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소득, 투기자금 잡을 근본적인

부동산·금융대책 시급하다

며칠 전 대학친구들과 오랜 만에 만나서 신나게 수다를 떨다가 왔다. 언제부터인가 큰애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친구들과 모이면 대화의 주제는 돈 문제나 자녀교육이다.

이번에도 강남 사는 누구는 최근 몇 년 동안에 아파트 값이 몇 배가 올라서 재미 좀 봤다더라, 대치동에 살던 다른 누구는 3년 동안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 아파트를 전세 놓았는데 귀국했더니 몇 배가 되었다더라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강남 아파트 매매가의 1/3 수준이라는 강북, 거기에서도 변두리에 무주택자로 살고 있는 나는 갑자기 불안해진다.

오랜 만에 그리운 친구들 만나 맛있는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지만 집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처량하고 무겁다.

그 동안 너무 정신없이 살아서 일상으로 비집고 들어올 틈도 없었던 빈부차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기 때문일까?

이제 강남과 강북의 빈부차는 경제적 자원의 차이로 끝나지 않는 것 같다.

산동네 단칸방에서 공부하여 수석 합격한 학생들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에 연말에 신문을 장식했던 그들의 이야기는 빈곤계층에게 ‘하면된다’라는 막연한 희망이라도 안겨주지 않았던가?

이제 ‘하면된다’의 희망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실제로 작년 강남구 소재 고교 졸업생들은 전국 평균보다 3.5배, 서울 시내 다른 구(區)보다 평균 2.3배, 많게는 30배나 서울대에 많이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의 올해 신입생 중 부모 직업이 농축수산업인 학생은 2.8퍼센트, 비숙련 노동자는 0.8퍼센트밖에 되지 않은 점도 이런 실태를 잘 보여준다.

학벌위주의 한국사회에서 지역으로 상징되는 부는 교육과 결합하여 빈익빈, 부익부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계기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자식을 키우는 아줌마들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 무엇을 희망으로 바라보고 살아

야 할까?

정부는 10월 29일에 보유과세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김진표 부총리는 이보다 더 강력한 부동산 대책은 ‘사회주의적인’ 방법이라고까지 말했다.

한편 정부는 염장지르는 교육안을 내놓았다. 강남의 부동산 가격상승의 원인을 서울 강남에 대한 교육수요로 보고서 강북 뉴타운 지역에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를 많이 세울 계획이라는 것이다.

강남 집값의 거품이 걷히고 부동산이 안정되려면 불로소득, 투기자금을 잡을 근본적인 부동산·금융대책이 시급하지 않을까? 교육정책의 핵심은 공교육이 자리를 잡아서 사교육의 위계가 대학의 위계, 대학의 위계가 인생의 위계로 연결되지 않도록 고리를 싹뚝 잘라버리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큰불이 난 지역에 달려가서 불을 끌 생각을 안하고 강북지역에 맞불작전을 펼침으로써 근본을 흐리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강북의 변두리를 사랑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아직은 이곳이 상업적인 사교육시장에 오염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곳이 특목고니 자립형 사립고니 해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특수하게 만들 목적으로 자립성을 상실케 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또한 강북지역이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부디 주택정책과 교육정책이 제자리를 잡아서 아이들을 업고서 전세·월세를 전전하는 아줌마들의 마음을 뻥 뚫어주기를 희망해본다. 사회주의의 할머니, 할아버지라도 좋다. 더 강력한 정책이 펼쳐지기를….

조주은 고려대학교 여성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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