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23일 홈페이지에 사과문 게시
"성차별 면접 질문 있었다" 인정
피해자 "화해의 의미로 책 보내니
사장·인사팀장 꼭 읽었으면"

피해자는 23일 자신의 브런치 계정에 입장문을 게시했다. ⓒ브런치

동아제약이 결국 과거 채용과정에서 발생한 성차별을 거듭 인정·사과했다. 피해자는 동아제약의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사측에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을 보낼 테니 꼭 읽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와는 별개로 동아제약의 채용 성차별은 고용노동부의 조사와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23일 동아제약이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한 이후, 피해자는 이날 자신의 브런치 계정에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피해자입니다4'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번 사과문도 할 말은 많지만, 굳이 하지는 않겠다. 동아제약의 사과를 받겠다"며 "화해의 의미로 동아제약 면접을 보던 날인 2020년 11월16일 '타임지 100권'에 선정된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최호진 사장에게 보낸다. 꼭 한번 읽어보고, 다 읽으면 인사팀장에게도 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는 잘못을 한 쪽과 사과를 받는 다른 한쪽 간의 화해만이 있을 뿐 동아제약의 과오에 대한 면책을 의미하지는 않으므로, 동아제약은 제가 사과를 받는 것과는 별개로 고용노동부의 조사는 받아야 하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하며,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비록 저와 동아제약 간의 일은 이것으로 마무리되지만, 저는 제 또래의 김지영들을 위해, 그리고 제가 아끼는 후배들과 동생들을 위해 국가로부터 '면접 과정상의 성차별 질문 또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라는 것을 인정받고자 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계속해서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23일 동아제약 홈페이지에 사과문이 게재됐다. ⓒ동아제약

한편 동아제약은 이날 최호진 사장 명의로 '차별 없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습니다'는 제목의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동아제약은 "2020 하반기 채용 면접진행 과정에서 '성차별에 해당하는 질문'이 있었기에 사과의 글을 올린다. '특정 성별에만 유리하거나 불리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도록 하거나 질문하지 않는다'는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의 '성평등 채용 안내서' 기준을 위반한 질문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지원자와 어려운 취업환경에 큰 허탈감을 느꼈을 청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남녀 동수로 구성된 인권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성평등과 관련한 다양한 제도와 원칙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번 문제는 그 제도와 원칙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관리, 감독이 철저하지 못한 부분에서 발생했다. 이번 사건으로 제도를 갖추는 것뿐만 아니라 그 제도가 잘 지켜지도록 프로세스를 잘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특히 그 제도를 관리, 감독하는 부서의 수장이 관여된 경우 문제의 파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부분도 회사의 잘못임을 인정한다"고 전했다. 

동아제약은 "앞으로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채용시스템과 절차를 재점검하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 성평등에 관한 다양한 목소리가 좀 더 반영될 수 있도록 현재 남녀 동수로 운영 중인 인권위원회를 강화하고 의견이 잘 반영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 채용 이후에도 성차별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배치, 승진, 임금, 교육 기회 등 프로세스를 다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5일 유튜브 채널 '달라스튜디오'의 '네고왕2 동아제약편' 영상에 동아제약 면접 당시 성차별을 겪었다는 댓글이 달려 논란이 일었다. 글쓴이는 동아제약 면접관이 지난해 11월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에게 '여자는 군대에 안 가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을 했다고 밝혔다. 동아제약은 6일 해당 유튜브 영상 댓글창에 최호진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성차별에 대한 확실한 인정과 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없이 유튜브 댓글 형태로 가볍게 사과하고 넘어가려 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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