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등 '열린 법정' 기대

폭넓은 의견 수렴 판결 공정성 기대

사회적 가치판단 사건 영향 미칠듯

대법원이 사상 최초로 공개변론을 열어 심리할 예정이다. 대법원의 이런 움직임은 성폭력 등 범죄를 '폐쇄적인 사건'에서 '공개 사안'으로 드러낼 것으로 보여 앞으로 여성관련 사건 재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원은 용인이씨 사맹공파 33세손으로 출가한 여성 5명이 종중을 상대로 낸 '종회 회원 확인소송'에 대한 전원합의체 재판을 다음달 18일 오후 2시 대법원 대법정에서 개최, 전문가들의 진술을 듣는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최종영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으로 구성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개변론에서 이덕승 안동대 교수, 이진기 숙명여대 교수, 이승관 전 성균관 전례연구위원장 등 여성의 종원 자격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술을 들을 예정이다.

민사소송법 430조 2항은 '상고법원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특정사항에 관해 변론을 열어 참고인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개변론 재판은 사회적 이슈가 되는 중요사안에 대해 해당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공개변론 과정을 거쳐 판결을 내리는 제도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률문제만을 심리하도록 돼 있는 '법률심'이라는 특성을 내세워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명목으로 서류심리만을 거쳐 합의가 되면 법정에서 선고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해왔다.

여성계는 그동안 대법원의 폐쇄성을 지적하면서 성폭력 등 피해자와 가해자 입장이 상반된 재판에 한해 전문가의 의견을 함께 들을 수 있는 '청문회식 재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선영 가톨릭대 법학과 교수는 “성폭력뿐만 아니라 호주제처럼 사회적 입장이 상반된 이슈는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열린 재판'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성폭력 역고소 등 불합리한 상황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성폭력 범죄로 공적 관심을 유발시켰거나 재판을 받은 사람은 이미 공인으로 실명이 공개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피해자가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할 경우 부당제소로 역고소를 한 가해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공재변론은 재판과정이 공개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대법원의 기능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중요 사안을 선택해 꾸준히 공개변론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초 공개 변론 대상이 된 '종회 회원 확인소송'은 용인이씨 사맹공파 33세손으로 출가한 여성 5명이 종중이 임야 등을 매각한 뒤 딸에게 불평등하게 나눠주자 소송을 한 것이다.

특히 결혼한 딸을 '출가외인'이라며 분배를 차별한 것은 남녀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용인이씨 종중은 1999년 3월 종중 소유 임야를 350억원에 판 뒤 같은 해 12월 이 돈을 분배하면서 성년 남자에게는 1억5000만원씩을 지급한 반면 미성년자와 출가 여성 등에 대해서는 1650만∼5500만원씩 차등 지급했다.

이번 소송심리는 여성에게 중종 재산을 분배하면서 차별해도 되느냐에 대한 것으로 전주 이씨의 최대계파인 효령대군파가 여자 후손들도 족보에 이름을 올리기로 한 이래 가부장적 제도에서 차별받고 있는 여성들의 또 하나의 '권리찾기'가 될 전망이다.

나신아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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