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treeappl@hanmail.net

'시댁에 전화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때맞춰 가는 게 더 편하더라.'

'전화 걸면 딱히 할 말도 없고, 의무적으로 하려니 꼭 무슨 숙제 같아.'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를 잘 걸고 받으며 사는 고부간도 많으련만, 전화 스트레스를 털어놓는 친구 또한 적지 않다. 그럼 시어머니 쪽은 어떨까. '같이 사는 것도 아니고 그깟 전화 효도도 못 해?'

'지들이 안 하는데 내가 왜 해?'

아들만 셋 있는 집 둘째와 결혼하면서 친구는 정말 시어머니와 친모녀처럼 지내리라 마음먹었다고 한다. 신혼 초부터 매일 문안 전화를 드렸고, 친구 남편은 어머니께 따로 드릴 말씀도 없고 아내가 잘 챙기니까 믿거니 하면서 지낸 모양이다. 어느 날, 전화기 속 시어머니가 물으시더란다. “네 남편은 어떻게 엄마한테 전화 한 통 없냐”고.

“제가 이렇게 매일 전화 드리잖아요.” 이어지는 시어머니의 말씀.

“아들이 며느리하고 같니?”

물론 시어머니께 아들과 며느리가 결코 같은 무게일 수는 없겠지만, 전화 한 통화도 그렇게 구분을 하시는구나 싶으면서 순간 가슴이 싸늘하게 식어버리더란다. 그 이후 친구의 전화는 의무적이고 의례적인 절차로 변해갔고, 결혼 15년이 넘은 지금 시어머니는 아들의 목소리는 물론 상냥하고 다정한 며느리의 전화 목소리를 되찾지 못하셨다. 시어머니만 외로워지신 것이다. 그 한 마디에 뭐 그렇게까지…싶은가? 그래서 고부 관계는 참으로 어렵고 미묘하다. 같이 쌓아온 세월이 없는 상태에서 상처를 입게 되면 생각 밖으로 그 파장이 커져 돌이킬 수 없게 되기도 한다. 할머니들 말씀이 “사소한 말 한 마디가 가슴에 콕 박혀서는 평생 안 지워지는 거지”. 한 설문 조사에서 어르신들께 이 다음에 병수발은 누가 해줄 거라 생각하는가를 물었더니, 아들이 며느리보다 1.5배 높게 나왔다. 아들이 모신다 해도 실제 병 수발은 며느리 몫인데 '아들'이라고 대답을 하신 것이다. 이럴 때는 아들 부부가 일심동체(一心同體), 내 친구처럼 전화 한 통화에도 자신이 원하는 아들 목소리가 아니면 아들 부부는 엄연한 이심이체(二心二體). 시어머니들의 속내가 이러니 며느리들의 전화 스트레스는 오늘도 이어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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