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커티스의 러브 액츄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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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연말회동을 빛내줄 것입니다

벌써부터 연말 걱정을 해본다.

오랫동안 친했던 친구들, 그렇지만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면 무엇을 할까? 100m 걷는 데 30분쯤 걸릴 종로 바닥 어느 술집에 앉아 진창 술이나 먹고 죽어라 수다를 떨어?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이런 건 어떨까? 우루루 영화관에 가서 행복해지는 영화를 보는 거다.

이렇게 결심했다면 <러브 액츄얼리>를 추천한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노팅힐>,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의 시나리오를 쓴 리처드 커티스가 각본, 감독한 이 작품은 최고로 달콤하고 두근두근하고 결국엔 기분 좋아지는 영화다.

<러브 액츄얼리>는 한마디로 '로맨틱 코미디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다. 무려 스물두 명에 달하는 주인공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질투하고, 스쳐지나가기도 하면서 자신에게 다가온 사랑에 애를 태운 이야기다. 이 사랑은 단순히 젊은 선남선녀의 사랑만이 아니다. 새아버지와 어린 아들의 사랑, 오래된 동료 사이의 사랑, 아줌마의 남편에 대한 사랑, 여동생의 오빠에 대한 사랑, 꼬마의 꼬마에 대한 사랑 등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사랑들이 펼쳐진다.

리처드 커티스의 시나리오는 셰익스피어 이후 영국 희극의 전통에 충실한 것처럼 보인다. 크리스마스 5주 전(바로 지금!)부터 크리스마스날 밤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인들은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을 향해 달려나간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날 밤에는? 당연히 사랑이 이루어지지! 아무도 상처입지 않고 아무도 버림받지 않는다. 총각은 아가씨에게 청혼하고, 여동생은 아픈 오빠를 돌보며, 유부남은 가정으로 돌아간다. 너무 뻔한 결말이 아니냐고? 맞다. 정통 희극의 행복한 결말은 곧 결혼, 가정의 구성, 이어지는 출산이다. 본래 희극이란 모든 생산을 축복하는 축제로부터 기인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삼스레 사랑의 결말이 결국 결혼(혹은 결혼을 위한 연애)으로 종착된다는 점은 거꾸로 현실의 사랑에 대해 회의하게 한다.

<러브 액츄얼리>의 또 다른 묘미는 배우들의 연기다. 이 영화에는 참으로 기라성 같은 수많은 명배우들이 출연하는데 엠마 톰슨, 리암 니슨, 콜린 퍼스, 로라 리니, 휴 그랜트 등이 그들이다. 특히나 엠마 톰슨의 연기는 놀랍다.

그녀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열어보고는 아이들과 남편을 거실에 남겨둔 채 안방(!)에 들어가 눈물을 훔치는 장면은 참으로 압권이다. 명배우뿐 아니라 무명배우들의 연기도 주목해보자. 더불어 깜짝 출연하는 미스터 빈도 즐겁다(리처드 커티스는 TV 시리즈 <미스터 빈>의 작가이기도 했다).

결국 뭐야? 사소한 사랑 얘기 아니야? 그래서 내가 맨처음에 얘기했잖아요! 오랜만에 만난 여고동창생들끼리 우루루 몰려가서 보기에 너무 좋은 영화라고, 거룩하거나 심각한 내용은 아니지만 당신에게 달콤한 행복을 안겨줄 것이라고, 엄청나게 많은 배우들이 나오기 때문에 연말 회동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12월 5일 개봉.

최예정 기자shooo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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