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자녀 입시비리 의혹기사 올린 조국 전 장관
자신과 가족들의 잘못에 대한 성찰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의와 부끄러움은 인간이 국가를 만들어 함께 사는데 필수적인 감각
조국 전 장관에게 성찰의 태도를 기대한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SNS에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 ‘충격’」이라는 제목의 언론사 기사를 공유해서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있었다.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도 아닌 조 전 장관이 다른 누구의 ‘입시비리’를 거론하는 광경이 진짜 ‘충격’이었다. 우선 그 기사가 제기한 의혹이 성립될 수 있는지 신빙성에 대한 의문이 따랐다. 조 전 장관이 공유한 기사에는 박 후보의 딸이 미대 입시 실기시험을 치른 해당 학교 교수를 박 후보 부인이 찾아가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는 의혹이 담겼다. 그러나 박 후보 측은 “딸은 영국의 런던예술대를 졸업했다”며 “정규 입시든 편입이든 홍익대 시험에 응시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에서 추가적인 기사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일단은 의혹 자체가 성립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 전 장관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근거도 불분명한 의혹을 그대로 전파한 모습이 되었다.

조국 전 장관 SNS 캡쳐본

의혹의 신빙성도 문제였지만, 하필이면 ‘입시비리’ 의혹을 조 전 장관이 공유했다는 사실이 더 큰 빈축거리가 되었다. 다들 알다시피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는 딸의 입시 비리 혐의들에 대해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져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었다. 당시 재판부는 딸 조민 씨가 서울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한 이른바 ‘7대 스펙’을 모두 허위로 판단했다. 특히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경력 확인서와 부산의 한 호텔에서 받은 인턴 및 실습 수료증을 허위 발급한 과정에는 조 전 장관도 상당 부분 공모했다고 인정했다. 항소했으니 2심 결과도 지켜보기는 해야겠지만, 일단은 조 전 장관이 진작 국민에게 사과했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조 전 장관은 자기 가족의 위법행위에 대한 아무런 반성도 없이 야당 후보의 입시비리 의혹을 태연하게 제기하는데 가세한 것이다. 이쯤 되면 그의 정신세계는 어떻게 구축되어 있는가라는 물음이 생겨나게 된다. 비판이 잇따르자 조 전 장관은 문제의 공유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삭제했다. 하지만 아무런 말 없이 그냥 삭제했다고 해서 그의 생각이 달라졌으리라고 믿어지지는 않는다. 자신의 언행이 잘못되었구나 생각했다면 몇마디 유감의 말은 남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단 이번 일만은 아니었다. ‘조국 사태’가 있은 이후로 조 전장관이 취해온 모습을 보면 ‘윤석열 검찰’에 대한 원망과 분노만 넘칠 뿐, 자신과 가족들의 잘못에 대한 성찰은 찾아보기 어렵다. 자기 가족들이 행했던 잘못들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자기애에만 갇힌 결과,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비상식적 언행들이 반복되어왔다. 정경심 교수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힌 이후에도 그는 ‘검찰개혁’에 대한 참전 의지를 더욱 불태워왔다. 배우자가 감옥에 갇혀 있는데도, 세상 사람들은 그런 상황을 자초한 잘못을 탓하고 있는데도, 정작 조 전 장관은 개의치 않고 불굴의 의지만을 보이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잘못한 것이 없고 모두가 검찰 때문인 것이다.

그런 조 전 장관의 모습을 보노라면 자신과의 거리두기를 하지 못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대 이스라엘의 솔로몬왕은 뛰어난 지혜를 지닌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번영을 누렸던 이스라엘은 솔로몬왕 말기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건축물을 짓고 왕실을 유지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 백성들의 부담은 커져갔고, 빈부 격차가 심화되어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솔로몬왕이 죽은 뒤 그의 아들 르호보암에 이르러 이스라엘은 두 개의 왕국으로 분열되고 만다. 솔로몬왕은 다른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현명한 판단을 해왔지만, 정작 자신의 문제는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이스라엘의 몰락을 자초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일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현명하게 판단하면서도 유독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만은 그렇지 못한 경우에 대해 심리학자 이고르 그로스만은 ‘솔로몬의 역설’이라고 이름 붙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2월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2월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솔로몬의 역설과 같은 모습은 생각보다 많다. 조 전 장관을 곤경으로 몰아넣은 언행 불일치의 문제도 솔로몬의 역설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그는 그동안 다른 사람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은 비판을 해왔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같은 잣대로 들여다보지 못해 객관성을 상실한 탓이다. 흔히 말하는 ‘내로남불’이 되고 만 셈이다.

플라톤의 대화편 『프로타고라스』 에는 제우스가 인간에게 정의와 부끄러움을 준 얘기가 나온다. 인간이 국가를 만들어 함께 사는데 정의와 부끄러움이라는 두 가지 덕목이 그만큼 필수적이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기서 정의란 공동체에서 옳고 그름을 가리는 기준이 될 것이고, 부끄러움은 정의를 지키기 위한 인간의 내면적 도덕과도 같은 것이다. 플라톤은 제우스의 얘기를 통해 인간이 공동체를 일구어 나가기 위해서는 부끄러움의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공동체를 유지시키는 부끄러움의 역할이다. 구성원들이 부끄러운 일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공동체는 정의롭게 유지될 수 있다.

자신들의 위법 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족을 감옥에 보내는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향해 마냥 비판의 얘기를 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 일이다. 그럴 정도로 우리네 마음이 모질지는 못하다. 어지간하면 이제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고 지켜보고 싶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은 마치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듯 너무도 당당한 모습을 보여 지켜보던 우리를 자극하곤 한다. 야당 후보의 ‘입시비리’ 의혹을 태연히 전파하는 그의 모습에서 부끄러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조 전 장관을 향해 굳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조국이 잘못했다고, 그러니 이제는 성찰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우리 사회의 가치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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