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미디어 그리고 운동

구독자와 광고매출 감소 그리고 70년대 페미니즘을 이끌었던 이념과 창립자들의 정신적 동력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인터넷은 값싸고 효율적인 미디어로 자리잡아 간다. 현재 페미니스트 미디어의 2/3 정도가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여성들과 만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인터넷 페미니스트 미디어의 가장 큰 매력은 인쇄물과는 비교가 안 되게 많은 여성들과 쉽게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여기서는 인터넷을 본거지로 한 영페미니스트 미디어를 소개하되 지난호의 미국 페미니스트 1세대 미디어에서 빠진, 1970년 창간 이래 미국에서 가장 장수하고 있는 종이판 페미니스트 잡지인 를 90년대 이후의 영페미니스트 미디어의 특성들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잣대로 삼고자 한다. 인터넷 웹진들의 유래는 1960년대 만화나 SF소설, 스포츠의 팬 매거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70년대 말 이후 이런 인디진(Indi-zine)들이 보다 심각하게 대중문화 및 생활과 관련된 주제들을 다루면서부터 나름의 정당성과 문화적 중요성을 인정받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페미니스트 진은 가장 진지하고 의도가 분명한 진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a11-2.jpg

@a11-3.jpg

~a11-4.jpg

@a11-5.jpg

글 싣는 순서

· 페미니스트 미디어의 역사

· 미국 1세대 페미니스트 미디어

· 미국 2세대 페미니스트 미디어

· 유럽의 페미니스트 미디어

· 아시아의 페미니스트 미디어

●oob

미국 최고 여성미디어

여성뉴스 대중화 주력

●S.h.e.

성적소수자의 월간지

칼럼·사설·인터뷰 강점

●Bust

음악·영화 등 문화접목

30대 겨냥한 젊은 잡지

●Bitch

미디어 여성 상품화 등

대중문화 비평 '포커스'

Off Our Backs(oob, 1970~현재, www.offourbacks.org)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페미니스트 저널로 워싱턴에 본사를 둔 격월간지다. 다른 여성미디어들이 90년대 들어 웹진으로 전환하거나 정간하는 가운데 한 기부자의 예기치 못했던 유산상속을 받아 아직도 존속하고 있다.

상근직원 1명과 시간제 직원 2명이 함께 운영을 책임지며 디자인과 교정 등의 업무는 온라인 통해 응모한 무급 인턴들이 맡는다.

여성의 삶과 페미니스트 행동주의에 대한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고 전세계 여성의 지위에 대해 대중을 교육하고, 페미니스트 이론과 사상의 포룸, 세계 여성의 평등과 사회정의를 추구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편집방향을 보면 페미니스트 활동과 관련한 국내외 기사를 담은 '뉴스'섹션, 현행 여성 및 사회적 이슈들(전쟁, 지구화, 페미니즘, 여성운동 등)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는 '논평'섹션, 책, 영화, 음악 '비평'섹션, 가정폭력, 가부장제의 대안, 감옥에 있는 우리의 자매들과 같은 여성문제를 다룬 10∼15개의 글로 구성되는 '특집기획' 섹션, 독자편지, 행사 등을 알리는 일반기사 섹션으로 구성된다. 그동안 여성주의 가치, 미디어, 동성애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과 관련한 글들이 게재되었는데 학술적이기보다는 일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글을 싣는다는 편집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특집 기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섹션에 독자 기고가 가능하다.

S.h.e.(1999~현재, www.shemagazine.com)

She는 여성의 안전(safety), 건강(health) 그리고 평등기회(equal opportunities)의 머릿글자를 따서 만든 GLBT(게이, 레즈비언, 양성자, 트랜스젠더) 여성을 위한 월간지다.

16∼65세 사이의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하며 월간 1만 부를 판매하지만 히스패닉 여성구독자가 많고 인쇄물과 온라인구독을 합하면 약 4만여 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배포범위는 플로리다 남부 및 마이애미, 그 외 미국 주요 도시이며 레스토랑, 나이트클럽, 호텔, 대형마켓, 서점, 교회, 지역편집을 보면 우선 GLBT 관련 특별행사를 취재하는 '첫번째 이야기'(1st feature) 섹션, 인종문제 및 X세대 파일 등 에세이 형식으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칼럼'(7꼭지 내외) 섹션, 영화, 여행, 인물 등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들을 다룬 '종합'섹션, 히스패닉계 여성들을 위해 스페인어로 제공되는 'She Espanol'(5개 꼭지) 섹션, 일반 독자들의 자기소개와 다양한 행사들을 담은 '사진기사' 섹션으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기사가 에세이인데 고품격 사설과 유명 칼럼니스트의 칼럼, 여성인사들과의 인터뷰에 강하다는 자부심이 있다. 2003년도 NOW(National Organization for Women) 행동센터에서 미디어를 통해 여성의 권익과 이미지 개선에 공헌한 여성 미디어, 배우, 작가, PD, 언론인에게 주는 <미디어상(Media Awards)>을 받았다. 언론 외의 기타 활동으로는 'GLBT 커뮤니티 행사지원, 매달 1일 '거리' 행사를 열어 잡지에 대한 일반의 인지도를 높이고 잡지배포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Bust(1993∼현재, www.bust.com)

