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챗봇인 ‘이루다’ ⓒ스캐터랩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스캐터랩

성희롱과 차별·혐오 논란을 일으킨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의 개발사 스캐터랩에 1억33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AI 기술 기업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처리를 제재한 첫 사례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8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심의·의결했다.

스캐터랩은 자사의 앱 서비스인 '텍스트앳'과 '연애의 과학'에서 수집한 카카오톡 대화를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페이스북 이용자 대상의 챗봇 서비스인 '이루다'의 AI 개발과 운영에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캐터랩은 '이루다' AI 모델 개발을 위한 알고리즘 학습 과정에서, 카카오톡 대화에 포함된 이름·휴대전화번호·주소 등 개인정보를 삭제하거나 암호화하지 않고, 약 6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의 카카오톡 대화문장 94억여 건을 이용했다.

또 '이루다'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20대 여성의 카카오톡 대화문장 약 1억건을 응답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이루다'가 이 중 한 문장을 선택해 이용자에게 응답할 수 있도록 운영했다.

스캐터랩은 '이루다' 개발·운영 과정에서 이용자의 카카오톡 대화를 이용하기 위해 '텍스트앳'과 '연애의 과학' 개인정보처리 방침에 '신규 서비스 개발'을 포함시켰다.

개보위는 이에 대해 "이용자가 로그인함으로써 '이루다'와 같은 '신규 서비스 개발' 목적의 이용에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을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이루다'는 20대 여대생을 캐릭터로 한 대화형 AI 챗봇으로 성희롱 발언, 소수자에 대한 차별 및 혐오 발언, 개인정보 침해 문제 등 논란에 휩싸여 출시 20일 만인 지난 1월 12일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루다' 서비스의 개인정보유출 피해를 주장하는 이용자들은 개발사인 스캐터랩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며, 시민사회단체들도 정부에 민원 등을 통해 처벌 및 시정을 요청했다.

개보위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서비스 탈퇴를 요구한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파기해야 하지만, 소송 등을 위해 정보를 보존할 필요가 있어 개발사가 즉시 파기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윤종인 개보위 위원장은 "기업이 특정 서비스에서 수집한 정보를 다른 서비스에 무분별하게 이용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개인정보 처리에 대해 정보주체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이번 조치의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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