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가산점제 재도입 등 20대 남성 잡기
"20대 남성 투표에 과잉분석…기성정치,
회색지대 찍은 20대 여성도 포섭해야"

(왼쪽부터)더불어민주당 김남국·박용진·전용기 의원, 정의당 박창진 부대표. ⓒ뉴시스·여성신문
(왼쪽부터)더불어민주당 김남국·박용진·전용기 의원, 정의당 박창진 부대표. ⓒ뉴시스·여성신문

야권 남성 청년 정치인이 쏘아 올린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 카드에 더불어민주당이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저마다 남녀평등복무제, 군 복무 경력기간 인정, 남경 역차별 해소 등을 내세우며 20대 남성 표심 잡기에 돌입했다. 콘크리트 지지층이던 20대 여성의 지지율 이탈 현상에선 관심을 거둔 채, 20대 남성에 대해서만 과잉 분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중도진보를 표방하는 민주당이 표를 얻기 위해서는 ‘안티 페미니즘’ 선동을 멈춰야 군소정당를 지지한 15%를 비롯해 진보적인 20대 여성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4·7 재보궐선거 방송 3사(KBS·MBC·SBS)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72.5%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지지했다. 이들의 박영선 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22.2%였다. 20대 남성의 박 후보 지지는 전 연령·성별 중 가장 낮았다. 결과를 두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선거 참패 원인을 “페미니즘에 올인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2030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군 가산점제 재도입 등 이대남 잡기 올인

민주당은 남녀평등복무제, 군 복무 경력기간을 인정하는 정책, 남경 역차별 해소 등 ‘이대남’ 잡기에 나섰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40일에서 100일 정도 사이에서 남녀 모두 군대를 다녀와서 충분히 예비군으로 해야 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한국은 현대화된 무기체계를 갖춘 정예강군 15만, 20만 정도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CBS 라디오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 의원은 ‘남녀평등복무제’에 대해 “모병제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또 예비 군사제도”라며 “이미 대한민국 군대의 전투병과, 혹은 전방부대의 여성군인 간부가 소대장·중대장을 맡고 또 지휘관을 맡고 하는 경우가 이미 생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2001년 당시 성차별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사라진 군가산점 재도입을 주장했다.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군 경력의 인정,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며 “20대 남성들의 희생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에 답하는 것이 국회의원으로서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도 이날 “군 복무를 마친 전역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국가공무원법 개정 등을 통해 전국 지자체 채용 시 군에서의 전문 경력이 인정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전날인 14일에도 남성경찰 역차별 주장 글에 대해 “기동대 근무는 아무래도 지원자가 적다 보니 인원을 강제로 차출하여 복무시켜야 하는 상황이라, 남성 경찰들은 TO가 많은 남경 기동대에서의 근무가 여성 경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잦은 것이 사실”이라고 공감했다. 그러면서 “이를 당장 개선해야 하고 승진 등 적극적인 우대 정책을 통해 기동대 근무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사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범여권까지 움직임이 있었다. 박창진 정의당 부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정부가 여성들을 배려하며 내놓은 각종 정책과 발언들은 보편적 의제로 다가가지 못하고 청년 남성들을 수혜자처럼 취급하고 배제했다”고 말했다.

회색지대 찍은 15% 20대 여성 현상 주목해야

이같은 정치권 움직임에 여성 청년 정치인들은 20대 남성 잡기에만 매몰돼 20대 여성들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신민주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우선 과연 20대 남성이 페미니즘 때문에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을까”라며 “그럴 수도 있겠지만 100%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정치권은 지금 페미니즘이 참패의 원인이었다는 쉬운 논쟁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반페미니즘을 이야기 했을 때 얻는 순간적으로 주목되는 효과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나는) 20대 남성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나 집값 문제에 반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 위원장은 20대 남성의 투표에 대해서는 과잉분석을 하고 있지만 회색지대를 15%나 찍은 20대 여성에 대해서는 쉽게 지나가는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양당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한다”며 “15%의 20대 여성을 포섭할 수 있는 정치를 기성 정치권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민 정의당 전국위원은 “20대 남성 표심 잡기 전략은 지난 총선에도 있었다”며 “2030 여성에 대한 투표 지지율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고 매번 20대 남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전국위원은 “(선거) 결과를 차치하고서 똑같은 시민인데도 특정 성별·세대의 지지를 얻고자하는 흐름 자체를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라며 “선거는 평가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정당의 선거 전략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집토끼 2030 남성의 지지를 어떻게 받을 것인가에 집중했다”며 “당시에도 미투운동이나 페미니즘 리부트 등장 이후 나온 여성들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했다. 편향적인 관심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부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문제적이라고 말했다. 조 전국위원은 “정치인의 발화는 중요하다”며 “발화의 장소가 독립적인 공간이 아니었고 지금처럼 남성 정치인들의 행보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박 부대표의) 발화가 함께 옮겨졌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남성 청년 정치인을 중심으로 한 안티 페미니즘 선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페미니즘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같은 입장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이준석 전 위원이 20대 남성을 지목하면서 안티 페미니즘을 외쳤고 더불어민주당이 남성 청년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안티페미니즘 깃발을 들었다”며 “보통 페미니즘을 진보운동이라고 하는데 이런 지점에서 민주당이 진보가 아님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어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도 없고 반페미니즘을 외치는 것이 당 내에서 허용되는 것을 진보라고 할 수 없다”며 “이는 오히려 보수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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