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곤란 쓰레기 고민하던
여성신문 기자들의 ‘제로 웨이스트’ 도전기
배달 한 번에 용기·수저·비닐 등 쓰레기 산더미
도시락 용기 내밀면 가격 할인에 서비스까지

기자가 배달용기 제로 웨이스트에 도전하며 도시락 용기에 포장해온 음식들이다. ⓒ여성신문

서울 서대문구에서 자취를 시작한 지 일주일 되던 날, 제로 웨이스트에 도전했다. 마침 하루 전 시켜 먹다 남은 마라탕 용기가 눈에 들어왔다. 밥솥 정도 되는 크기지만, 안에 고추기름이 흠뻑 묻어있어 씻어도 지워지지 않았다. ‘씻어야 재활용이 가능할 텐데…’ 난감했다. ‘배달용기’ 제로 웨이스트에 도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23일 집에서 도보 1분 거리 떡볶이집에 갔다.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상하지 않는 도시락 용기를 들고 갔다. 점원은 흔쾌히 도시락 용기에 떡볶이를 담아줬다. 평소 같았으면 일회용 수저, 떡볶이 용기, 비닐 등 여러 개 쓰레기가 나올 테지만 용기를 가져가니 아무런 쓰레기도 나오지 않았다. 점원은 “용기를 갖고 오면 저희야 감사하죠. 일회용품이 줄어드니까요. 앞으로 용기를 갖고 오는 손님이 더 늘면 좋을 듯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비스로 음료를 줬다.

24일에는 집에서 도보 12분 거리 죽 매장에 갔다. ‘일회용품을 사용했다면, 미리 매장에 전화해 도착하자마자 음식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제로 웨이스트는 ‘시간·효율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원에게 용기를 내밀자 “뜨거운 거 담아도 되는 용기인가요? 용기에 죽이 다 들어갈지 모르겠네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행히 죽은 그릇에 딱 맞는 양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반찬을 담을 그릇을 미리 가져가지 못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반찬은 일회용 용기에 담아왔다. 다음부터는 반찬 용기도 따로 준비해야겠다.

25일에는 그릭요구르트가 먹고 싶었다. 집에서 도보 38분, 자전거로 11분 거리에 요구르트 가게가 있었다. 장바구니에 용기를 담고 집 근처에서 따릉이를 빌려 가게로 향했다. 도시락 용기를 내밀자 요구르트 가게 점원은 동전 200원을 손에 쥐여 줬다. 플라스틱 숟가락과 용기, 비닐 등 일회용품 값이라고 했다. 요구르트를 사서 집으로 가는 길, 차만 이용하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땀이 뻘뻘 났다. 이동 시간도 오래 걸렸다. 하지만 3일간 도전으로 제로 웨이스트가 환경과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도움까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종종 제로 웨이스트에 도전해야겠다.

기자가 도시락 용기와 장바구니를 따릉이에 싣고 출발하려고 한다. ⓒ여성신문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