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분리배출 품질 안 높이면 재활용 효율 ↓
시민 실천에만 기대면 안돼...기업·국가 노력 중요”
12월부터 단독주택도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홍보·품질 개선 노력 필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제도 ⓒPixabay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제도 의무화 3개월째. 제도를 알고 있는 주민은 많지 않다. ⓒPixabay

공동주택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석 달째. 아직도 정확한 분리배출 방법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다른 플라스틱과 뒤섞어 버리는 경우도 많다. (관련기사 ▶ 정부는 잘 된다는데...투명페트병 분리배출제 3달, 현장은 엉망 www.womennews.co.kr/news/209524)

전문가들은 수거 품질 점검을 강조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아직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정부·지자체 “분리배출 세부 점검은 아직”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2월18일 오후 경기도 오산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함께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2월18일 오후 경기도 오산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함께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

정부와 지자체는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현장을 꾸준히 점검하고 있다. 단 제대로 분리배출되고 있는지 '품질 점검'까지는 하지 않고 있다.

김선호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자원순환과 담당자는 “지난해부터 포스터 및 안내문 부착, 홍보영상과 SNS 챌린지 등을 통해 분리배출 제도를 알리려 노력해 왔지만, 아직 주민들이 잘 모르다 보니 기존 습관대로 버리는 경우가 많다. 생산 방식 차이 때문에 함께 재활용되지 않는데도 투명한 플라스틱과 투명페트병을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유용호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주무관은 이달 이후부터 구체적인 분리배출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수거 품질을 향상하는 방법을 계속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일반 국민이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에 대해 잘 알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수거 품질을 높이기 위해 분리배출 도우미를 현장에 추가로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분리배출 도우미' 제도는 지난해 분리배출 사업 시범 단계에서 운용됐다. 시민들에게 분리배출 방법을 안내하고 수거 단계에서 최종 품질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 인력이다.

환경부가 배포한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용 봉투(왼쪽)와 어느 공동주택의 페트병 별도수거함 ⓒ환경부
환경부가 배포한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용 봉투(왼쪽)와 어느 공동주택의 페트병 별도수거함 ⓒ환경부

 

전문가들 “분리배출 품질 안 높이면 재활용 효율 ↓
시민 실천에만 기대면 안돼...기업·국가 노력 중요”

 

전문가들은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품질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으면 재활용 품질이 낮아진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신우용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생수병과 음료수 페트병 외에도 세제, 화장품, 의약품 용기 등이 함께 배출되고 있다. 재활용하는 생수병에 화학물질이 섞이면 매우 유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우 저탄소자원순환연구소 소장도 “페트병 표면의 라벨이 충분히 분리되지 않는 등 분리배출 세부 사항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며 다른 플라스틱이나 재활용품과 뒤섞이지 않아야 재활용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최종적으로 재활용 업체에서 품질을 점검하고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봤다. 홍 소장은 "경비원에 의존하는 시스템은 한계가 있다"며 "재활용품 수거 업체에서 관리 인력을 파견해 투명 페트병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안내해주는 게 제일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시민들의 자발적인 실천에만 기대서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소비자, 정부기관 모두 분리배출에 동참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컨대 음료 페트병 분리배출이 손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페트병 재질을 통일하는 식이다. 

상표띠가 없는 일명 ‘무(無)라벨’ 제품 ⓒ롯데칠성음료·GS리테일<br>
최근 원활한 재활용을 위해 투명페트병에 상표띠를 없앤 ‘무(無)라벨’ 제품 생산도 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GS리테일
독일에서는 페트병을 판매점으로 회수하는 보증금 제도를 운용해 페트병 수거율을 높였다. ⓒAlamy
독일에서는 페트병을 판매점으로 회수하는 보증금 제도를 운용해 페트병 수거율을 높였다. ⓒAlamy

독일은 2003년부터 일회용 페트병 하나에 우리 돈으로 약 300원씩 가격을 매겨 페트병이 판매점으로 다시 회수될 수 있게 보증금 제도를 운용했다. 이후 3년만인 2006년 독일 내 일회용 페트병 수거 비율은 98%에 이르렀다. 

박상우 소장은 "국민에게만 분리배출 협조를 요구하는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리배출을 실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실질적인 재활용을 통해 생산자에게 고품질 원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며 "국민에게만 협조를 요구하는 것은 정책수단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다. 분리배출의 양적·질적 수준을 담보할 수 있는 의무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2월부터 단독주택도 투명페트병 분리배출...홍보·품질 개선 노력 필요

 

올해 12월부터는 공동주택뿐 아니라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 등에서도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이 의무화된다. 올바른 분리배출제도 안착을 위해 홍보와 주민 인식 개선 노력이 중요하다. 

맹성호 한국페트병재활용협회장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도 분리배출 통제가 어려운데 단독주택 등 일반 주택은 더 힘들 것"이라며 "언론과 지자체에서 많이 홍보해야 하고 주민들에게 분리수거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우용 사무처장도 "제일 중요한 게 홍보"라며 국가 단위나 광역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제도 홍보를 자치구, 동 단위로 더 세부적으로  전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마을 모임에서 주민들끼리 지속해서 이야기하는 등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에 관한 소통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환경 기획 지못미] 한국 사회가 직면한 기후위기를 짚어보고, 소비자와 기업, 정부와 지자체의 목소리를 듣는 ‘지구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지못미)’ 기획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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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명페트병 배출 엉망인데...정부·지자체 “품질 점검은 아직” www.womennews.co.kr/news/209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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