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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시간이었다. 남편이 일찍 퇴근한다고 해서 저녁상을 보고 내 딴에는 열심히 차려 놓았다.

“여보, 식사해요.”

식탁에 앉은 남편이 식탁을 한 번 둘러보고는 냉장고로 간다. 냉장고를 열면서 '여기 있는 반찬들은(어머님이 해주신 반찬들) 싸 놨다가 어디 무덤에 가져 갈 거야?' 한마디 툭 던지며 반찬 통들을 꺼내온다.

화가 치밀었다. “꼭 저런 식으로 말을 해야만 하나? 자기를 위해 준비한 음식들이 눈에 안보이나? 미처 못 꺼낸 것뿐인데…'

부모 역할 공부모임에 온 다른 엄마들도 비슷한 이야기들을 한다.

“맞아요. 제 남편은요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를 열었다가 꼭 검사하듯이 말을 해요.” “아니 이건 유통기한이 지났잖아? 오이는 다 시들었네. 뭐야? 한꺼번에 장을 보고 왕창 사놓으니까 냉장고 안에서 썩지!”

“그럴 때마다 저는 숙제 검사 받는 학생 같은 기분이 들어요. 나도 알뜰하다구요. 그런데 남편은 어쩌다 한 번 냉장고를 열어보고는 나는 아주 살림도 못하고 알뜰하지 못한 여자로 취급을 해서 속이 상해요. 결혼 초엔 참았는데 결혼해서 10년이 되니까 이젠 아주 참기 힘들어요. 정말 얼굴을 마주치기 싫을 때조차 있다니까요. 며칠이 지나도록 남편은 내가 왜 화가 났는 지도 모르더라구요.”

왜 부모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부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냐고? 부모역할모임에서 부모와 아이의 관계만큼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이 바로 부부 관계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모든 관계에서 영향을 받는다. 특히 부모 자식간에 말로써 주고 받는 상처는 상상외로 많고 크다. 가장 가까이서 내 사정을 더 잘 알 것 같은 남편이 툭하고 던진 말 한마디가 더욱 속상하고 화가 나듯이 아이들도 가장 믿는다고 생각하는 부모로부터 상처를 받게 되면 더욱 속상하고 화가 난다.

말은 아주 중요하다. 말을 하지 않고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없고 내 마음을 전할 수가 없다. 상대방의 행동이 내 마음에 거슬렸을 때의 해결방법 중 바람직하지 못한 유혹은 무조건 참는 일이다. '나만 참으면 조용해질텐데 얘기해 봐야 시끄럽기만 하고 그냥 넘어가자. 에이! 한 번만 더 참자.'하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면서 한두 번은 참다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 꾹 눌러 참아왔던 서운하고 답답하며 고통스러웠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폭발하듯 터져나온다.

화가 났을 때 왜 화가 났는지를 상대에게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 화난 감정을 애써 참으며 한편으로는 상대방을 미워하는 것 보다 훨씬 낫다. 남편에게 왜 화가 났는지 터놓고 말해보자.

예1) “당신이 가끔 냉장고를 열어 보고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상한 물건을 이야기 할 때마다 당신이 나를 알뜰하지 못한 여자로 생각할까봐 나는 불안하고 답답하다.”

예2) “어머님이 해주신 반찬 통을 꺼내며 무심코 하는 말이지만 나는 내가 만든 반찬에 자신이 없어지고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섭섭하다.”

등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그러나 내 감정을 잘 정리된 말로 이성적으로 표현하였더라도 상대방(자녀나 남편, 또는 기타의 인물)의 기분이 상하거나 감정이 고조되어 있을 때는 역효과를 내어 상대방이 자신의 행동을 고치려 하지 않으며 반발하는 식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 상대의 기분이 내 말을 들을 수 있는 상황인지 아닌 지를 배려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애숙/ 부모역할공부모임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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