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트레이너들의 코로나 적응기
줌·유튜브로 홈트레이닝 수업 진행
비대면 스포츠 챌린지로 따로 또 함께 운동
운동 지식 배우는 '웨비나' 구상...책 출간도

코로나19로 찾아온 ‘비대면’ 시대, 여성 트레이너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맨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은진, 박정은, 장하정, 최현진 트레이너의 이야기를 들었다. ⓒ여성신문
코로나19로 찾아온 ‘비대면’ 시대, 여성 트레이너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맨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은진, 박정은, 장하정, 최현진 트레이너의 이야기를 들었다. ⓒ여성신문

서울 강남 소재의 체육관인 클럽케이서울 소속 트레이너 최은진(29) 씨는 요즘 방에서 영상을 촬영하는 게 일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센터가 문을 닫자 지난해부터 ‘유튜브 홈트’ 강습을 시작했다. 

운동 수업 애플리케이션을 준비하는 체육관도 있다. 고대점·한양대점·이대점을 운영 중인 근력학교는 앱을 통해 수업 스케줄을 관리하고, 회원과 코치가 상호적으로 위험도를 낮추고 운동 관련 콘텐츠를 습득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화여대 사회체육교육센터 전임 강사인 박정은(29) 트레이너는 체육관이 닫힌 동안 누구나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운동법에 관한 책을 썼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인 ‘클래스101’에서 수업도 열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찾아온 ‘비대면’ 시대, 여성 트레이너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체육시설 집합금지 및 영업 중단 조치로 생계가 어려워지자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줌으로 라이브 홈트를 진행하며, 비대면 운동 챌린지를 연다. 운동 관련 책을 쓰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수업을 열기도 한다. 

이들은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사람들이 운동을 소비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홈트 열풍에 더해, 체력과 면역력을 행복한 삶의 일부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생겼다고 했다.

“줌과 유튜브에서 만나 함께 땀 흘려요!” 

ⓒ최은진 트레이너
유튜브 라이브 홈트를 진행하는 최은진 트레이너의 '지니워크아웃' 채널 ⓒ최은진 트레이너

최씨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비대면 스포츠 지원 사업을 통해 유튜브 세계에 뛰어들 수 있었다. 문체부가 지난해 8월 공모한 비대면 스포츠 융합인력 양성 지원 사업에 당선돼 영상 촬영 및 홍보비를 400만원 지원받았다. 최씨는 지원금으로 카메라 등 촬영 장비를 구매해 ‘유튜브 홈트’를 시작했다. 영상 편집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지만 탬플릿 등의 활용이 편리한 ‘파이널컷’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해 맥북도 구비했다. 유튜브 영상을 보며 편집을 배웠다. 

유명 트레이너들의 ‘홈트’ 영상이 차고 넘치는 시대다. 하지만 최씨는 수익을 내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센터에 나가지 못하니까 스스로도 운동을 못하니 답답해서 다른 분들과 함께 운동하는 감각을 느끼고 싶어서” 자신의 채널 ‘지니워크아웃’에 영상을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통해 운동 습관 챌린지를 열기도 했다. 최씨는 전날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 다음날 올리는 방식으로 매일 영상을 올렸다. 참여자들은 최씨가 하는 운동을 따라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시태그와 함께 인증샷을 올렸다. 이렇게 2주간 매일 운동에 참여한 이들 중 일부에게는 최씨가 직접 소정의 선물을 증정했다. 20여 명이 참여했다. 지금도 최씨의 유튜브 채널 중 ‘지니루틴챌린지’ 영상이 가장 조회수가 높다. “운동에 대한 피드백을 바로 받을 수 있고, 꾸준히 함께 운동한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그때가 제일 재밌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최은진 트레이너
'라이브 홈트'를 진행하는 클럽케이서울 최은진 트레이너의 인증샷. ⓒ최은진 트레이너

일요일 저녁 9시에 유튜브로 ‘라이브 홈트’도 하고 있다. 시작하기 전 10명 정도의 참여자들이 서로 채팅을 통해 인사 나누고, 어떤 운동을 할지 최씨가 소개한다. 4개 이상의 여러 동작을 세트로 구성해서 반복하며 진행하는 ‘서킷 운동’ 방식이다. “한 세트가 끝나기 전까지는 채팅창을 보지 않는다”는 최씨는 “특정 동작에 대한 자세 관련 질문이나 통증에 대해 말씀하시는 분이 계시면 세트가 끝난 뒤 쉬는 시간에 설명해드린다”고 했다. 

