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토론회 발언 논란 “폭력행위 진압 위해 경찰력 투입”
박영선 후보 측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사퇴해야"
정의당 “고인과 유가족에 상처 주고 명예 훼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용산참사 사건의 원인을 철거민들에 돌리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질타를 받았다. ⓒ뉴시스·여성신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과거 자신의 서울시장 재임 기간인 2009년 발생한 용산참사의 원인을 철거민들에 돌리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질타를 받았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측은 오 후보의 발언이 용산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을 모욕했다고 비난하며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오 후보는 31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공약을 보니 용산참사가 생각난다. 오 후보의 입장이 뭐냐”는 질문에 "그 지역 임차인이 중심이 돼서 시민단체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이 가세해 폭력적인 저항이 있었다. 쇠구슬인가 돌멩이인가를 쏘면서 건물을 점거하고 저항했다"며 "거기에 경찰이 진입하다가 생긴 참사다. 이 사고는 과도한, 부주의한 폭력 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 투입으로 생긴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것이 (용산참사의) 본질”이라며 “제가 (당시) 조문도 갔고 당사자들도 만났다”고 덧붙였다. 또 "사후 처리를 서울시가 맡아서 했던 것이라는 (사건의) 본질을 알고 계셔야 할 것 같다"고도 말했다.

다만 오 후보는 "임차인 권익이 최대한 보장되지 못하고 투쟁과 갈등이 나타난 건 분명히 시장이 책임을 느껴야 할 대목"이라며 "여러 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재개발이 꼭 필요해도 진행과정에서 임차인 권익이 최대한 보장되는 대로 했어야 바람직한 행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측은 오 후보의 발언이 용산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을 모욕했다고 비난하며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박 후보 캠프의 소상공인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오후 논평을 내고 “오세훈 후보의 반성 없는 오만한 행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라며 “용산참사는 서민의 삶을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개발만을 밀어붙였던 국가 폭력이 빚어낸 대참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와 유가족의 상처를 다시 한 번 헤집어놓은 망언에 대해 즉각 사죄하고, 후보직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박 후보 캠프의 전략본부장인 김영배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너무도 충격적 망언"이라며 "국민 목숨은 안중에도 없는 섬뜩한 권력자의 모습을 본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또 홍정민 민주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오 후보에게 집 잃은 철거민은 서울시민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냐"며 "인권 감수성도 약자에 대한 동정심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오 후보 발언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의당도 오 후보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서면 브리핑에서 “오 후보는 고인과 유가족에게 다시 상처를 주고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해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서울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시장 자리를 맡길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오 후보는 전날 서울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한 ‘2021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박 후보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오 후보는 "가슴 아픈 사건이었다"며 "일어나서는 안 될 참사가 일어난 것에 대해 당시 시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어 "뉴타운이나 재건축 재개발 사업은 현장에서 매우 큰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라며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당시 박 후보는 "거기까지 하라"라며 오 후보의 답변을 끊었다.

용산참사는 지난 2009년 1월 20일 새벽 서울시 용산 재개발에 반발하던 철거민 등이 망루 농성을 벌이던 중 경찰의 강제 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참사다. 참사에서 생존한 철거민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으로,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공권력의 과잉진압을 인정했다.

또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당시 수사기관의 무리한 진압과 편파 수사, 여론 조사 시도 등을 지적하며 철거민과 유족 등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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