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버스 전용좌석 탓에
혼자만 옆을 본 채 탑승한 휠체어 장애인
“장애인 차별”소송 제기...최종 승소
대법원 “버스 내 휠체어 전용좌석, 정면 보게 설치해야”

기자가 휠체어를 타고 승차한 버스에서 버스기사가 휠체어를 장애인석에 고정시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다른 승객처럼 버스 정면을 향해 착석할 수 있도록 버스에 전용공간을 설치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장애인 차별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장애인 김모 씨는 2015년 12월 휠체어를 타고 2층 광역버스에 올랐다. 그러나 휠체어 전용공간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다른 승객들과 달리 자신만 버스 정면이 아닌 측면을 바라본 채로 탑승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다른 승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등 차별을 당했다고 느꼈다. 

이렇게 버스에 휠체어 전용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는다면 ‘장애인 차별’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남들처럼 정면을 보고 앉을 수 있도록 버스에 일정 면적 이상의 휠체어 전용공간을 설치해야 한다는 판결이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일 김씨가 A 버스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A사를 상대로 위자료 300만원과 함께 길이 1.3m, 폭 0.75m이상의 휠체어 전용공간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에 따라 교통약자용 좌석 설치 시 길이 1.3m는 버스 진행 방향으로, 폭 0.75m는 출입문 방향으로 측정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1심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버스는 저상버스가 아니므로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 확보 의무가 없고, 교통사업자인 피고가 고의 또는 과실로 장애인인 김씨에 대해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해 차별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은 A사가 장애인 차별행위를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교통사업자는 장애인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이동 및 교통수단을 이용해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 및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A사에 30만원 배상과 버스에 휠체어 전용공간 설치를 명령했다.

대법원도 같은 요지로 판단했다.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도록 버스에 충분한 휠체어 전용공간을 설치해야 한다고 봤다. 단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에 길이와 폭 측정법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차별의 고의나 과실은 없다”고 판단, A사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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