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스웨덴 사람이 바라본 한국문화, 한국문명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스웨덴 사람이 바라본 한국문화, 한국문명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1.04.29 11:03
  • 수정 2021-04-29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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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운전면허 제도가 특이한 것 중 하나는 5년 이상 무사고 운전을 한 24세 이상 가족에게 운전교사 자격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운전연습자와 보호자가 동시에 국가 지정 운전연습학원에서 제공하는 기초과정을 수료하면 운전연습자는 보호자와 함께 거리에 나가서 운전연습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여성신문·뉴시스
스웨덴 스톡홀름 거리. ⓒ여성신문·뉴시스

처음 스웨덴 땅에 발을 디뎠을 때 한국은 88올림픽으로 전 세계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나름 올림픽 개최국에서 왔기에 나름의 자부심을 숨길 수 없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올림픽을 치르는 나라로 소개하며 매일 현지에서 보내오는 광화문, 남대문, 그리고 한강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나 혼자 우쭐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까지만 해도 한국이 모든 스웨덴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나라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라 믿었다. 한국을 긍정과 밝은 이미지로 알고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망상일 뿐이었다. 이곳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만나는 학생들마다 일본에서 왔느냐고 물었고, 그 다음이 중국, 그리고 아니라고 하면 모르겠다는 답을 가장 많이 내놓기 일쑤였다. 한국은 아예 스웨덴 사람들의 마음에 담긴 있는 국가가 아니었다. 올림픽은 단지 자국의 금메달 획득 선수만 기억했지, 개최국은 아예 관심에도 없었다. 한국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한국이 아닌 북한 지도자들을 더 잘 기억했고, 6.25 전쟁은 기억해도 올릭픽은 기억하지 못했다.

“일본에서 왔어요” 묻던 스웨덴인들

스웨덴 사람들이 한국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대국도 아니었고, 부패가 만연한 힘없는 후진국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나라든 자기네 보다 더 잘 살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국가들은 자연스럽게 더 친근감을 갖고 문화와 정치를 배우고자 하기 때문에 기억할 수밖에 없다. 미국을 알고, 일본에 더 친근감을 갖는 이유는 2000년대 초까지 세계 경제의 1~2위 위상에 있었고, 헐리우드 영화는 세계의 스크린을 지배하고 있었으며, 디즈니랜드의 만화영화는 스웨덴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에도 모든 국민을 TV 앞으로 끌어들이게 할 정도로 모든 세대에서 인기를 끌었다. 일본 애니메이션도 스웨덴 어린이 프로그램을 장식하고 있었고,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은 노벨상 시상식에 잊혀질만하면 등장했다. 중국은 18세기까지 동인도회사와 실크로드를 통해 들어오는 공예, 차, 예술품, 사치품을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화대국으로 각인돼 있었다. 한국이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그저 한국을 기억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스웨덴 사람들도 6.25 때 병원선을 보내 인도적 활동에 참가했거나, 중립국감시단으로 파견됐던 이들로, 가난과 기아의 국가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학생 신분에서 어느덧 학생들을 가르치는 위치가 됐지만 스웨덴에서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한국을 잘 있고 있어도 부정적 시각과 결부시켜 인권탄압과 노동자 탄압국가 등 비판적 전문가와 교수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강남스타일’ 이후 한국문화 확산

얼마 전 한국의 문화 그리고 국가이미지 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 조사는 스웨덴 국민을 무작위 추출해 실시한 여론조사로 스웨덴에 곧 설립될 한국문화원 주관으로 이뤄졌다. 주 연구교수로 참여한 이 여론조사는 이제 스웨덴에 비쳐지는 한국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스웨덴 사람들의 85%가 한국을 알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그 중 매우 잘 알거나, 어느 정도 안다고 하는 비율이 20%에 이른다. 최근 들어 다양한 한국 문화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면서 20대 청년 중심으로 좋아하는 것이겠지 생각했던 것도 근거 없는 추측이었다. 한국을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세대별 인지도를 보면 10대는 16%에 그치지만 20대 23%, 30대 24%, 40대 21%, 50대 15%, 60대 이상이 23%로 전 세대에 걸쳐 골고루 분포돼 있었다. 스톡홀름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 인구층에서 한국을 기억하고 있겠지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조사는 스톡홀름뿐 아니라 남부부터 북부 시골구석까지 한국의 인기가 골고루 확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대도시 뿐 아니라 시골까지 한국을 기억하게 만든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이 조사는 한국을 인지하는 세대가 왜 전국에 걸쳐 골고루 분포하고 있는지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 열쇠다. 어디에서 한국에 대해 접했는지 답한 항목을 보면 궁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된다. 무엇보다 기존 미디어 방송과 유튜브, SNS 온라인 등 모든 매체에서 한국의 문화활동에 대해 가히 폭발적 관심을 보여준다.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돌아선 그 첫 변곡점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 이후 한국음악은 청소년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였고 드리마와 한글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가장 시사 하는 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한국에 대해 알게 된 계기에 대해 상당수는 문화의 우수성과 음식, 대중음악을 들지만, 64%의 스웨덴 국민이 한국의 경제수준과 기술력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신흥 문화국이자 IT산업 등을 통한 경제강국으로 동시에 진입했기에 한국의 문화에 가히 폭발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다. 한 가지 아직 숙제는 한국의 정치수준에 대한 평가에서 38%만 긍정적으로 바로 보고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경제와 문화는 우수하지만 아직도 정치수준에 대해서는 못미더운 시선을 보인다. 한국문화의 세계화는 경제와 정치가 함께 보조를 맞출 때 세계의 중심문명으로 자리를 잡게 한다. 국제정치학자인 새뮤얼 헌팅턴의 구분에서 역사적으로 중국과 일본은 8개의 인류문명 중 하나였지만 한국은 존재하지 않았다. 미래 문명국의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핵심은 한국의 정체성과 통치 정통성을 세워줄 국가운영체제를 곧게 세우는 일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문화는 하나의 신기루로 끝날지도 모를 일이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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