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성희롱 폭로 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프랑스 언론인 산드라 뮬러, 최근 항소심서 승소
항소법원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고통 겪었더라도 
피해 폭로자의 행위는 선의로 인정돼야”
뮬러 “역사적인 날...여성을 위한 대의에 도움될 것”

ⓒAP/뉴시스·여성신문
2017년 프랑스에서 '미투' 운동의 물꼬를 튼 상징적인 여성 산드라 뮬러. ⓒAP/뉴시스·여성신문

2017년 프랑스 ‘미투’ 운동의 물꼬를 튼 여성 언론인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으나 승소했다. 가디언 등 외신은 “성희롱 피해자의 역사적인 승리”라며 주목했다. 

지난 2017년 10월(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언론인 산드라 뮬러는 트위터를 통해 프랑스 모 기업의 남성 임원 에릭 브리옹의 성희롱을 폭로했다. 뮬러는 트위터를 통해 “2012년 칸 영화제에서 만난 브리옹이 내게 ‘당신은 가슴이 크다. 당신은 내 타입이다. 내가 밤새도록 당신에게 오르가슴을 선사하겠다’라고 말해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다”고 썼다. 

그는 ‘당신을 괴롭힌 돼지 같은 놈을 고발하라(#balancetonporc)’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하면서 “돼지를 폭로하세요. 직장 내 성폭력 피해 경험과 함께 가해자의 이름을 공유해주세요”라고 썼다. 프랑스어로 ‘돼지(porc)’는 성적으로 행실이 바르지 못한 남성을 속되게 이르는 단어다. 

이에 트위터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여성들의 성폭력 고발이 잇따랐다. 2018년 7월까지 10개월 동안 ‘발랑스통포크’ 해시태그를 포함한 트윗은 90만개가 넘었다. 뮬러는 2017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오르기도 했다. 

수천명의 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프랑스발 '미투' 운동의 물꼬를 튼 산드라 뮬러는 트위터 해시태그 이름과 동일한 제목 '발랑톤포크'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FLAMMARION
수천명의 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프랑스발 '미투' 운동의 물꼬를 튼 산드라 뮬러는 트위터 해시태그 이름과 동일한 제목 '당신을 괴롭힌 돼지 같은 놈을 고발하라(Balance Ton Porc)'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FLAMMARION

대대적인 공격을 받은 브리옹은 2018년 1월 명예훼손으로 뮬러를 고소했다. 2019년 5월, 브리옹은 법원에서 자신이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다음날 사과했다고 밝혔다. 뮬러는 브리옹의 사과를 받은 적이 없고 자신의 커리어 역시 망가졌지만, “목소리를 낸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뮬러는 2019년 패소해 성희롱 폭로 트윗 삭제와 손해 배상 1만5000유로(약 1990만원), 소송비용 5000유로(약 663만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뮬러가 성희롱 주장에 대한 증거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패소 후 뮬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시대착오적 판결”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끝까지 싸워나갈 거다. 두려움이 이기도록 놔둬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파리 항소법원은 “브리옹이 산드라 뮬러의 폭로로 인해 고통을 겪었더라도 뮬러의 행위는 선의로 인정돼야 한다”라며 뮬러의 손을 들어줬다. 

뮬러는 트위터를 통해 “항소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라며 “이 결정은 내게 큰 안도감을 줄 뿐만 아니라 여성을 위한 대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오늘은 여성, 피해자, 프랑스를 위한 역사적인 날”이라고 덧붙였다. 

산드라 뮬러는 항소법원에서의 승리에 대해  ⓒ산드라 뮬러 트위터 캡처
산드라 뮬러는 항소법원에서의 승리에 대해 "내게 큰 안도감을 줄 뿐만 아니라 여성을 위한 대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드라 뮬러 트위터 캡처

뮬러의 변호사인 제이드 두셀슨도 “항소 법원은 피해자들, 목소리를 낸 모든 사람들, 진실을 말한 모든 사람들이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라며 “성희롱 피해자의 역사적인 승리”라고 기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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