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각시의 소풍] ①

*‘풀각시’는 글쓴이 박효신의 블로그 닉네임입니다. 이번에 연재하는 [풀각시의 소풍]에서 소풍은 ‘박하지만 요롭게 살기’의 줄임말로, 필자가 마을가꾸기 사업을 이끌며 경험하고 느낀 농촌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도시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소박하지만 풍요로운’ 삶과 정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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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신

읍내 볼 일이 있어 나가는데 차 엔진소리가 이상하다.

소리가 점점 커진다.

수명이 거의 다되어가는 차라 ‘이러다가 터져버리는 거 아냐?’ 불안하여 볼 일을 미루고 단골 자동차 정비소로 갔다.

시간이 좀 걸린단다. 차를 맡겨 놓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시골버스는 내리는 사람이나 정류장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면 통과 통과,

버스는 몇 정거장을 통과하며 예산 국화시험장 정류장 앞에서 좌회전, 울 동네 대흥으로 향하는데, 좌회전 하여 1km키로 쯤 갔을까….

기사 아저씨가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나에게 묻는다.

“국화시험장 정류장에 사람 하나 앉아 있었지 않았슈?”

“모르겠는데요…”

“음… 일어나는 거 같았는데…”

내 뒤 아줌마에게 다시 묻는다.

“아줌마, 사람 있지 않았어요?”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어서 못봤는데… 사람이 있었나?”

“맘에 걸리네…”

망설이던 기사 아저씨.

“돌아가 봐야 될 거 같은디… 영 맘에 걸리네.”

차 안에 손님들은 열 명 남짓. 손님들 왈,

“그렇게 하슈.”

돌아가봐야 한다는 버스 기사나 그렇게 하라는 손님들이나…

나는 혼자 웃는다.

내가 사는 대흥은 예산 내에서도 변두리라 읍내에서 대흥 쪽으로 가는 버스는 배차 간격이 한 시간 쯤 된다. 차 한 대를 놓치면 다시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버스를 기다리는 심정 기사도 손님들도 아는 것이다.

차는 유턴을 하여 반대 차선으로 되돌아간다. 지나쳐 온 정류장으로 가려면 다시 반대 차선으로 들어서야 하니 한 2키로 쯤 가서 다시 유턴, 국화시험장 앞으로 다가가니 정말 여자 한 분이 정류장 부스 안에 앉아 있다.

“정말 한 분이 앉아 있네…”

정류장에 버스가 정차 했다.

그런데 이 차를 탈 사람은 아닌가보다. 그냥 앉아 핸드폰만 들여다 보고 있다.

“이 차 손님은 아닌가벼.”

정차했던 버스는 다시 출발, 차 안 손님들에게 미안했는지 기사 아저씨가 겸연쩍어 한다.

“아까 벌떡 일어나는 거 같았는데… 계속 맘에 걸려서…”

손님들이 그런 기사 아저씨의 맘을 달래준다.

“잘 하셨어.”

“아저씨 대단하시다.”

갈 길이 지체되었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버스는 다시 딩동딩동 정류장마다 부저를 울리며 시골길을 달린다.

이래서 여기 사는 게 좋다. 

박효신

*필자 박효신은 한국일보 기자, 여성신문 편집부장, 한국광고주협회 상무 등 35년 동안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2003년 충남 예산군 대흥으로 귀향해 2010년까지 7년 동안 농사만 짓다가 2011년부터 마을가꾸기 일을 주도해오고 있다. 그동안 여성신문에 ‘당신의 경쟁력 자신 있습니까?’, ‘풀각시의 시골살이’ 등의 칼럼을 연재해 책으로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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