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가족 소피아네

가타리나(세례명) 씨와 가브리엘(세례명) 씨는 작년에 아주 예쁜 딸 아이 소피아(세례명)를 만났다.

“요즘에 입양은 흔하잖아요. 우리가 새로운 가족인가요?”

하지만 부부가 입양을 결정하기까지는 무려 11년이 걸렸다. 이들은 모든 불임부부가 그러하듯이 최선을 다해 모든 방법을 시도했다. 주위에서도 부부의 노력을 잘 알기 때문에 입양을 결정했을 때 큰 반대는 없었다.

“아이가 꼭 있어야 된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꼭 함께 살겠다는 생각도 없어요. 하지만 부부가 반드시 끝까지 같이 간다는 법은 없잖아요. 먼 훗날에, 혹시라도 남편이 없을 때 누군가와 같이 살지 않더라도 안부를 염려해주는 '가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라고 가타리나 씨는 말한다.

소피아를 입양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입양원에서 친부모에 대한 약간의 정보를 알려주었는데, 혈액형, 키, 몸무게까지 자신들과 너무나 비슷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 입양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만난 아이와 부부가 길고 굵은 인연의 끈으로 맺어져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깊게 느꼈다.

사실 가브리엘 씨는 처음에 입양에 대해서 적극적인 입장은 아니었다. 둘이서 꾸려가는 결혼생활도 충분히 행복하고 여유로운데, 아이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커다란 변화가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함께 살게 되고 나서 이제는 아이 생각으로 하루하루가 즐겁다.

아이도 '아빠 중독증'이라 할 만큼 아빠를 좋아한다. 이제 겨우 16개월이 된 소피아에게 '아빠 사랑해? 아빠 보고 싶어?'라고 물으니 환하게 웃으며 거침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부부에게는 앞으로 큰 과제가 남아있다. 소피아에게 '언제' 입양사실을 알릴 것인가가 바로 그것이다. 입양원에서는 사춘기 전이나 사춘기 후에 알려주라고 조언했다. 사춘기에 입양사실을 알게 되면, 상처가 더 깊게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반드시 부모의 입을 통해 입양사실을 들어야 한다는 것. 흔하게는 주위 사람들, 특히 또래의 아이들과 놀다가 입양사실을 알게 된다고 한다. 그것 역시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부부의 바람은 소피아가 결혼을 통해, 부모 외에 또 다른 가족이 생긴 다음에 입양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가타리나 씨는 소피아가 처음으로 '엄마, 아빠'를 부르던 날을 떠올리면서 아직도 그 감동을 잊지 못하겠다며 수줍게 웃는다.

“예전에는 저도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상상 외로 아이가 너무 예뻐요. 내 안에 이렇게 숨은 사랑이 큰지 몰랐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몰랐던 것도 알게 되고, 무심코 지나치던 다른 아이들에 대한 관심도 생겼어요. 내 아이가 귀한 만큼, 다른 아이들도 귀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죠. 입양을 망설이시는 분들이 있다면, 용기를 내시라고 전하고 싶어요.” 이들이 서로에 대해 늘 배려하고, 인정하는 멋진 가족으로 살아나가길 바란다.

노현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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