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중세 영국에서 국왕이 세금을 자의적으로 매기던 것을 고쳐 의회가 세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대헌장을 제정한 것이 민주주의의 시초라 할 수 있다. 나라의 살림을 영위하기 위한 세금을 국민 스스로가 대표를 통해 결정하고 납부함으로써 국민의 책임을 다하도록 하게 한 것이다.

세금 중에서도 개인이 일하여 번 돈을 가지고 납부하는 근로소득세는 이러한 국민으로서의 책임성이 더욱 뚜렷한 세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국민이 세금을 부담하되 형평의 원칙에 따라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높은 비율의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소득세율은 누진구조를 가져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소득에 따라 최저 9퍼센트에서 최고 36퍼센트까지의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같은 소득이라도 가족이 많거나 의료비, 교육비, 주택비 등으로 지출을 많이 한 사람은 세금을 내기가 더 힘들 수 있으며 그래서 생겨난 것이 공제제도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제제도는 과세소득을 계산할 때 제외시키는 소득공제와 산출세액을 결정한 후 감해주는 세액공제의 이중구조로 되어 있다. 소득공제는 부양가족 보험료 교육비 의료비 신용카드 사용액과 기부금 등이 있으며 세액공제는 증권저축과 주택자금 이자세액 등이 있다.

소득세는 원래 연간 소득을 기준으로 매겨야 하나 1년치 세금을 한꺼번에 내도록 하면 문제가 적지 않다. 납세자의 부담도 크지만 나라에서도 1년 수입이 한꺼번에 몰아서 들어온다면 균형되게 지출하기 힘들다. 따라서 매월 세금을 걷어들이되, 일일이 정확한 계산을 하지 않고 간이세액표를 만들어 우선 징수하고 연말에 정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근로소득세는 그 체계가 복잡하고 또 이치에 맞지 않는 부분도 없지 않다. 먼저 월수입 100만원 미만의 소득자를 포함 많은 국민이 소득세를 내지 않도록 설계가 되어 있는데, 앞서 설명한 민주주의의 기초가 세금이라는 점에서 생각해봐야 할 점이다. 소액 세금 징수에 따른 비용편익 문제가 있겠지만 최소의 금액으로 납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또한 각종 공제제도가 일반인이 이를 이해하고 활용하기 어렵도록 되어 있고 그나마 때에 따라 변한다는 점이다. 유치원생의 미술학원은 공제가 되고 태권도 학원은 안 되고, 라식수술비는 작년에 안 되었지만 금년에는 의료비 공제를 받게 되었다. 정책적 배려를 위한 공제도 많다. 신용카드 사용과 증권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우리사주 조합과 투자조합을 육성하기 위해 만든 공제제도가 그것인데, 세금은 수입원으로 충실한 기능을 하도록 단순화하고 교육·복지·노동 등 다른 목적은 등 별도의 정부 정책을 통하여 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에 다른 나라의 예에 비추어 기부금 공제제도는 늘려야 한다. 교육비·의료비·보험료 등은 나와 내 가족을 위한 지출이지만 기부금은 다른 사람과 사회를 돕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법에서 정한 기관을 대상으로 한도를 달리하여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기부금 공제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 적용하여야 한다.

근로자의 월급은 흔히 유리지갑으로 비유된다. 속이 빤히 들여다보여 세금으로 정확히 징수되기 때문에 자영업자나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하고 이에 따라 불평의 소지가 큰 것이 사실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연례 행사처럼 있는 근로소득세의 공제확대보다도 사업소득이나 기업소득에 대한 세금을 철저하게 매기고 징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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