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의 신간 시집 '공항철도' 표지 ⓒ이미출판사
최영미 시인의 신간 시집 '공항철도' 표지 ⓒ이미출판사

 

눈을 감았다 / 떠 보니 / 한강이 / 거꾸로 흐른다

뒤로 가는 열차에 / 내가 탔구나 

 

- 시 ‘공항철도’ 전문

데뷔 30년차 작가 최영미 시인이 7번째 시집 『공항철도』를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그가 2019년 직접 설립한 이미출판사에서 출간하는 6번째 책이자 2년만의 신작이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그래도 봄은 온다’에서는 날씨 이야기에서 시작돼 실연의 기억으로, 역사와 시대의 아픔으로 나아가는 시가 수록돼있다. 

 

더 따뜻하고 더 푸른 세상이 왔다고 / 초록 세상을 선포한 공화국의 휴일(...)

커다란 휘장을 두르고 액자 속에 들어간 4월

한 번 싸워보지도 않은 / 4월과 5월에 찬사가 쏟아지고

아픔을 모르는 5월이 봄을 대표해 상을 받는다

 

- ‘3월’ 부분

2부에는 두 번째 서른을 맞은 최영미가 자신에게 바치는 시를 포함해 세태를 풍자한 시들이 배치돼 있다.

3부에는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시인이 바라본 문학과 예술에 대한 사색이 들어있다.

마지막 4부에는 어머니를 병간호하며 떠올린 삶과 죽음을 담담하게 담았다. 

최영미 시인은 『공항철도』 ‘시인의 말’에서 “시 속에서는 모든 게 허용되어 앞뒤가 맞지 않은 말들도 숨을 쉬고, 주소와 번지가 다른 감정들이 서로 어울리고, 나도 모르는 먼지들이 스며들어 노래가 되었다”며 “시를 버릴까, 버려야지. 버리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지만 어이하여 지금까지 붙잡고 있는지”라며 시인으로서 살아가는 고단함과 초연함을 담았다.

 

최영미 시인 ⓒ이미출판사
최영미 시인 ⓒ이미출판사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유명한 최영미 시인은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창작과 비평』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돼지들에게』로 2006년 이수문학상을 수상했다.

당시 이수문학상 심사위원이었던 유종호 교수는 “최영미 시집은 한국사회의 위선과 허위, 안일의 급소를 예리하게 찌르며 다시 한번 시대의 양심으로서 시인의 존재 이유를 구현한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최 시인은 2017년 10월 고은 시인의 성폭력을 폭로한 시 ‘괴물’ 등을 통해 문단 내 성폭력과 남성중심적 권력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확산시킨 공로로 2018년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최 시인은 고은 시인과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2019년 승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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