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로 한국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한
윤여정의 진솔하고 유쾌한 발언들
25일(미국시간)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사를 새로 쓴 배우 윤여정(74). 수상 소감부터 시상식 후 기자회견까지, 솔직하고 유쾌한 발언으로 좌중을 뒤흔들었다. 트로피만큼이나 빛난 윤여정의 어록을 한데 모았다.
“이게(오스카상) 최고의 순간인지 잘 모르겠어요. 나는 최고, 그런 거 싫어요.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잖아요. 너무 1등, 최고가 되려고 그러지 맙시다, 우리. 그냥 다 같이 ‘최중’(最中)만 되면서 살면 되잖아. 우리 다 동등하게 살면 안 돼요? 그럼 사회주의자가 되려나.”
- 4월 25일 아카데미 시상식 후 한국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
“(향후) 계획은 없어요. 점쟁이가 아닌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아나요? 오스카상을 탔다고 해서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 4월 25일 아카데미 시상식 후 한국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
“주변에서 제가 상을 받을 것 같다고 했는데 솔직히 안 믿었어요. 요행수도 안 믿는 사람이고, 인생을 오래 살며 배반을 많이 당해봤거든요. 진짜로 제 이름이 불리는데, 제가 좀 영어를 못하지만 그것(수상소감)보다는 잘할 수 있거든요. 엉망진창이 됐어요.”
- 4월 25일 아카데미 시상식 후 한국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
“(제 연기철학은) 열등의식에서 시작됐을 거예요.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아르바이트하다가 연기를 하게 됐거든요. 내 약점을 아니까 열심히 대사를 외워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게 내 철학이었어요. 절실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좋아도 해야겠지만 나는 먹고살기 위해 (절실하게 연기)했죠. 내게는 대본이 성경 같았어요. 많이 노력했어요. 브로드웨이 명언도 있어요. 누가 길을 물었대요. 브로드웨이로 가려면? 그랬더니 답변은 연습. 연습이라는 건 무시할 수 없어요.”
- 4월 25일 아카데미 시상식 후 한국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
“육십 전에는 성과가 좋을 것 같은 작품을 했는데 환갑 넘어서부터 혼자 약속한 게 있어요. 사람을 보고, 사람이 좋으면 한다는 거예요.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사치스럽게 사는 거 아니에요?”
- 4월 25일 아카데미 시상식 후 한국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
“입담이 좋은 이유는 내가 오래 살았다는 데 있어요. 좋은 친구들과 수다를 잘 떨어요. 수다에서 입담이 나왔나 보죠, 뭐.”
- 4월 25일 아카데미 시상식 후 한국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
“아무 계획도 없이 영화를 찍으며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축구 선수들의 심정을 알겠더라고요. 너무 많은 사람이 응원하니까 너무 힘들어서 눈에 실핏줄이 다 터질 정도였어요.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는데 성원을 너무 많이 하니까 힘들었어요. 태어나서 처음 받는 스트레스였어요. 그건 즐겁지 않았어요. 상을 타서 성원에 보답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영광스러워요.”
- 4월 25일 아카데미 시상식 후 한국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
“남한테 민폐 끼치는 건 싫으니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이 일(연기)을 하다가 죽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 4월 25일 아카데미 시상식 후 한국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
“브래드 피트는 유명한 배우니까, 제가 한국에 한번 오라고 했어요.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좋아한다고. 그리고 (‘미나리’는) 브래드 피트가 제작한 거잖아요. 돈을 조금 더 달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조금 더 주겠다고 하더라고. 나는 미국 사람들 말을 잘 안 믿어요. 그 사람들은 단어가 너무 화려하잖아요. 내 연기를 너무 존경한다고 하던데 나는 늙어서 남의 말에 잘 안 넘어갑니다.”
- 4월 25일 아카데미 시상식 후 한국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
“저는 경력을 쌓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노력했어요. 세상에 펑(BANG) 하고 일어나는 일은 없잖아요.”
- 4월 25일 아카데미 시상식 후 아카데미 주최 기자간담회
“저는 경쟁을 싫어합니다.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힐빌리의 노래’)를 이기겠어요? 저는 그녀의 영화를 수없이 많이 봤습니다. (여우조연상) 후보 5명 모두가 각자 다른 영화에서의 수상자입니다. 저는 오늘밤 단지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어쩌면 미국인들이 한국 배우에게 환대를 보이는 방법일 수도 있죠. 아무튼 감사합니다.”
- 4월 25일 시상식 수상 소감
“저는 한국 배우 윤여정입니다. 많은 유럽인이 제 이름을 ‘여영’이나 ‘유정’으로 부르곤 하는데, 오늘만큼은 여러분 모두를 용서하겠습니다.”
- 4월 25일 시상식 수상 소감
“사랑하는 두 아들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네요. 저를 일하게 만든 아들들이요. 사랑하는 아들들아,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
- 4월 25일 시상식 수상 소감
“모든 상이 의미 있지만 고상한 척(snobbish)하는 영국인들에게 인정받아 특히 더 의미가 큽니다.”
- 4월 11일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 수상 소감
“제가 서양인들에게 인정받았군요. 정말 영광이에요. 특히 동료 배우들이 저를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뽑아줬다는 게 말이죠. 몰라. 내가 맞게 말하고 있나요? 내 영어 실력 별로죠? 정말 기쁘고 행복합니다.”
- 4월 5일 미국배우조합상(SAG) 시상식 수상 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