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 김밥은 내 마음대로 레시피다. 내용물은 두부와 달래 뿐. 들어간 거 달랑 두 가지인데 정말 맛나다. 두부 후라이팬에 부쳐서 달래장 만들어서 끼얹어 한소큼 졸인 것과 싱싱한 달래 한웅큼 집어 놓고 걍 말았다.달래가 톡톡 씹히면서 향이 입안 가득.
달래 김밥은 내 마음대로 레시피다. 내용물은 두부와 달래 뿐. 들어간 거 달랑 두 가지인데 정말 맛나다. 두부 후라이팬에 부쳐서 달래장 만들어서 끼얹어 한소큼 졸인 것과 싱싱한 달래 한웅큼 집어 놓고 걍 말았다.달래가 톡톡 씹히면서 향이 입안 가득. ⓒ박효신

이 땅의 봄은 꽁꽁 언 겨울을 어렵게 넘긴 생물들에게 한없이 베푸는 계절이다.

논둑, 밭둑, 들판 어디에고 흙 한 줌만 있는 곳이면 틈새 틈새에서 먹거리들이 쉼 없이 솟아오른다. 냉이, 달래, 민들레, 씀바귀, 고들빼기, 머위, 취나물, 돗나물, 쑥…

씨 뿌린 적 없어도 절로 자라 겨우내 허기진 우리의 입맛을 맛깔스럽게 바꾸어준다.

“도시 사는 사람들은 이 맛 모를 걸…”

도시인들에게 삶의 우월감을 느끼는 때가 바로 요맘 때이다.

교촌 부녀회장님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지도 않은 채 검은 봉다리를 내민다.

“뭐여?”

“달래…”

아… 달래…

달래는 봄나물로 새콤달콤 무쳐먹어도 좋고 달래 부침개 해도 좋고 달래 된장찌개 해도 맛나지만 그 다듬기가 참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인지라 게으른 나는 마당에 달래가 무성하게 자라도 선뜻 달려들지를 못하고 있던 터이다.

도시에서야 마트 진열대에 목욕재계한 뽀얀 달래가 진열되어 있겠지만

이곳 시골에서는 밭에서 바로 뽑아 흙을 뒤집어쓰고 있는 달래의 그 가느다란 몸 한 올 한 올을 다듬자면 ‘에고’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허지만 그 맛과 향은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지.

봉지 속 달래를 소쿠리에 쏟아 놓으니 양도 많지만 모양새가 뽀얗고 정갈하니 참 이쁘다.

“다듬은 겨?”

“씻었어 씻었어. 에구 수도 없이 씻었어.”

그냥 뽑아서 주기만 해도 감사한데 말끔하게 다듬고 깨끗이 손질한 달래라니…

“아니 이 어렵게 다듬어서 다 나 주능겨? 이잉… 어렵게 다듬은 거 자기나 먹지 나까정”

미안해서 감사해서 어쩔 줄 모르겠는데 “사랑하니까 좋아하니까…”란다.

이만큼 다듬으려면 한나절은 걸렸을 거다.

나는 황급히 떠나가는 부녀회장을 불러 세운다.

“잠깐 잠깐! 쑥버무리 다 됐으니까 가져 가.”

불에서 막 내려놓은 한 김 날아간 쑥버무리를 채반에 엎어 놓으니 김이 무럭무럭 향이 확 퍼진다.

“아, 맛있겠다.”

한 귀퉁이 뜯어 호호 불며 부녀회장님 한 입 나 한입 입 안에 넣으니 그 향이 기가 막히다.

“맛있네. 간도 딱 맞고…”

쑥버무리 뭉턱 떼어내어 봉지에 담아 보내고 달래와 쑥으로 점심 밥상을 차린다.

메뉴는 달래 김밥에 쑥국이다.

달래 김밥은 내 마음대로 레시피다. 내용물은 두부와 달래 뿐…

들어간 거 달랑 두 가지인데 정말 맛나다. 두부 후라이팬에 부쳐서 달래장 만들어서 끼얹어 한소큼 졸인 것과 싱싱한 달래 한웅큼 집어 놓고 걍 말았다.

달래가 톡톡 씹히면서 향이 입안 가득.

뜰에 나가 막 핀 홍매화 한 가지 잘라 접시에 얹어 멋을 부린다.

캬~ 오성급 호텔 명품 요리 부럽지 않다.

요새 웰빙 바람으로 허브가 인기이던데, 게다가 비싸기도 하던데 쑥이나 달래는 사실 우리나라의 대표 허브이다. 로즈마리 세이지 라벤더 못지않은 우리의 허브, 올 봄에는 완전히 공짜로 제공되는 허브들 실컷 먹어야겠다. 

박효신<br>
박효신<br>

*'풀각시'는 글쓴이 박효신의 블로그 닉네임입니다. 이번에 연재하는 [풀각시의 소풍]에서 소풍은 '박하지만 요롭게 살기'의 줄임말로, 필자가 마을가꾸기 사업을 이끌며 경험하고 느낀 농촌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도시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소박하지만 풍요로운' 삶과 정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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