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운의 문예사색] (끝)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의 ‘리사이클링’
사회를 바라보는 참다운 시각의 신선한 예술 ‘업사이클링’

현대사회에 들어오면서 급속히 심화된 산업으로 편리함과 물질적 풍요는 얻었지만, 이에 따라 무분별하게 발생되는 산업폐기물과 자원낭비로 인해 환경오염이 극심하다. 환경 보존의 과제는 이제 생존 위기로까지 다다랐다.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 사태만 보더라도 인류의 삶이 얼마나 바뀌고, 어떻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지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올라 기후에 변화가 생기면서 자연재해와 서식지를 잃게 된 야생동물들이 인간 거주지로 이동해 오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러한 야생동물과의 접촉은 바이러스의 발생에 치명적인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1℃ 오를 때마다 전염병이 4.7%씩 늘어난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지구환경을 중요시 생각하는 유럽연합(EU)은 ‘리사이클링(Recycling, 이하 재활용)’ 비중을 55%까지 확대했고, 2030년부터는 100%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실정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의 재활용 요구도 높아지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환경문제를 고려한 다양한 방안들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환경부는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KERC)’을 개설하여, 신청자 거주에서 직접 방문해 수거해 주는 ‘폐가전 제품 무상 방문 수거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때에 회수된 폐가전들은 안전하게 선별 공정 및 파쇄 처리되어 철, 비철, 플라스틱 등 소재별로 나뉘어 곧 재활용된다. 연간 약 100만 명의 국민들이 이용하는 대국민 편의 서비스로 자리매김했으며, 실제로 무분별하게 처리되고 있는 폐가전 비품 불법 남용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미래 신산업 재활용 전략으로서 성큼 다가갔다.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KERC)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대중문화예술인들.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KERC)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대중문화예술인들.

최고운 큐레이터 =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KERC)은 2015년 제주도를 시작으로, 작년까지 총 11개의 지방자치단체를 순회하며,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사회복지시설, 태풍 피해 가정 등에 16회에 걸쳐 세탁기 나눔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리사이클링을 넘어 수명을 다한 폐품에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은 환경보호와 자원보존의 가치와 맞물려 더욱 주목을 받는 추세다. 미술 역시 예외는 아닌데, 예술가들은 공업, 도시, 대량생산된 일상용품, 기계 등을 새로운 자연으로서 받아들였다. 도시의 모든 환경은 현대미술 속에서 새로운 소재가 되었고, 이미지에서 오브제로의 전환, 일상생활과 환경이 예술화되는 전환을 가져왔다. 미술사적으로 보자면, 입체주의 화가들에 의해 시작된 콜라주(collage)의 가능성 탐구로 이어져 이는 곧 아상블라주(Assemblage), 정크 아트(Junk Art), 로버트 라운센버그(Robert Rauschenber, b.1925-2008)의 콤바인 페인팅 등으로 확대되었다. 산업사회가 배출하는 폐기물을 적극 수용하여 폐품예술로, 도시 속 산재해 있는 기계의 부품 등을 현대의 실제 상황으로서 작품화시켜 시각예술로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걸쳐 오늘날의 동시대미술은 일상 속 다양한 재료들이 다양하게 활용되어 더욱 발전된 작품으로 탄생되고 있다.

엄아롱, 히말라야 수집한 가구, 2018, 모니터, 시멘트, 인조식물, 깃발, LED, 창문, 가변설치 © Image Copyright Artist A LongUm Estate (사진=작가 제공)
엄아롱, 히말라야 수집한 가구, 2018, 모니터, 시멘트, 인조식물, 깃발, LED, 창문, 가변설치 © Image Copyright Artist A LongUm Estate (사진=작가 제공)

최고운 큐레이터 = 엄아롱(A Long Um, b.1985~)은 도시의 변화들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과 경험을 탐구한다. 도시의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과 같이 오래된 것들은 사라지거나 철거되어버리는 아쉬움을 간직한 버려진 일상용품들을 수집해 이를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새로운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치부되는 오늘날의 문화, 도시 속에서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사유 방식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현대는 산업 폐기물의 홍수 시대다. 새로운 기술도 중요하지만, 있는 자원을 잘 활용하는 것 역시 못지않게 중요하다. 세계적인 첨단 기술 제품 생산 업체 에머슨 일렉트릭(Emerson Electric) 전임 CEO 찰스 나이트(Charles F. Knight)는 “자원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라고 했다. 리사이클링 및 업사이클링은 부품과 소재를 확보 가능케 하는 기술로서, 미래 주력 선도산업이다. 그리고 미술에서도 자연과 인공이라는 관념을 벗고, 재료 영역과 표현 영역을 확대해 예술과 대중이 함께 호흡 가능한 새로운 시선을 가능케했다. 나아가 미술 역사에 새로운 재료관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어 동시대미술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제, 예전처럼 단순히 환경 보호적인 시선에서만 재활용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미래 광물 자원 확보의 기회로 인식하여 재활용 가치를 제고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독보적인 선진화된 신기술을 보유하게 된다면, 국가 경제력 강화 전략으로서 신산업의 방향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국가적으로나 문화∙예술적으로나 리사이클링 및 업사이클링 플랫폼은 미래를 여는 하나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최고운의 문예사색’을 아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미술처럼 방대한 서사(敍事)는 끝이 없는 대양과 같습니다. 앞으로도 미술과 친해지고 싶은 독자들이 있는 한, 글의 위대함을 믿으며, 글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느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장에 몰려드는 수많은 관중들처럼 미술 팬덤이 100만, 1,000만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그런 시기가 곧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전시를 통해 칼럼을 통해 강의를 통해 방송을 통해 한국미술이 세계화가 되는 그날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최고운의 문예사색’은 독자들로 하여금 예술의 ‘이치를 깊이 생각하기를 바라는 마음(思索)’에서 기고하게 되었습니다. 미술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고, 관심이 증폭되면 근처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게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으면서 말이죠. ‘문예(文藝)’란 문학과 예술을 아우르는 말로, 필자의 원고 하나하나가 깊은 감동과 여운을 안겨줄 수 있는 ‘시’나 ‘소설’이 되기를 바라는 염원이었습니다. "뭔가 새롭게 할 말이 있을 때 새로운 책을 집필합니다. 하지만 써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억지로 쓰지 않고, 할 말이 없다면 침묵할 수 있는 현명함이 제게 있기를 희망합니다."라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의 말을 기억하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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