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깃털에 얽힌 상상의 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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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이가 보는 그림책 중에서 좋아하는 그림책이 있는지? 좋아하는 그림체가 있는지? 두고두고 펼쳐보는 그림책은 결국 읽어주는 사람도 좋아하는 책이라는 것, 그래서 그림책을 고를 때 읽어주는 사람도 좋아하는 책으로 골라야 한다는 것. 엄마들은 이런 사실을, 굳이 저명한 그림책 편집자의 얘기를 빌리지 않아도 경험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집에 있는 그림책들의 그림들을 한번 살펴보자. 30여쪽의 얇은 책이지만, 그림들이 얼마나 다른지 놀랄 것이다. 영유아 그림책은 주로 형태와 색, 선을 단순화시켜 도안한 것이 많다.

6, 7세 이상 그림책은 사진, 회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기법이 많다. 재료와 삽화가의 개성에 따라 펼쳐내는 스펙트럼이 매우 화려하다. 이 가운데 창작 그림책들은 더욱 눈에 띈다.

창작 그림책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민화나 산수화를 끌어들이기도 하고, 클레이 애니메이션처럼 지점토로 된 인형으로 연출하거나, 이 땅의 풀과 벌레, 동식물들을 세밀화로 그리는 등 새로운 시도와 노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풍의 그림책밖에 본 적이 없다면 시선을 돌려보자. 선택의 폭은 아주 넓다. 특히 보리출판사의 보리 아기 벽그림이나 계절 그림책 같은 세밀화 그림책들은 아이들의 관찰력뿐 아니라 주변의 작은 것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그림책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세밀화보다는 선과 구도를 삽화가의 관점에서 마음껏 과장하고 왜곡하는 그림체를 좋아한다. 이런 점에서 2002년 보림출판사의 창작 그림책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은 <감기 걸린 날>은 아주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눈 오는 날 오리털 파카를 선물받은 여자아이가 잠들기 전 삐져나온 깃털 하나를 본다. 아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쌍꺼풀 진 큰 눈에 굽실거리는 머리카락의 여자 캐릭터들과는 대조적으로 생겼다.

푸실푸실 날리는 단발머리에 두 눈은 점만 콕콕. 아이는 깃털이 뽑힌 오리들이 추울까 새 옷에서 깃털을 뽑아 오리들에게 하나하나 심어준다. 그런 아이의 마음이, 엷은 농도의 초록, 파랑, 빨강, 노랑의 단순한 색과 연필선, 그리고 여백에 담겨져 있다. 보고 있노라면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소박한 글과 그림이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절대로 심심하지 않은 이유는 오리의 깃털 하나에서 시작되는 작가의 깜찍하고도 예쁜 상상력과 그림의 장면 구성력 때문이다. 다양한 앵글과 원근, 구도로 우리 눈의 제한된 시점을 마음껏 변화시켜 보여준다. 특히 아이가 흰 눈 쌓인 산을 오를 때, 아이와 산을 뒤덮은 다홍색 하늘은 작가의 상상력과 따스한 마음이 빛나는 대목이다. 그래서 가냘프고 작고 예쁘장하지 않은 이 여자아이는 그림책 마지막 장을 덮고도 오래오래 기억이 나고 보고 싶어진다.

김동수 글·그림/ 보림

김은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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