‘라이브 홈트’를 진행하면서 채팅창을 확인해야 하는데, 노트북 화면으로는 동작 시범을 보이며 채팅창을 확인하기 어려워 큰 모니터도 구비했다. 혼자서 진행하기 때문에 카메라 배터리 문제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해 촬영을 모니터링하는 용도로도 사용한다. 최씨는 “홈트가 개인 맞춤형이 아니라서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비대면으로도 함께 운동할 수 있고 나도 운동하며 실시간으로 교류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영상 편집할 필요가 없어 부담이 덜한 건 덤이다. 

최현진 관장이 운영하는 서울 합정동의 '파워존'은 케틀벨 운동을 중점적으로 진행한다.  ⓒ최현진 관장 제공
최현진 관장이 운영하는 서울 합정동 '파워존'은 케틀벨 운동을 중점적으로 진행한다. ⓒ최현진 관장 제공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운동 클럽 ‘파워존’을 운영하는 최현진 관장도 한동안 체육관 문을 닫아야 했다.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줌과 구글미트 등 화상회의 앱으로 참가자들의 동작을 직접 확인하며 수업을 했다. 체육관에 있는 커다란 모니터에 노트북을 연결해 학생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대면하지 못하니 확실히 답답하다”면서도 최 관장은 “학생들 입장에서도 그렇고 저 또한 수업에 연속성이 없으면 운동을 중단하게 된다. 운동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게 학생들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 초에는 줌으로 진행하는 ‘스윙 챌린지’도 열었다. 기본적인 동작을 할 수 있는 수강생을 대상으로 아침 10시와 저녁 7시에 줌을 켜서 10~15분 정도 운동하는 루틴을 반복하는 챌린지를 2주 동안 진행했다. 신청자는 50명 정도였다. 빠짐없이 참석한 이들에게는 온·오프라인 수강권을 증정했다. 

운동하기 어려울 때 운동 관련 지식 배우자...‘웨비나’ 구상

근력학교 수강생들이 운동하는 모습 ⓒ근력학교
근력학교 수강생들이 운동하는 모습 ⓒ근력학교

고대점·한양대점·이대점 등 서울 대학가에서 프랜차이즈 헬스장을 운영 중인 ‘근력학교’는 운동 수업 애플리케이션을 준비 중이다. 앱을 통해 수업 스케줄을 관리하고, 운동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간 진행해온 여성 신체 관련 세미나를 웹 형태로 진행하는 ‘웨비나’도 구상 중이다. 

코로나19로 근력학교 트레이너들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수강생들도 감염 위험을 우려해 수업을 미루거나 재등록률이 낮아지는 등 타격이 있었다. 소속 트레이너들은 배달이나 전단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근력학교의 장하정(31) 트레이너는 “단순히 몸을 움직여 운동하는 것을 넘어 각 운동의 원리와 목적 등 이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며 “만약 운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운동에 관한 지식을 더 많이 채울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드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운동 관련 책 쓰고 출간...온라인 플랫폼에서 수업 계획도

ⓒ웨일북/박정은
이화여대 사회체육교육센터 전임 강사로 활동하는 박정은(29·오른쪽) 트레이너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작가로 데뷔했다. ⓒ웨일북/박정은

이화여대 사회체육교육센터 전임 강사로 활동하는 박정은(29) 트레이너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작가로 데뷔했다. 운동 수업을 진행하지 못해 개인 시간이 많아진 김에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지난해 4월부터 원고를 쓰기 시작해 6월부터 출판사에 투고했다. 그렇게 나온 책이 『바쁜 사람은 단순하게 운동합니다』(웨일북)다. 운동하는 습관이 없는 바쁜 현대인을 위해 간편하게 운동하며 조금씩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대학 내 체육시설은 지난 2월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휴관 중이다. 박씨는 월급을 받는 계약직 교직원이라 체육관이 문을 닫아도 매일 9시부터 5시까지는 센터에 출근해 사무 업무를 본다. 체육시설 관련 연락이나 문의에 응대하고, 시설 내 기구와 시설을 점검하는 일 등이다.

박씨는 상반기 내에 온라인 강의 플랫폼인 ‘클래스101’에서 수업을 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튜브는 품이 많이 들어 부담스럽지만 클래스101의 경우 촬영과 편집을 모두 대행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수업은 단방향으로 이뤄지지만, 수업이 끝난 뒤에는 플랫폼 내의 개별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 한 달 커리큘럼 기준으로 수업료는 보통 20만원선이다. 박씨는 “사무실에서 끝내는 운동이 콘셉트”라며 “매일 1시간 이상 시간을 내서 하는 운동이 아니라 직장에서 2~30분씩 하는 운동이 훨씬 더 지속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트레이너들은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사람들이 운동을 소비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홈트 열풍에 더해, 체력과 면역을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장씨는 “운동이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봤다. 최 관장도 “부담 없이 즐겁게 운동하는 게 건강해지는 길”이라고 했다. 박씨도 “온라인 수업만 따라해도 몸은 충분히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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