난 가족>으로 주목

올해로 8회를 맞는 여성관객영화제는 여성문화예술기획, 씨네21, 다음 영화 등의 홈페이지 방문자와 씨네21 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총 1,622명 여성관객들의 답변을 토대로 수상작을 선정했다.

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대표 채윤희)도 12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여성영화인축제'를 열었다. 올해의 주목할 만한 영화로 <그녀의 무게>(임순례 감독), <결혼의 소리>(오윤홍 감독)와 장편 <4인용 식탁>(이수연 감독)이 상영됐고 여성 프로듀서 포럼이 개최됐다. 프로듀서 포럼은 명필름 대표인 심재명의 사회로 김무령(<살인의 추억>), 류진옥(), 이유진(<장화, 홍련>, <스캔들>), 이진숙(<여섯 개의 시선>) 등 5명의 프로듀서가 영화 프로듀스 정보와 제작시스템에 관해 관객과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배우 봉태규의 사회로 진행된 올해의 여성영화인 수상식에서는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가 2년 연속 연기상을 수상했고 홍은원 감독(1922∼1999)이 공로상을 받았다. 홍은원 감독은 50년대 말에서 60년대까지 활동한 한국영화사상 두 번째 여성감독으로 <여판사> <홀어머니> <오해가 남긴 것> 등을 연출했으나 필름은 남아있지 않다.

이 밖에 한국 여성감독에 관한 서적 <여성감독 고찰>과 <영화 스태프 리스트> 수록 CD도 배포됐다.

최예정 기자shooo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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