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모피'는 싸모님들만의 필수품인가? 한때 모피는 사치 리스트의 1순위를 차지하면서 동물보호단체의 반대운동에 주눅들었던 구박받는 소재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불황에도 꿈쩍않는 부(富)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 더불어 인조모피도 주목받고 있는데,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페이크 퍼(가짜 털, fake fur)와 모헤어(mohair)다.

페이크 퍼는 봉제인형의 원단을 비롯하여 각종 생활소품들의 재료로 쓰이고 있다. 사실 용도만 보더라도 페이크 퍼가 갖고 있는 질감과 색감은 천연 모피와 매우 다르다. 오히려 인공적이고 과장된 느낌 때문에 매력적이다.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또 다른 재료는 모헤어다. 모헤어는 앙고라 산양의 털을 지칭한다. 그러나 실제 앙고라 산양의 모헤어는 상당한 고가이므로 요새는 각종 동물의 털이나 합성섬유로 만든 질 좋은 인조 모헤어들이 많이 나와 있다. 모헤어는 주로 니트를 만드는 모사의 재료로 쓰인다. 솜뭉치처럼 잘 뭉쳐지는 특성 때문에 어떻게 손질하느냐에 따라 질감이 매우 다양해진다.

페이크 퍼와 모헤어는 뚜렷한 질감 차이를 지닌다. 페이크 퍼는 결이 고르고 가지런하며 부드럽고 동화적인 느낌이다. 반대로 모헤어는 거칠고 불규칙하며 장난스러운 느낌이 든다(물론 제조방법에 따라서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원단 모두 밋밋한 의상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는 훌륭한 아이템이다. 특히 펑키한 느낌의 소재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실제로 힙합 패션에서는 페이크 퍼를, 펑크 패션에서는 모헤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스타일에 따라 알맞는 아이템으로 활용 가능하다.

사실 퍼나 모헤어는 점잖은 스타일을 선호하는 이들에겐 상당히 부담스러운 소재다. 그러나 늘상 입는 밋밋한 옷이 지루하고 재미없다면 이들 소재가 트리밍 된 가방이나 외투 깃의 장식으로도 즐거운 변화를 줄 수 있다. 동대문 의류 상가에 가면 저렴하고 다양한 이러한 페이크 퍼, 모헤어 장식 소품들이 많이 나와있다. 애꿎은 옷 탓만 하지 말고, 올겨울 심심한 나의 패션에 발랄한 털을 입혀보자. 단, 이 원단들이 워낙 정전기가 많이 일어나므로 스프레이식 정전기 방지제도 반드시 함께 구입하자.

주우미 객원기자zynn_peach_g@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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