페미니스트 문화잡지를 표방하는 잡지로 2001년 출판사와 계약이 종결된 후 월간지에서 2002년 여름부터 계간지로 바꾸고 독립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패션, 음악, 생활정보, 동성애, 페미니즘 기사 및 칼럼을 싣는 데에 문화가 페미니스트가 활동해야 할 정치적 장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보그(Vogue), 코스모(Cosmo), 글래머(Glamour) 같은 대중여성지들과 차별화를 선언하고 음악, 대중문화, 패션 등에 관심 있는 30대 전후의 새로운 감각의 페미니스트 여성을 겨냥한 젊은 잡지라고 할 수 있다. 니켈로디온(Nickelodeon)사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모여 라는 이름으로 초판 500부를 발행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점차 규모를 늘리면서 1998년에는 3만 부를 발행하기에 이르렀다. 구독료 및 광고수입으로 운영되며, 온라인상으로 운영하는 부티크 샵에서 여성 필수품, 악세서리, 자체 제작 티셔츠 등의 패션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내용은 주부를 포함한 일반 여성들의 일상생활, 성생활 조언, 패션, 인물기사, 주목할 만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일상사'면, 주부들을 위한 칼럼, 독자투고에 의한 에로틱 스토리, 세계 각 지역 여성들의 인상적인 스토리 등으로 구성되는 9개의 '고정칼럼' (필자들은 교체됨), 매호 다른 주제를 다루는 '특집'면으로 나뉜다. 특집에서는 모성애, 우리가 사랑하는 게이, 음악, 섹스, 독신생활, 노령화 등 매호 다른 주제를 선정하여 10여 개의 글을 싣는다.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 미리 주제를 공고하고 투고된 기사 중에 선별하여 싣기도 한다. 그 밖에 에서 추천하는 음악, 서적, 영화 가이드 면이 있다.

Bitch(미국, 1996∼현재, www.bitchmaga-zine.com)

페미니스트 대중문화 비평을 주 목적으로 설립된 계간지다. 즉 는 지난 30년간의 페미니즘 활동을 통해 상당히 많은 성취가 이루어진 것에 비례해서 페미니스트와 여성이 성취한 것을 조롱하고 비웃으며 위협하는 미디어의 뉴스, 대중문화, 연예오락물도 늘어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제 페미니즘은 끝났다'고 조롱하는 주류의 마인드를 반영하는 상업 미디어가 여성을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라 옷을 입는 존재로, 성욕망을 분출하며 일탈하는 존재, 남자 없이 살 수 없는 존재, 불행하고 외롭고 고독한 존재로 그리고 있다는 비판의식이 편집정책의 근간을 이룬다.

이를 위해 는 대중문화에서 조작하는 허구의 여성성을 해체하고 비판적으로 읽으며 주류 미디어의 왜곡된 여성화 전략을 깨트리는 데에 주력한다. 대신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성 이미지 부각을 위해 노력하며 그러한 여성 이미지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는 영화, 예술, 음악, 페미니스트 티셔츠 기업 등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발굴하고 취재하는 데에 비중을 두는 것은 그 때문이다.

편집인 겸 발행인, 논설 및 크리에이티브 부장, 디자이너, 광고판매, 홍보, 수석편집인 등 7명의 직원이 운영하고 있으며 구독료와 기부금(20달러 이상) 등이 재원인데 기부금 액수에 따라 스티커와 펜을 제공하고 잡지에 이름 올리는 정도의 혜택을 부여한다. 온라인상으로 티셔츠, 엽서, 속옷류를 판매한다.

편집은 사설, 음악비평, 서평, 칼럼 등으로 이루어지는 '고정 섹션', 대중문화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들과의 인터뷰 또는 페미니스트 활동가 프로파일,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평 등 5개 이상의 글이 실리는 '특집섹션'으로 구성된다. 특기할 것은 2003년 봄호부터 매호 다른 주제로 구성되는 잡지로 개편한 것인데 독자들에게 앞으로 다룰 주제를 온라인상에서 미리 공고하고 독자투고를 받아 구성하고 있다.

이제까지 집착(obsession), 가족, 성숙/미성숙, 정체성, 음악, 패션, 남성성 등의 주제가 공모되었다. 또 독자는 인터뷰를 포함한 대부분의 글에 기고할 수 있으며 인터뷰의 경우 여성작가, 여성감독, 여성경제인 등이 주로 대상이 된다.

~a11-1.jpg

◀유선영 /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