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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사회속에 인간의 삶은 매우 다채롭고 다양화되고 있는 것 같

지만 오히려 단순화될 가능성도 크다는 견해가 있다.

루퍼드 머독에 의해 우리에게도 불과 2년 앞으로 다가와 있는 위성

방송의 경우를 보자. 어느날 갑자기 미국방송만 40개이상의 채널을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은 당연히 채널의 다양화이다.

그러나 40개 채널이 는다고 해서 사람들의 삶의 시간이 하루 24시

간에서 48시간이나 72시간으로 확장되지는 않는다. 결국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몇개의 채널에 집중하게 되고 여타 채널은 묵살될 수

밖에 없다. 그중 어느 프로가 어떤 의미에서도 탁월하다면 시청자

상당수는 그 프로에 의해 더 단순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때문에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내는 세계의 동시화와 통합화

는 두가지의 새로운 철학적 과제를 제기한다. 하나는 집중화에 의한

단순성이고 또 하나는 이긴 자가 전부 가지는 사회라는 것이다. 영

화 '쥬라기 공원'이 이 현상을 잘 설명해준 첫 사례였는데, '쥬라

기 공원'은 전세계 영화시장과 어린이들의 캐릭터 시장을 1년이상

독점적으로 휩쓸었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미국 상원 청문회에 불려 갔다.

여타 컴퓨터회사들이 윈도95 컴퓨터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한데

묶어 팔므로써 소프트웨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제소를 했기 때

문이다. 그러나 상원에서의 빌 게이츠 답변은 전혀 다른 관점의 것

이었다.

“나는 독점을 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 끊임없이 더 앞으로

나아가는 최선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으면 살아날 수가 없을 뿐

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의 부와 성공은 그 어느날 순식간에 제

로가 될 수도 있다.”

이 대답은 이긴 자가 전부를 가지긴해도 그것이 계속해서 보장되는

가치나 재화가 아니라는 이 시대의 기이하고 혼란스러운 새 질서를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단순화가 있고 이긴 자가 전부 가지는 증상이 있기

는 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사뭇 다르다. 같은 방송의 경우를 보자.

공영성 지상파 방송 3개가 있는데 이들은 뉴스시간만 빼고 모든

프로를 연예인들이 독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연예오락프로그램으

로서의 단순화로서는 성공적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

연예오락프로그램의 막강한 사회화는 여타 장르도 대부분 장악하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연극을 성공시키려면 TV드라마 탤런트를 모셔

와야 한다.

각종 사회운동적 이벤트를 성사시키려면 TV사회를 보고 있는 코미

디언이나 개그맨이 필요하다. 베스트셀러를 만들려면 역시 연예인

이야기를 다루거나 아예 그들의 성공담을 써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선거후보를 내세우거나 국정운영을 모양낼때에도 연예인이나 TV프

로에 자주 등장한 인사만이 만들 수 있다. 그러니까 오늘의 한국사

회는 TV에 나오는 연에인들이 모든 것을 가지는 형국이 된 것이다.

이것은 한국적 정보화사회의 증상일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

다. 비록 단순화·집중화가 이 시대의 피할 수 없는 맹점이라 하더

라도, 그것이 겨우 오락적, 상업적 제품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그 나

름대로 메시지의 다양성과 기술적 질의 경쟁은 계속하고 있다는 최

근 지향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국의 연예인 독점사회

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메시지로 살아가기에는 세상이 그렇

게 가볍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한국 TV프로그램의 지식과 관점으로 이 변화하는

혼란의 세계를 살아갈 것인가. 이런 반문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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