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자와 이여자 현상’을 보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홍수형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지난해 4·15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줬던 민심이 불과 1년 만에 돌변한 배경에 그동안 정부 여당에 큰 지지를 보냈던 20대의 반란이 있었다. ⓒ홍수형 기자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뒀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57.5%의 득표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39.2%)에게 18.3%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62.7%)가 28.3%포인트 차이로 민주당 김영춘 후보(34.4%)를 누르고 승리했다.

3년 전 박원순 민주당 후보는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모두 1위를 했지만, 이번엔 오 후보가 서울 전역을 석권했다. 부산시장 선거도 유사했다. 박형준 후보가 16개 구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으며, 강서구(56.0%) 한 곳을 제외하고 모든 자치구에서 60% 이상 득표율을 올렸다.

4·7 보궐선거, 20대의 반란

지난해 4·15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줬던 민심이 불과 1년 만에 돌변한 배경에 그동안 정부 여당에 큰 지지를 보냈던 20대의 반란이 있었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이하의 경우 서울시장 선거와 부산 시장선거에서 오 후보와 박 후보에게 각각 55.3%와 51.0%의 지지를 보냈다. 그런데 이번 선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20대 남성(‘이남자’)과 20대 여성(‘이여자’)의 투표 행태가 크게 차이를 보인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20대 남자의 72.5%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지만 박영선 후보 지지는 22.2%에 불과했다. 반면 20대 여성의 44.0%가 박영선 후보에게 표를 던져 오 후보 지지율(40.9%)을 웃돌았다. 특히 양성평등이나 차별금지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제3 정당 후보 지지율이 15.1%로 나타났다.

이런 ‘이남자와 이여자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젠더 갈등 프레임’과 ‘20대 남자의 보수화‘라는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지극히 잘못된 접근이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20대 남성의 지지를 받지 못한 원인을 놓고 “페미니즘에 대한 20대 남성의 반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민주당이 2030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0대 남성의 몰표가 반여성주의 캠페인이 먹힌 결과로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젠더 이슈 무능에 등 돌린 것

문재인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약속이 지켜졌는가? 더구나, 현 정부의 정책 중 남성들의 반감을 살 수 있는 친여성정책이 과연 얼마나 있었나? 20대 남성의 표심은 페미니즘에 반발한 것이 아니라 현 집권 세력의 무능과, 불공정, 그리고 내로남불 위선을 심판하기 위해 야당에게 몰표를 준 것이다. 20대 여성의 경우, 현 정부 출범 직후 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90%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금은 반 토막이 났다. 그만큼 현 정부의 젠더 이슈 무능에 등을 돌린 것이다.

“20대 남성이 보수화되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한국갤럽 3월 통합 조사(23, 25일)에 따르면, 이남자의 주관적 이념 성향은 ‘진보(24%)와 보수(28%)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더구나 민주당 지지(33%)가 국민의힘(17%)지지 보다 훨씬 높았다. 이런 와중에 20대 남성의 표를 얻기 위해 군가산점 부활, 모병제 전환 및 남녀평등복무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성평등의 본질을 망각한 유치하고 유아적인 발상이다. 단순히 20대 남성의 표심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젠더 갈등을 이용하는 것은 포퓰리즘 정치다. 진중권 교수는 “자꾸 증오나 반감을 이용하는 포퓰리즘만 하려 하니. 다 적으로 돌려서 어쩌려고”라고 지적했다.

인식이 잘못되어 있고 오직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정치인은 퇴출돼야 한다. 그래야만 올바른 정치가 이뤄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만들어 진다. 20대의 반(反)민주당 기류가 일시적 현상인지 지속될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20대는 특정 이념과 정당에 예속되지 않고 상황과 이슈에 따라 움직이는 ‘스윙 보터’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제 정치권은 ‘이남자와 이여자 현상’을 심도 있게 분석해 이들이 시대정신으로 생각하는 공정·미래·젠더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번 보궐선거가 주는 교훈이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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