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투명성, 다양성 관리에서
여성 이사의 참여는 필수적

2021년 3~4월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의 여성 사외이사 선임 현황. ⓒ여성신문
2021년 3~4월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의 여성 사외이사 선임 현황. ⓒ여성신문

올해 기업에서 여성이사가 크게 늘었다. 두꺼운 유리천장을 뚫기 시작한 여성이사의 증가는 여성의 성장과 투명 경영, 다양성 관리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2021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성 격차 지수는 156개국 중 102위로 역시 하위권이다. 특히 여성 고위임원 및 관리직 비율 부분이 134위로 가장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의 이사직 진출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또 경영의 투명성을 위한 견제와 다양성 관리에서 여성 이사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이 같은 변화는 법 개정에 의해 가능했다.

작년에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은 이사회를 한쪽 성만으로 구성할 수 없다. 이사회에 적어도 한 명 이상 여성이사가 있어야 한다. 내년 8월부터는 새 자본시장법이 시행된다. 100대 기업 여성 사외이사는 작년 35명에서 올해 59명으로 늘었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에서 여성 등기이사는 2019년 28명에서 2020년 49명으로 75% 증가했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올해 10대 그룹에서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 67명 중 여성은 28명으로 42%를 차지한다.

여성이사가 전혀 없던 현대자동차, LG, 한화, SK 등 대기업에서도 여성 사외이사를 속속 선임하는 모습에서 변화를 실감한다. 한 명이라도 고위직에 여성이 참여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에 도달하기 까지는 갈 길은 멀다. 유니코써치 분석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은 5%에 불과하다. 지난해 여성 이사 비율은 미국 500대 기업 28%, 스웨덴 24.9%, 영국 24,5%다.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이사회 여성 이사 40% 할당제를 의무적으로 실행해 목표를 이뤘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단법인 미래포럼(이사장 이혜경)에서 2013년부터 여성 임원 30%를 만들기 위한 ‘30% 클럽’ 논의를 시작했다. 2014년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이 10년 안에 여성 임원 30% 달성을 공표했고, 이듬해 풀무원 당시 총괄사장이 고위직 여성 비율 30%를 선언하며 30%클럽 캠페인을 이어갔다.

올해 선임된 신규 여성 사외이사 중에는 여성신문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지도자상’ 수상자인 4선 국회의원 조배숙 전 판사(삼성생명), 이인실 전 통계청장(한화생명), 조희진 전 서울동부지검장(GS건설)이 이름을 올렸다.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포스코), 김선희 매일유업대표(SK(주))도 사외이사가 되었다. 이밖에는 70% 정도가 교수 쪽에서 충원되었다. 여성 멘토로서 활약하며 늘 여성 1호의 별칭을 달고 살아온 분들이 여성 사외이사 1호로 참가하게 되었으니 앞으로 좋은 역할모델이 되리라 기대한다.

현재 여성 이사는 거의 홍일점 수준이지만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여성 이사의 참여가 많을수록 기업의 매출이 늘었고, 국민총생산도 늘었다는 실증 보고가 나와 있다.

기업에서는 ESG(envioronment, sustainability, governence) 경영이 화두다. 3월 31일 문재인 대통령은 상공의 날 기념사에서 올해를 ESG 경영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경영의 화두로 등장한 ESG 경영에서 여성의 참여 확대는 필수적이다. 투자사에는 여성 임원의 참여를 투자 결정의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하는 시대가 됐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대표는 다양한 구성원이 있는 조직이 동질적인 조직보다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투자 메리트가 높다고 말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와 협력이 필수다. 여성 사외이사로 시작된 변화가 여성 임원 30%를 확보하는 30% 클럽 캠페인으로 확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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