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시장이 추진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취소하면 시민 세금 400억원 매몰비용 발생
“보완·발전해 완성도 높이기로 결론”
오세훈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그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선거 후보 시절에는 재검토 의사를 밝혔지만, 복구 비용과 공사 진행 상황 등을 이유로 공사를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경복궁 앞 월대를 복원하고 세종대왕 상징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일부를 보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오 시장은 2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광화문광장 조성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으로 취임한 이후 이 사업의 향후 방향에 대해 깊이 숙고했다”며 “원상복구 방안, 전면 재검토 방안, 보완·발전 방안까지 다양한 안을 두고 최선의 방안을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화문광장 조성 공사를 진행하되, 현재 안을 보완·발전해 오히려 완성도를 높이기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약 8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서쪽 편도 6차로의 도로를 모두 없애 광장으로 편입하고, 주한미국대사관 쪽 동쪽 도로를 7~9차로로 넓혀 양방향 차량 통행을 가능하게 하는 사업이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하던 사업 중 하나로, 서울시는 시장 공석 중에도 지난해 11월부터 공사에 돌입했다.
시는 광장 동쪽(주한 미국대사관 앞) 세종대로 찻길을 넓히는 1단계 공사를 완료했으며, 올해 3월부터 서쪽(세종문화회관 앞) 세종대로 찻길을 폐쇄한 후 광장을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시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공사에 대해 오 시장은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살기 어려워진 마당에 도대체 누굴 위한 공사인지 묻고 싶다”, “왜 하는지도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거 광화문광장을 재구조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었지만 시장 권한대행 기간인 지난해 11월 공사가 착공돼 이미 34%의 공정이 진행됐고 25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공사가 상당히 진행됐고, 원상 복구할 경우 복구비용까지 최소 400억원의 매몰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관련 기관과 재논의 절차도 밟아야 한다”며 “전면 재검토할 경우 장기간 광장 사용이 어려워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야 하고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을 더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광화문광장 공사 진행 결정과 관련해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것, 단 한 푼이라도 시민의 세금을 헛되이 사용하고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것, 바로 이게 서울시장의 책무”라며 “가능한 행정의 연속성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저의 행정 철학이 바탕에 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광장의 역사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복궁 앞 월대(궁중 행사용 넓은 기단) 복원을 이번 공사에 추가하고, 기존 광화문광장의 이순신장군 동상, 세종대왕 동상, 물길, 분수 등 주요 시설을 더 보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광장 주변 의정부 터, 세종문화회관 등 공공부지와 KT건물 등 민간 건물이 연계되는 광장 상생 전략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당초 올해 10월로 예정된 완공 시기는 최소 1~2개월 정도 늦춰지고, 예산도 추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설계변경안이 나와 봐야 하지만 (완공이) 1~2개월 정도 늦어질 수 있다”며 “광화문 바로 앞에 월대가 설치되면 그 길이가 50m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받았는데 유선형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형태로 구조 변경만 하는 것으로 차량 흐름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공사 지속 결정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 그는 “시장이 바뀔 때마다 광장이 공사장이 되는 비합리적이고 소모적인 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며 “이제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은 서울시의 발전은 물론 국가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화문광장 보완·발전계획을 마무리하는 즉시 시민 여러분께 공개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