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3명이 숨진 애틀랜타의 '골드 스파'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그림과 꽃들이 놓여 있다. ⓒAP/뉴시스·여성신문
1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3명이 숨진 애틀랜타의 '골드 스파'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그림과 꽃들이 놓여 있다. ⓒAP/뉴시스·여성신문

‘애틀랜타 반아시아 증오 범죄 총격사건’은 시작의 종이었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비교적 조용했던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 스톡턴에서도 운행 중이던 차에서 총이 발사돼 길가던 시민 5명이 총에 맞은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시각 어제 22일 콜로라도 덴버의 한 마켓에서 총기난사로 10여명이 사망했다. 총기소지가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에서 가장 위협적인 것이 총격사건이다.

같은 날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2건의 아시안 증오 범죄가 있었다. 실제로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과 다른 가족의 안전이 걱정스럽다. 많은 사무실과 관광객들로 상주인구가 많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대낮에 연이어 두 차례 사건이 30분 이내에 발생했다. 용의자는 83세 아시아계 남성을 폭행하고 도주하다가 76세 아시안 여성을 또다시 공격한 사건이었기에 우리는 또 다른 팬데믹의 패닉상태에 빠졌다. 비교적 아시안이 밀집해 살고 있는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5 마일도 채 안되는 거리에 사는 절친은 수시로 신변의 안전을 묻고 있다.

코로나 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작년 3월 중순 이후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아시안 혐오와 공격이 계속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한 바이러스’, ‘중국 바이러스,' ’쿵 인플루엔자’ 등으로 칭하며 혐오 감정을 부추겼다. 아시안이 밀집해 사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히스패닉계의 감염이 폭발적이고 아시안 밀집 지역은 최저 수준인데도 아시안이 인종차별 혐오 범죄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은행에서 돈을 입금하려고 줄을 서고 있던 아시안 남성을 무장강도 4명이 폭행하고 돈을 빼앗거나 차이나타운에서 아침 산책 중인 90대 노인을 밀치고, 마켓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힘없고 약해 보이는 아시안 여성이나 노인 등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우버 기사로부터 승차 거부를 당하거나,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고 아시안 주인에게 혐오 발언과 침을 뱉는 사건도 있었다. 심지어 고교 온라인 수업 중 교사가 아시안을 비하해 찢어진 눈(slant-eyes)으로 표현하는 등 증오 현상이 만연해 있다.

17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일대에서 연쇄 총격사건이 발생해 8명이 숨졌다. ⓒAP/뉴시스
17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일대에서 연쇄 총격사건이 발생해 8명이 숨졌다. ⓒAP/뉴시스

한인 타깃 15%, 1일 1건 ‘나도 표적될 수 있어’

아시아계 인권단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19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약 1년 동안 미 전역의 3,795명의 아태계 미국인들이 인종차별과 증오 범죄를 당했고, 미국 주요 16개 도시에서 아시안 증오 범죄(122건)는 전년(49건) 대비 149% 증가했다. 한인 대상 증오 범죄는 미 전역에서 최소 1일 1건 이상 발생했으며, 실제 보고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훨씬 많은 피해자들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중 캘리포니아가 40%를 차지하고, 중국계 42.2%, 한인계 14.8%, 베트남계(8.5%), 필리핀계(7.9%), 일본계(6.9%) 순이며, 피해자의 68%가 여성이고, 피해장소는 직장 내(35.4%), 거리(25.3%), 온라인(10.8%) 등이며, 언어폭력(68.1%), 서비스 기피(20.5%), 물리적 폭행(11.1%)의 형태로 집계됐다. 미행 강도나 ‘묻지 마 폭행’이 많은 것이 특이점이다.

“멍청한 중국인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중국인 혐오 욕설을 하지만, 이번 애틀랜타 사건의 피해자들이 누군가의 엄마이자 이모이며 할머니인 평범한 이웃들이었다는 점에서 ‘나 자신이나 누구’라도 증오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충격이다.

뉴욕시의 범죄율이 전년 대비 2월 범죄율 26.5% 많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안 겨냥 증오 범죄는 오히려 증가했다. 또 총기관련 사건도 증가했다. 지난해 2월 44건 발생했던 총기관련 사건은 올해 77건으로 늘어 전년대비 75%나 껑충 뛰었다. 더못 셰이 뉴욕시경국장은 “뉴욕시의 아시안 증오 범죄와 총기 관련사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연방 및 주정부와 긴밀히 협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팬데믹 공포 이상의 아시아 혐오 범죄 이제 그만!

다행히 이런 수치스러운 혐오 범죄를 막기 위한 노력이 사회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인 단체와 언론은 정부에 인종차별과 혐오 범죄를 엄단하기 위한 법제화와 캠페인에 나섰고, 아시아계 여성정치인과 언론인들도 여론 형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 언론인 협회’는 ‘언론지침'을 내거나 증오 범죄 대처 책자도 배포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바이든 행정부가 1월 취임 첫 주에 모든 미국인의 인권 존중과 함께 아시아계에 대한 지지, 인종차별주의와 외국인 혐오 근절을 선언하고, 애틀랜타 사건 관련 연방의회 증오범죄법 신속 처리를 촉구했다고 하지만,  증오범죄가 총격사건으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안일하게 풀어주었던 ‘총기소지 규제법'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언제 어디서 돌발적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총격사건 불안에 떨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은 우리를 생존의 공포로 몰아넣었지만 격리와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으로 최소한의 생명유지가 보장됐다. 그러나 지금 이시간  미국에서 겪고 있는 증오 범죄의 총격사건은 개인의 노력으로 해소될 수 없어 무력감과 함께 그 이상의 생명 위협을 받고 있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세계를 이끌어가는 최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다민족 국가로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와 보편적 인권 가치를 지키는 국가가 되고자 노력해 왔다. 이런 가치를 향한 노력 덕분에 미국은 세계를 이끌어가는 자격에 접근해갈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백인우월주의의 득세로 인종차별과 혐오의 민낯을 보이고 말았다. 이제 바이든 시대를 맞아 미국의 탈 트럼프 하려는 노력은 총기규제를 시작으로 국민의 안전을 우선시 하는 것에서 시작돼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결실을 보는 인종 간의 화해와 평화의 시대가 펼쳐지기를 바란다.

황은자(베로니카)
황은자(베로니카)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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