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조 아카데미 원장 중앙일보 자산리모델링 자문위원 MEDI GATE 금융칼럼니스트 unclejo@joins.com

며칠 전 고객을 만나고 온 한 어드바이저에게 들은 이야기다. 시누이가 치과의사인데 개업하고 10년간 일에 몰두해서 열심히 진료에만 몰두해서 어느 정도 모았다는 것이다. 말하는 느낌으로 보아 수억원 정도는 되는 듯 했다. 그렇지만 40대 초반에 백혈병이란 지난을 받은 후 육체적인 고통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 동안 자신과 자녀를 위해 멋있게 써보겠다던 돈도 이제는 별로 남은 게 없다는 고백이었다.

또 하나 필자의 경험, 3년 전의 일로 기억되는데 어느 가장(家長)의 사망을 조문하기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 반듯한 교복을 입은 초등학교 5학년 상주와 맞절을 한 적이 있다. 상주의 동생인 철부지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그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돌아오는 전철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어느 개인이나 가정을 가리지 않고 재정적인 계획이 있기 마련이다. 얼마 후에 결혼을 한다든지 3년 만에 집을 사고, 5년 만에 5천만원을 만들고 하는 등의 계획은 돈 관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목표인 것이다. 20대나 30대에 갖는 재정적인 목표는 어쩌면 황당한 면도 없지 않겠지만 숫자로 표현된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에 옮기려는 의지만 있다면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칭찬받아 마땅한 좋은 일이다.

문제는 그 화려하고 야심찬 계획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이 빠진 계획은 소용없다는 것이다. 인생에 서 누구나 언제나 당할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을 고려한 계획이다. 다치거나 아파서 생각보다 많은 치료비가 필요하다든지, 소득이 중단될 정도의 장애가 발생하거나 심지어는 생명을 잃는 경우인 것이다. 누구든지 이런 일을 당하게 된다면 가정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남겨진 가족의 생활이 걱정일 것이고 어떤 경우에는 치료를 위한 비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사회이고 내일의 상황을 미리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인 것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위험에 대한 생각을 재정적인 계획에 고려하지 않는 것은 마치 모래 위에 지은 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계획이라 하더라도 만에 하나 일어날 문제를 고려하는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아마 사람만이 가진 지혜로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우연히 일어나는 '재수'로만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은 로또복권의 당첨 확률과 자동차 사고의 가능성을 혼동하고 있다. 좋은 일, 기쁜 일이라고 생각하는 확률은 그 가능성을 매우 높여 생각하게 마련이고, 원하지 않는 슬픈 일이나 나쁜 일에 대해서는 실제의 가능성을 '설마 그런 일이 나에게…'라며 확률보다 적게 보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은 사실일 뿐, 내 주변에 있는 위험을 제대로 아는 것은 중요하다. 모든 위험을 완벽하고 철저하게 준비할 수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력과 비용이 너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생명보험 통계에 따르면 20대, 30대의 사람들이 자신이나 가정에 있을 수 있는 질병, 사망의 위험을 스스로 인식하고 보험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바람직한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전 가구의 80∼90% 이상이 보험을 갖고 있지만, 과거의 후진적인 판매시장과 관행을 생각한다면 엄청난 인식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아쉬움은 곳곳에 있다. 바로 오랫동안 혜택을 받고 그만큼의 기간 동안 납입을 해야 하는 상품임에도 너무 쉽게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투자나 대출보다 배 이상으로 어려운 분야가 보험이다. 워낙 장기(長期)의 상품이기도 하지만 상품자체가 어렵고, 증권이나 보상하는 내용이 너무나 다양하고 어렵게 표현되기 때문인 듯 싶다. 생명보험이 매우 중요한 재무계획의 한 분야이긴 하지만 그만큼 큰돈이 필요한 계획이다. 종신보험으로 대표되는 보장성보험을 생각하면 월 30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20년 납입한다고 생각할 때 저축과 비교한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면 1억(세후 4%)∼ 1억 5천만(세후 6%)짜리의 금융상품을 구입하는 결정인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주택 다음으로 비싼 상품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한번 결정하면 쉽게 바꾸거나 중간에 멈추는 것이 쉽지 않은 보험의 특성상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필요성을 느끼는 만큼 소중한 선택이어야 하는 것이다. 가격적인 측면이나 필요기간의 측면에서 볼 때 보다 신중하고 현명한 지혜가 필요한 분야가 바로 위험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보험의 영역이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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