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설렁탕 집이 있다. 밥하기 싫으면 가서 한 그릇, 오랜 만에 아이 친구들 몽땅 모이면 기분이다 한 그릇, 아줌마들 모였다 한 그릇. 네 식구 몽땅 가서 배불리 먹어도 만원에 해결하고 나오니 가격도 싸고 식당에 딸린 놀이방 덕에 아이들은 신나고, 난 밥 안하고 끼니걱정 해결하니 이래저래 출근부 도장 찍듯 자주도 간다.

그런데 난 설렁탕 집에서 나오는 국물보다는 덤으로 나오는 김치가 더 맛나다. 그 날도 하루 온종일 일하다 지쳐 돌아온 친구한테 내 쏜다, 맘껏 먹어라 큰소리 치고 설렁탕 집으로 향했다. 난 또 어김없이 자리잡기 무섭게 김치 비우느라 정신 없이 손이 분주한데, 친구가 한참을 쳐다보더니 한 소리 한다.

“난 김치 보기만 해도 신물 나.”

“왜?”

“한 달 내내 주말마다 김장하고 왔잖아.”

“아, 맞다. 그랬지.”

친구는 11월 한 달 내내 첫주부터 시집 어른 제사라고 김치 담그고 돌아와 다시 주말에 시집 김장을 담그고 왔다. 그 다음 주에는 친정 김장, 그 다음 주에는 어린이집 김장. 보니 그 친구 일주일에 한 번씩 김치를 담갔다. 이제 젓갈 냄새도 맡기 싫다고 김치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그 놈의 월동준비 한다고 아줌마들 허리가 또 한 차례 휜다. 아줌마들 두루 모여 하루 신나게 일하고 남은 김치 속으로 돼지고기 푹푹 삶아 막걸리 한잔 하면서 두런두런 얘기꽃 피우는 맛이야 누가 뭐래도 최고라 박수칠 만 하지만, 한 달 전부터 다가오는 김장 부담은 사실 만만치 않다. 그리고 김장 한 집만 하나, 친구처럼 시집에 친정에, 또 다른 집 품앗이도 뛸라치면 한 달 고스란히 김치 젓갈 냄새 맡는 건 당연지사지.

김장에 허리 휘는 아줌마들

늘 먹거리를 준비하는 아줌마들이니까 당연해 보이기도 할 테고, 모여서 수다떠는 폼새가 왁자지껄이니 쉬운 일이고 재미난 일이라 예사로 넘길 수도 있을 테지만, 아줌마들은 겨울 산 넘길 때 가장 걱정이 김치 걱정이다.

예전에 어릴 적, 100포기가 넘는 김장을 했다. 배추 배달되는 날 식구들 몽땅 일렬정렬해서 배추 휙휙 던져 나른 기억이나, 김치 담근다고 아줌마들 와글와글 벅적거리는 틈에서 하나씩 떼주는 배추 속말이 먹던 기억들은 아직도 잔잔한 추억으로 마음을 울린다. 그렇지만 정작 그 배추를 떼주던 엄마는 김장 끝내고 한 차례씩 몸살을 앓았던 기억이다.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니 주무르라고 성화를 하던 엄마가 싫어서 김치 속 빼먹던 맛난 기억은 뒤로 하고 냅다 놀이터로 달려나가기 바빴던 못돼 먹은 딸내미였던 나도 기억난다.

한 해 행사 중에 가장 큰 행사로 손에 꼽던 김장하기. 예전처럼 많이 하지는 않아도 여전히 아줌마들의 김장노동은 여전하다. 겨울 한 철 잘 보내려면 김치 잘 담궈놔야 하는 건 알겠지만, 팔뚝이며 어깨에 파스 척척 붙여놓은 친구를 보니 아련한 향수나 떠들고 앉았을 수가 없었다. 이제는 할인매장에 가도 김치 코너가 마련되어 있고, 인터넷 쇼핑몰에도 종류별로 김치를 판매한다.

아줌마가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

사서 먹는 김치는 맛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사서 먹는 김치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말고 맘 편하게 김치를 사서 먹으면 안 될까. 차라리 좋은 재료로 맛난 김치를 만들도록 소비자 운동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아줌마의 몸이 건강해야 나라도 건강하고, 아줌마가 행복해야 우리 가족이 행복하다. 김치 값도 만만한 것이 아니니 저렴한 가격에 김치 공급을 정부가 나서서 해주지 않는 한 이것도 쓸데없는 공염불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파스 붙이며 힘겨워하지 않게 김치 사서 먹으면 좋겠다. 조금씩 사서 먹을 만큼만 먹으면 크게 돈 들지도 않는다. 노동을 대신해 돈을 투자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 정도의 투자는 나를 위해 필요하지 않나. 그래서 아줌마들이 집안일에, 먹거리 준비에 더 이상 힘들어하지 말고 마음껏 자기의 일을 누리고 편안해지기를 바란다.

조유성원 한양대 문화인류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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