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동아제약 앞에서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이 '동아제약은 채용성차별 해소 종합 대책 수립하고 내부 성차별을 점검하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3월 15일 서울 동대문구 동아제약 앞에서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이 '동아제약은 채용성차별 해소 종합 대책 수립하고 내부 성차별을 점검하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최근 동아제약 채용 성차별을 보면서 참 남성선호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면접자리에서 ‘남결출’(남자친구있어요? 결혼할 계획이 있나요? 출산계획이 있나요?) 질문이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지금까지도 상시적으로 등장해 여성노동계는 이 부분이 분명한 성차별이라는 것을 알려왔다. 그래서 기업들도 ‘남결출’을 질문하면 차별이라는 것 정도는 알 것이다. 그런데 ‘군대’ 질문이 나올 줄이야. 여성 1명과 남성 2명 총 3명이 면접 보는 자리에서 면접위원은 남성면접자에게 군대경험을 질문한 후 여성면접자에게 군필자를 임금 상 우대하는 것에 대해 질문하고 군대에 갈 생각이 있는지를 질문했다.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이후 채용 면접관들은 이런 궁금증을 갖고 이런 질문을 하고 싶어질 것이다. “도대체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다. 면접할 때 해도 되는 질문과 하면 안 되는 질문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정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발생한 문제일까? 적어도 필자가 찾은 자료를 보면, 고용노동부는 2007년 채용면접시 가이드라인을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고 2013년에는 모집·채용상 성차별 판단기준도 제시하고 있다. 2018년 금융권 성차별 이후에는 일자리위원회·관계부처 합동으로 ‘채용 성차별 해소방안’을 발표해 공공기관의 경우 ‘채용 프로세스 관리 표준 매뉴얼’을 도입해 인사담당자와 면접위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성차별 금지, 특정성 선호 경향 배제 방법 등을 교육하고 민간기업의 경우 ‘성평등 채용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유포하고 중견·중소기업 대상 블라인드 채용 컨설팅 추진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의 공통적인 내용은 이렇다. 면접시 인적사항과 직무사항 관련해 질문할 수 있으나 직무조건과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질문을 해야 하고, 성별에 따라 질문사항을 달리하지 않고, 직무와 관련이 없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해당면접은 법률/법무와 관련한 직무 면접으로 직무와 관련 없는 내용이었고, 성별에 따라 질문사항이 달라지는 명백한 성차별에 해당하는 질문이었다. 면접 자리에서 여성과 남성을 다르게 대우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지 않고, 공정성을 기하고자 한다면, 누구나 지킬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문화에서는 가장 지키기 어려운 가이드라인일 수도 있다. 한 취업포털(사람인)이 2019년 기업을 대상으로 ‘구직자 성별이 채용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기업의 60.7%가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고, 남성을 더 선호한다는 답이 68.4%로 나타나 여성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러한 남성선호는 구직자대상 조사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2020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취업 시 유리한 성별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44.8%가 ‘취업에 유리한 성별이 있다’고 답했고, 유리한 성별은 ‘남성’(84.3%)으로 ‘여성’(15.7%)보다 5.3배 많았다. 여성은 ‘남성’(94.7%)이 유리하다고 답했고, 남성 또한 ‘남성’(61.3%)이 유리하다고 답했다. 기업은 남성을 선호하고 있고, 구직자들도 이러한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인력의 남성 선호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모집채용공고 상에 성별을 구분하여 올리지 못하게 하고, 면접과정에서 성차별적인 질문을 하지 못하게 하면 되는 것일까? 일하는데 있어서 기업이 여성보다 남성을 더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피고, 그 선호의 차이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을 수정해나가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일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해왔던 ‘여성은 결혼하고 출산하면 일을 그만둔다, 아이를 돌보면서 회사에 헌신하지 않는다’는 통계적 차별을 수정하기 위해 여성이 수퍼우먼이 되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수퍼우먼만이 살아남을 수 밖에 없고, 여성에 대한 편견은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이제 일에 헌신하느라 돌봄무임승차하면서 일 이외의 삶을 꾸리지 못했던 남성의 삶을 다양한 무지개색으로 변화시켜낼 필요가 있다. 남성의 삶이 다양해진다면, 조직 헌신도를 기준으로 남성을 선호해서 여성을 차별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김양지영 여성학자
김양지영 여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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