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성추행으로 벌금형 받은 A씨
“‘추행’은 추상적 개념” 헌법소원
공공장소서 추행 처벌은 합헌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뉴시스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다른 이를 추행한 사람에게는 징역형 또는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헌재)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1일 A씨가 옛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에 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A씨는 지난 2017년 9월 서울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서 당산역 방향으로 진행하는 전동차 안에서 피해자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A씨는 옆자리에 앉은 피해자의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A씨에게 벌금 15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A씨는 상고하면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그러나 신청 및 상고가 모두 기각되자 지난 2019년 11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이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A씨는 성폭력처벌법 11조에서 말하는 ‘추행’은 추상적 개념으로서 다른 구성 요건을 함께 고려해야만 비로소 그 의미를 구체화 할 수 있다며 추행의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추행의 의미가 불명확해 가벌성이 무한히 확장되고, 범죄 의사가 없는 우연한 신체 접촉만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우려가 있는 만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나 헌재는 “추행의 개념 및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폭행·협박에 의하지 않은 추행 행위로서 형법상 강제추행으로 볼 수 없는 경우라고 해도 대중교통 등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의 일반적 특성을 이용해 이루어진 때에는 심판 대상 조항이 적용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행위가 심판 대상 조항의 ‘추행’에 해당하는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성별·연령·객관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되는 만큼 추행의 고의가 없는 우연한 신체 접촉만으로는 처벌 되지 않는다”며 “공공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강한 불쾌감과 수치심을 주는 행위로, 이 같은 행위를 형사처벌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은 중대한 공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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