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 학교 준비물을 밤늦게 말하는 아이.

아이:엄마. 내일 아침에 준비물 있어.

엄마: 이제서 말하면 어떡하니? 집에서 쓰던 거 가져가면 어때? 아니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학교가는 길에 사든가….

민지:쓰던 것은 싫어! 그리고 난 아침에 늦게 일어날지도 몰라.

위의 상황은 일반적으로 다음 두 방법으로 해결된다. 첫번째 방법은 힘을 지닌 부모가 원하는 쪽으로 해결된다.

부모가 새것으로 사주고 싶다면 사주고 버릇을 고쳐야 되겠다고 생각되면 체벌을 가해서라도 사주지 않는 쪽으로 결정한다.

두 번째 방법은 자녀가 원하는 쪽으로 해결된다. 지금 사다 놓으라면 지금 사오고 내일 아침 일찍 어머니에게 사오라면 어머니가 사오는 식으로 결국은 자녀가 얻고자 하는 쪽으로 결정된다.

교육학자들은 위의 두 가지 방법에 모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두 방법 모두 이긴 자와 진 자가 있기 때문에 진 쪽은 이긴 쪽을 원망하고 미워하며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또한 자기 중심적이어서 상대방을 배려할 줄 모르는 심성으로 굳어진다고 한다. 그러므로 부모와 자녀가 서로 다른 욕구를 지닐 때 부모와 자녀의 대화기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해결방법을 제시한다.

1단계:자녀의 감정과 욕구를 들어주면서 자녀의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본다.

2단계:부모의 감정과 욕구를 말하면서 부모의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본다.

3단계: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각자

생각나는 의견을 말한다.

4단계:해결방법들을 평가하고 선택한다.

5단계:선택된 해결방법을 실행한다.

6단계:실행한 후에 재평가한다.

조금 지루한 해결책 같지만 실생활에 적용하면 이렇다. 부모교육에 직접 참가한 어머니의 체험담이다.

“갈등이 있을 때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고 난 직후 주말에 아이들이 TV 앞에서 다투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 광경을 보자마자 '아니! 이 녀석들이 또 싸우네 언제까지 싸울거야?'하고 화부터 냈을 것이다. 그러나 배운 것을 적용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이 어떤 문제로 갈등이 생겼을까를 들어보기로 했다. 동생은 MBC에서 방영하는 프로를 누나는 KBS에서 방영하는 프로를 보고 싶다는 것이다. 예전의 나였으면 '너희들 그만한 문제 갖고 다투다니 정말 한심해 시험을 앞두고 TV에만 매달려 싸우고 있으면 시험은 저절로 보고 대학에는 저절로 들어간다니?'라며 일장훈계와 비난을 했을 것이다.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엄마에게 아이들은 조금 머쓱해하면서도 기꺼이 자신들의 입장을 이야기했다.

“'얘들아 누나는 KBS에서 방영하는 영화를 보고 싶고 준석이는 MBC에서 방영하는 영화를 보고 싶은데, TV는 한 대뿐이라서 너희들이 보고 싶은 대로 볼 수 없으니 문제구나. 다른 좋은 방법이 없을까? 우리 함께 좋은 해결책을 찾아보자'라고 했더니, 딸아이가 '엄마. 제가 양보할게요. 지난번엔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봤어요'한다. 동생 역시 멋적은 듯 가만히 있다가 '아니야, 누나. 누나가 보고 싶은 걸로 봐도 돼'. 결국 누나가 양보를 했다. 비록 자녀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이 어설프기는 했지만 자신들의 욕구만 충분히 들어주어도 이렇게 문제가 순조롭게 풀리다니…만약 예전대로 했더라면 딸아이는 울고 준석이는 방문을 닫아걸고 TV는 꺼지고 저는 저대로 머리를 싸매고 누웠을 일인데.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딸아이에게 '어제 네가 보고 싶은 영화를 못 봐서 서운했지?'

'아뇨 준석이랑 같이 본 영화도 재미있었어요.'

'난 네가 동생에게 양보하는 걸 보니까 <이제는 다 컸구나. 그리고 사려깊은 아이가 됐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든든했어. 정말 고맙다.'

'푸! 엄만! 어제 엄마에게 싸우는 것을 들켜서 또 야단맞겠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우리 얘기를 다 들어주시니까 나도 모르게 얼른 양보하게 된 거예요. 엄마 사랑해. 착한 딸 될게요. 그리고 공부 열심히 해서 엄마 기쁘게 해 드릴게요.' 가슴이 뭉클했다.”

위 상황에서처럼 누구에게도 양보를 강요하거나 힘을 가진 쪽이 힘을 행사하지 않고 서로 욕구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으며 서로 수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행하게 되므로 진 쪽도 이긴 쪽도 없다. 그러므로 원망이나 미움같은 갈등이 없이 문제를 민주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게 된다. 그리고 서로의 욕구에 대해서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므로 상대방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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