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라(Semla)는 스웨덴의 전통 단빵이다. 아주 부드럽게 구운 둥그런 빵의 위부분을 잘라 그 안에 아몬드 크림과 고지방 우유크림을 둠뿍 넣은 후 뚜껑을 덮고 그 위에 하얀 설탕가루와 계피가루를 뿌려 장식하는 이 빵은 스웨덴 사람들이 3개를 먹지 않으면 봄이 가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끈다. ⓒpixabay
셈라(Semla)는 스웨덴의 전통 단빵이다. 아주 부드럽게 구운 둥그런 빵의 위부분을 잘라 그 안에 아몬드 크림과 고지방 우유크림을 둠뿍 넣은 후 뚜껑을 덮고 그 위에 하얀 설탕가루와 계피가루를 뿌려 장식하는 이 빵은 스웨덴 사람들이 3개를 먹지 않으면 봄이 가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끈다. ⓒpixabay

작년부터 주말의 모습이 바뀌었다. 예전 같으면 사람 많은 쇼핑몰이나 놀이공원, 호수주변 산책, 서점이나 카페를 찾아 다녔다면 요즘은 인적이 드문 숲이나 한적한 곳에 위치한 카페를 많이 찾는다. 가장 큰 차이는 예전 같으면 사람이 많은 곳이 맛집이라고 생각했지만 코로나가 일상화 된 요즘은 사람이 많지 않은 카페나 식당을 선호한다. 전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스톡홀름 시내 외곽에 위치한 작은 마을 구스타브베리는 화창한 토요일 오전에도 한적했다. 호수가 감싸고 있는 이 작은 도시는 오래전부터 왕실에 납품을 하는 구운 토기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어 많이 사람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지난 주 토요일의 도요지 그릇 박물관은 한산했고, 걷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호숫가를 따라 걷다 보니 한 적한 숲 속에 있는 작은 목조건물을 발견했다. 통나무들이 멋지게 갈라져 품격있는 무늬를 연출하고 모습에 200년은 족히 넘었을 건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갓 구운 와플에 새우나 고르곤졸라 치즈 등을 토핑해 찍은 사진을 입구에 걸어 놓아 자석처럼 끌려 들어가 벽난로 근처의 테이블에 앉았다. 식당 안에는 테이블마다 2명씩 짝을 지어 몇 커플만 앉아 있을 뿐이었다.

벽난로에서 자작나무가 타며 만들어내는 소리는 통나무에 반사하며 공명되어 아름다운 멜로디처럼 들렸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이 소리보다 더 좋은 음악이 있을까. 식사를 마치고 후식을 먹을 시간. 주위를 보니 모두 셈라를 앞에 놓고 있다. 셈라(Semla)는 스웨덴의 전통 단빵이다. 아주 부드럽게 구운 둥그런 빵의 위부분을 잘라 그 안에 아몬드 크림과 고지방 우유크림을 둠뿍 넣은 후 뚜껑을 덮고 그 위에 하얀 설탕가루와 계피가루를 뿌려 장식하는 이 빵은 스웨덴 사람들이 3개를 먹지 않으면 봄이 가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끈다. 한약처럼 쓰디 쓴 검은 커피와 셈라의 조화는 혀를 황홀하게 한다.

이 빵의 유래는 기독교인들이 중세기 이후 금식을 하며 몸의 지방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이래 수백 년 동안 스웨덴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는 간식거리다. 7주간 지속된 금식기간동안 매주 화요일 하루는 셈라를 먹었다고 전해진다. 1679년 현재 모습의 셈라가 등장한 이후 모든 스웨덴 사람들의 봄간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12월부터 시작해 부활절까지 먹는 셈라는 2013년 기준 4000만개가 소비되었고, 2016년 통계에 의하면 부활절 47일 전 ‘셈라먹는 날’ 하루에만 500만개가 판매됐다고 기록될 만큼 스웨덴 사람들의 셈라 사랑은 가히 폭발적이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사람들은 제외된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적게 잡아도 전체 인구 3명 중 2명은 셈라를 소비를 한다고 하면 틀린 말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전국의 지역신문마다 셈라 맛을 비교해 도시별 5위까지 인기순위를 발표하는 것이 보편화 되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셈라를 잘 만드는 제과점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하지만 맛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셈라를 전시해 놓고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셈라라는 문구로 유혹한다.

새로운 맛에 도전하는 젊은 제과점 주인들은 셈라에 너트를 크게 으깨어 토핑해 인기를 끌기도 한다. 한 주전에는 푸드트럭에 진열된 셈라를 사서 근처 주유소에서 강한 커피를 주문해 먹고는 최고 맛의 순위를 바꾼 적이 있다. 고속도로나 국도 휴게소 주유소마다 커피와 셈라를 묶어 세트메뉴로 파는 것도 다반사다. 집에서도 먹을 수 있게 수퍼마켓마다 포장된 셈라도 인기를 끈다. 그만큼 셈라는 거대한 산업과도 같다.

셈라먹는 날에는 직장에서 모든 직원들에게 한 개씩 제공하는 풍속도 생겨났다. 학생들도 셈라파티를 따로 열기도 한다. 노인시설에서도 이 날은 예외없이 셈라가 간식으로 제공된다. 하지만 올해는 재택근무로 인해 직장동료들과 화기애애하게 이야기 꽃을 피우며 먹는 기회가 사라져 버렸다. 대신 각자의 컴퓨터 화면에서 셈라를 먹는 것으로 바뀌었다. 코로나로 인해 셈라먹는 날은 언텍트셈라데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내년에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 직장에서 셈라를 먹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도 정월대보름에 먹는 오곡밥이 봄의 전령 역할을 하듯 스웨덴에서도 셈라는 봄의 상징이기도 하다. 요즘 며칠 사이 어두움이 서서히 물러나면서 북유럽에도 봄의 기운이 더 확연해 지고 있다. 지금까지 2개를 먹었으니 다음 주말에 한 개를 더 먹으면 스웨덴에도 진짜 봄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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