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7일 ‘기술과 장애의 불안한 동행’ 행사 개최
청각장애인 김초엽 작가 “보청기 편하지만 사회적 낙인 따라와”
전동휠체어 타는 김원영 변호사 “의외로 접근성 낮고 신경쓰여”
장애 인식개선 효과는 ‘기술’보다 ‘예술’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한 ‘장애예술과 융복합: 기술과 장애의 불안한 동행’ 스틸컷. ⓒ스팍TV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한 ‘장애예술과 융복합: 기술과 장애의 불안한 동행’ 스틸컷. ⓒ스팍TV

기술이 발전하면 장애인은 혜택을 누릴까? 서울문화재단은 기술의 발전과 장애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라운드테이블 ‘장애예술과 융복합: 기술과 장애의 불안한 동행’을 7일 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서울문화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인 ‘스팍TV’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됐다.

최근 『사이보그가 되다』(사계절)를 공동 집필한 김초엽 소설가와 김원영 변호사는 ‘다양한 물리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기술의 발전이 장애인 당사자에게도 해당하는가?’라는 주제에 관해 발표했다.

지체장애가 있는 김 변호사는 휠체어를 타고, 청각장애가 있는 김 작가는 보청기를 사용한다. 이들은 기술의 도움을 받지만, 오히려 과학기술의 발전이 장애인을 더 소외시키거나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초엽 작가. ⓒ스팍TV

김 작가는 “장애인에게 기술은 복잡한 애증의 관계”라며 “보청기는 제게 도움을 주지만 삶을 극적으로 개선하진 않는다. 보청기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생각하면, 기술이 장애인에게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도 “처음 전동휠체어가 등장했을 때 많은 자유가 생기는 것 같았지만, 훨씬 더 신경써야 한다. 수동휠체어와 달리 전동휠체어는 누가 들어 옮겨주기 힘들어서 접근 유연성이 더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원영 변호사. ⓒ스팍TV

김 작가는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는 ‘기술’보다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체로 장애인은 자본이 부족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학과 기술을 장애인의 관점으로 뒤집기 어렵다. 하지만 예술의 영역은 다르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영향을 미칠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송예슬 미디어 아티스트는 이날 ‘보이지 않는 조각들’이란 작업을 소개했다. ‘왜 전시회는 시각만 주로 사용할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시각을 제외한 촉각과 후각, 청각 등을 활용해 작품을 감상하도록 했다. 관객들은 검은 천으로 가려진 곳에 손을 넣어 조각을 만지고, 주변에서 나오는 소리와 냄새를 같이 느꼈다.

송예슬 미디어 아티스트가 전시 ‘보이지 않는 조각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스팍TV

송 아티스트는 “감각의 영역을 확장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관객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흐리는 작업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감각이 아닌 여러 감각을 느낄 때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이를 창의성과 가능성으로 포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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