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자의 K교육 클리닉]

데모크라시 프렙 차터 고등학교 설립자 세스 앤드류. ⓒ여성신문‧뉴시스
데모크라시 프렙 차터 고등학교 설립자 세스 앤드류. ⓒ여성신문‧뉴시스

‘데모크라시 프렙 차터 고등학교(Democracy Prep Charter High School)’는 범죄·마약 문제가 끊이지 않는 지역인 뉴욕 할렘가에서 철저한 한국식 교육으로 ‘할렘의 기적’을 이루고 있다. 설립자 세쓰 앤드루(Seth Andrew)는 천안의 한 중학교에서 원어민 영어 강사 시절 가난해도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는 한국 교육열에 감동했다. 미국에 돌아와 2005년에 데모크라시 프렙 차터 스쿨을 설립하고, 2013년 자신의 고향 할렘에 데모크라시 프렙 차터 고등학교를 세웠다. 할렘의 가정엔 대학에 가는 사람도 없고, 갈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 교훈은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가서 세상을 변화시키자!(Work Hard, Go to College, Change the World!)’이다.

차터스쿨은 정부가 지원하는 자율형 공립학교로서 학교장의 재량으로 운영된다, 이 학교는, 99%가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들이고, 저소득층 가정(85%)에 편부모 가정(75%) 출신이다. 보통 미국 고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인데, 이 학교는 오전 7시 45분부터 오후 5시15분까지 빡센 수업을 하고, 방과 후 한국무용, 태권도, 운동 등 특별활동과 보충수업이 오후 7시까지 열린다. 성적이 저조하면 토요 자율학습도 한다. 고교 4년간 한국어 필수과목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각 교실은 숫자가 아닌 명문대 이름을 따서 ‘예일', ‘하버드' 등으로 지어 대학진학에 대한 동기부여를 주고 있다. 

지난 2019년 9월 23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뉴욕 데모크라시 프렙 차터 고등학교를 방문해 한국어 수업 수강 학생들에게 인사말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지난 2019년 9월 23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뉴욕 데모크라시 프렙 차터 고등학교를 방문해 한국어 수업 수강 학생들에게 인사말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한국어를 필수과목으로 채택한 이유

한국어 채택 이유는, 첫째, 어려운 한국어 공부를 함으로써 뭐든 할 수 있다는 체험으로 도전과 모험심을 자극하고, 둘째, 차별성 있는 학생으로서 대학으로부터 좋은 인상을 받아 대입합격률을 높이고, 시장성 높은 사회진출을 돕기 위해, 셋째, 한자를 사용하는 중국어나 일본어에 비해 글자와 소리를 바탕으로 하므로 4년 내 습득 가능한 점, 넷째, 교육을 통해 전쟁 폐허에서 재건에 성공한 한국을 롤 모델로 이어받아 학생들과 할렘 지역사회가 성장하고 발달해 나가기를 바라는 뜻이 함축돼 있다. 처음엔 한국어 교육에 대해 반발이 심했으나 교육 효과가 눈에 띄게 보이자 학생들과 부모들로부터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K교육의 기적

이 학교의 학업성취도는 기하학 100%, 화학 90%, 역사 93%, 대수학 100%, 생물학 100%로서 할렘가는 물론 뉴욕 8학군으로 불리는 웨스트체스터 카운티(80%, 80%, 78%, 75%, 83%)보다 월등히 높다.

2017년 첫 졸업생 중 하버드대에 합격하는 등 적잖은 명문 아이비리그대 진학률과 함께 학생들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학생 샤이 엔은 “교육을 강조하는 부모님과 선생님을 존경하는 한국의 가치관이 좋다”고 말한다. 이정진 한국어 교사는 “학생이 직접 성공을 경험해보는 것은 중요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덧붙였다.

설립자 앤드루는 할렘 출신으로서 브라운대와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교육으로 성공 아이콘이 된 한국처럼, 할렘의 학생들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한국어와 한국의 예절 문화교육을 통해 한국적 가치관을 심어주고, 엄격한 출석, 단정한 복장, 분 단위로 쪼개어 진행된 빽빽한 수업과 늦은 시간까지 진행된 학업시간 관리와 같은 한국식 생활지도에 학생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합쳐져 높은 학업 성취를 이루게 됐다”고 한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졸업 축사를 하고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도 이 학교를 찾아 격려했다.

한국에서는 지나친 사교육의 폐단으로 한국교육의 장점을 돌아볼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어려운 지금, 우리의 강점을 찾아 자부심을 갖고 재도약의 원동력으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K교육 기적 사례를 나눠본다. 

황은자(베로니카) H&C 교육컨설팅 대표
황은자(베로니카) H&C 교육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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