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화예술기획 프로젝트 '세 개의 고무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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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수 작 <어머니의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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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옥 작 <싱글을 위한 식탁>

동네부엌, 마술 부엌, 옛날 부엌, 요즘 부엌, 이런 부엌, 저런 부엌. 각종 부엌들이 집밖으로 뛰쳐나왔다. 일찍이 여성의 공간으로 규정되며 끊임없이 미화되어 온 부엌의 이미지. 모성과 여성성의 강력한 아우라는 부엌의 실리적인 기능에 앞서 여성들에게는 가족을 위한 작업장으로, 수혜자인 남성들에게는 '금지구역'으로 작용해 왔다. 그 부엌이포장된 모성을 거부한 채 여성들이 꿈꾸는 다양한 부엌 이야기들로 꾸며진다.

오는 11월 27일부터 12월 3일까지 동부여성발전센터에서 열리는 공간문화예술축제 '세 개의 고무장갑'. 일명 '부엌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번 축제는 사단법인 여성문화예술기획이 주최하고 여성문화예술기획 여성전문아카데미 문화기획 1기생들이 기획을 맡아 톡톡 튀는 발상의 전환과 일상의 전복을 꾀했다.

전체 세 섹션으로 나뉘어 첫번째 섹션 '부엌으로의 초대-부엌과 나'에서는 작가 윤희수가 설치 작품 '어머니의 공기', '집사람 시리즈'를 선보이며, 유지숙과 김동명의 미디어 아트 '영역-이곳은 엄마의 영역이다', '부엌-디오니/쏘/스', 하인선의 '나들이 시리즈', 정정엽의 '곡식 시리즈'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부엌의 사정 대 식탁의 사정'은 관람객이 부엌에 설치된 냉장고를 열고 그 안에 있는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관객 개입 프로그램이다.

부엌에 대한 '발칙한' 상상들

단순한 듯 보이는 한 끼의 식사 메뉴를 정하고 그것을 준비하기까지 여성들이 행하는 노동과 에너지 량을 손수 체험하고 다른 일과 비교해 보는 코너. 두 번째 섹션 '부엌 이데올로기-부엌의 운명적 아우라 여성'에서는 남자들에게 고착되어 있는 '부엌의 여성성'에 대한 환타지가 재현된다. 이는 메신저 채팅을 통해 실제 인터뷰한 대화 내용을 전시하는 방식.

'부엌의 사회문화연대기적 유형-부엌에는 부엌이 없다'에서는 부엌의 사회문화적인 측면을 되짚어 본다. 또한 '부엌의 여성성'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여실히 드러내는 이미지와 텍스트, 전통 부엌의 특징 및 여성의 고된 노동에 대한 구술사례 등이 복합적으로 전시된다. 세 번째 섹션 '부엌의 소수자들-대안의 부엌을 말한다'에서는 실험적인 부엌의 대표적인 사례인 마포구 동네부엌이 소개된다.

이와 함께 가족공동공간으로서 부엌의 리포지셔닝과 편의점 개념의 부엌 등을 소개하는 인터뷰와 사진자료 등도 전시될 예정.

이 섹션 가운데 '부엌, 발칙하다!'의 주제로 작가 전상옥이 '싱글을 위한 식탁'을 전시하며, 박주영, 심미, 김쥬, 박규리, 최앤 등 프리마켓 작가들이 소수자들을 위해 디자인한 소품을 전시한다. 소품은 아동용 싱크대 작업용 받침, 남자와 아이를 위한 고무장갑,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인지 수납장 레이블 등이다.

남성과 어린이들의 '깍두기 담그기'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과 특별 공연도 마련됐다. 11월 30일 부엌에서 깍두기 취급을 받던 남성과 어린이가 팀을 이루어 깍두기를 담그는 '깍두기들의 깍두기 담기'행사가 열리며, 가족 마술단이 특별 출연해 '부엌 마술쇼'를 선보인다. 특히 행사 첫날인 27일에는 개막 학술 세미나 '여성과 공간'이 마련돼 여성의 삶의 변화에 따른 주거환경의 변화 흐름을 짚어보며, 여성주의 관점에서 공간 읽기를 시도한다.

또한 풍물패 '울력'이 축제를 알리는 한판 길놀이를 열어 행사의 개막을 알리고 이어서 마당놀이 형식의 '조왕신 굿 퍼포먼스',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음식 나눔 퍼포먼스'등이 진행돼 개막 행사의 흥을 돋운다. 그밖에 부엌 안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과학놀이와 부엌 소품으로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별난 부엌 놀이'가 28일 금요일부터 행사 끝나는 날까지 계속된다. 문의 02-587-0591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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