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곤란 쓰레기 고민하던
여성신문 기자들의 ‘제로 웨이스트’ 도전기

이세아 기자는 ‘버릴 것 없는’ 봄소풍에 도전했다. 빵 커피를 구매하는 대신 집에서 준비해 다회용기, 에코백에 담았다. ⓒ여성신문
이세아 기자는 ‘버릴 것 없는’ 봄소풍에 도전했다. 빵 커피를 구매하는 대신 집에서 준비해 다회용기, 에코백에 담았다. ⓒ여성신문

‘제로 웨이스트’ 과제를 받아들자 서울에 그림 같은 날씨가 찾아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해 답답한 봄이지만, 마스크 눌러 쓰고 다니다가도 어느새 초록으로 물든 가로수, 진한 라일락 향기에 발길이 멈췄다. 지친 마음에 봄바람이 분다. 마침 주말이었다. 소풍 가자!

소풍이라고 했지만 거창하진 않다. 자주 가는 동네 산책길에 간단한 다과만 곁들여도 소풍이다. 혼자서도 소풍이다. 앞다투어 피어난 하얗고 빨간 철쭉 구경, 지나가는 ‘댕댕이’ 구경만 해도 즐겁다. 이번엔 ‘버릴 것 없는’ 소풍을 가보자.

미리 사둔 빵을 집에서 쓰는 밀폐용기에 담았다. 간단한 샌드위치도 만들었다. 배달음식에 딸려온 플라스틱 컵은 잘 닦아 과일용기로 썼다. 일회용 포크 대신 집에서 쓰는 포크를 챙겼다. 동네 카페에 가는 대신 집에서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담았다. 안 쓰던 에코백을 꺼내 담았다. 비닐랩, 쿠킹호일, 비닐봉투는 쓰지 않았다.

이세아 기자는 ‘버릴 것 없는’ 봄소풍에 도전했다. 샌드위치, 커피를 구매하는 대신 집에서 준비해 다회용기에 담았다. ⓒ이세아 기자
이세아 기자는 ‘버릴 것 없는’ 봄소풍에 도전했다. 샌드위치, 커피를 구매하는 대신 집에서 준비해 다회용기에 담았다. ⓒ이세아 기자

솔직히 번거로웠다. 가볍게 훌훌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준비 시간은 두 배, 가방 무게는 세 배. 준비도 부족했다. 온 집을 뒤져도 손수건을 찾을 수 없어서 입술을 깨물며 일회용 물티슈를 한 장 썼다. 그래도 차곡차곡 담으니 그럴싸했다. 끼니를 때운다기보다, 조촐하지만 나만을 위한 한상차림을 받은 기분이었다. 잘 챙겨와서 설거지하니 버릴 게 거의 없었다.

다음날은 기사 마감에 바빠서 더 조촐한 소풍을 다녀왔다. 카페인은 나의 힘. 콜라에 에스프레소 샷과 얼음을 넣어 ‘커피콕’을 만들어 텀블러에 담았다. 편의점에서 군것질거리를 사는 대신, 집에 있는 과자를 챙겼다. 일회용품은 쓰지 않았다. 뿌듯했다.

최종 분리수거를 해보니 소풍으로 나온 쓰레기는 절대 적지 않았다. 식재료를 구매했더니 일회용 포장재, 덤으로 딸려온 일회용품 등이 많아서다. ⓒ이세아 기자
최종 분리수거를 해보니 소풍으로 나온 쓰레기는 절대 적지 않았다. 식재료를 구매했더니 일회용 포장재, 덤으로 딸려온 일회용품 등이 많아서다. ⓒ이세아 기자

그런데 최종 분리수거를 해보니... 아차차, 소풍으로 나온 쓰레기가 적지 않다. 샌드위치 재료인 식빵, 사과, 토마토 모두 비닐 포장 제품이다. 양상추는 1인용으로 소분해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일회용 포크와 함께 파는 제품이다. 혼자 먹다 보니 과일·야채를 한 번에 많이 사면 버리게 돼 일부러 소분 제품을 샀는데, 결국 쓰레기가 늘었다. 커피 캡슐도 재활용이 어려워서 휴지통에 버려야 했다. 과자 포장지, 원두 찌꺼기와 핸드드립 필터, 쓰고 난 물티슈까지.... ‘제로 웨이스트’가 아니라 ‘쓰레기 맥시멀리스트’다.

각자의 노력만으로 이 ‘플라스틱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제조·생산 단계에서 포장을 줄이거나 유통업계가 변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 일회용품을 고집하게 하는 ‘빨리빨리’ 문화, 효율 중시 문화도 변해야 한다. 이번 도전으로 고민이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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