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처벌법’ 24일 국회 본회의 통과
“제대로 된 스토킹처벌법 필요”

살인까지 이어지는 스토킹이 단순 경범죄로 취급되면서 처벌은커녕 제대로 신고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의전화는 24일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에 대해 “현재 법률안으로는 피해자 보호와 인권 보장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제대로 된 스토킹처벌법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스토킹을 범죄로 규정하고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의미가 있겠으나, 그간 미투운동으로 터져 나온 여성들의 목소리와 시민사회가 쌓아온 논의에도 불구하고 고작 이런 누더기 스토킹 처벌법을 얻기 위해 22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020년 12월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과 10여개의 국회의원 발의안을 검토해 제정된 스토킹처벌법은 정부 및 입법부가 여전히 여성폭력 범죄로서 발생하는 스토킹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법률안의 제1조 이 법의 목적을 정의한 목적조항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의전화는 “법률안은 스토킹 처벌법의 목적이 ‘피해자를 보호하고 건강한 사회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건강한 사회질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질서인가?”라며 “스토킹처벌법의 목적은 ‘건강한 사회질서’가 아닌 피해자의 자유와 인권 보장이 최우선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률안은 스토킹 ‘행위’와 스토킹 ‘범죄’를 구분함으로써 피해자를 ‘스토킹 행위의 상대방’과 ‘피해자’로 구분 짓고 법이 보호하는 피해자를 한정적으로 규정했다”며 “피해자의 동거인, 가족 역시 스토킹 범죄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은 그동안 수많은 통계와 사례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고 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번 법률안이 언뜻 동거인, 가족을 피해자의 범주에 포함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을 스토킹 ‘행위’의 대상으로만 규정할 뿐 실질적인 보호조치는 어디에도 없다”며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사람만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로 인정하겠다는 인식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률안에 따르면 1)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2) 정당한 사유 없이 3)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스토킹 ‘행위’가 4)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질 때만 스토킹 ‘범죄’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발생하는 범죄는 없고, 그 범죄는 어떠한 사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단 한 번의 행위만으로도 피해자는 공포나 불안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포와 불안을 느껴야만 피해로 인정하는 것은 피해자다움에 대한 강요”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외에도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의 특성상 피해자의 입을 막는 반의사불벌 조항의 존속,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의 부재,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위한 지원제도 미비 등 현재 법률안으로는 피해자 보호와 인권 보장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법안을 마련하고자 했던 정부와 입법부는 무엇보다 여성폭력 범죄로서 발생하는 스토킹 범죄의 본질과 피해자의 인권 보장 및 자유로운 일상회복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을 염두에 두었어야 했다”고 밝혔다.

국회는 이날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스토킹 처벌법)을 재석 의원 238명 중 235명의 찬성(반대 0명, 기권 3명)으로 가결했다.

스토킹 처벌법은 범죄에 해당하는 스토킹 행위를 규정해 처벌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이나 가족에게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영상 등을 도달케 해 불안감을 유발하는 행위 등으로 명시했다.

이 같은 스토킹 행위를 지속적 혹은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 스토킹 범죄로 처벌받는다. 스토킹 범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만약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형량이 가중된다. 스토킹 처벌법은 필요한 경우 경찰이 ‘100m 이내 접근금지’ 등 긴급조치를 한 뒤 지방법원 판사의 사후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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