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조 아카데미 원장, 중앙일보 자산리모델링 자문위원

MEDI GATE 금융칼럼니스트 unclejo@joins.com

시골에서 서울로 유학와서 모대학의 경영학과를 나온 미남총각 K군. 3년 정도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고 대학후배로 만난 L양과 결혼을 약속했으니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재테크의 내용은 간단했다.

월급 200만원 중에서 2/3정도를 저축하면 매월 130만원씩이 가능하다. 그렇게 3년을 모으면 5000만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만 되면 결혼자금은 물론 작지만 둘의 보금자리를 준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멋진 청사진이었다.

그러나 계획을 세우고 한두 달을 미루다 보니 생각지 않았던 복병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같이 입사한 친구들 몇 명이 자동차를 구입하더니 자랑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차에 대해서 전문가가 된 양 무슨 차가 어떻고 장단점을 들먹이기도 하고, 차를 타고 여가를 즐긴 것을 자랑하면서 불과 1∼2년 전 대학시절에 완행기차를 타고 MT를 다니던 생활은 올챙이 시절인 것처럼 말하곤 하는 것이다.

나도 차를 사야하나? 적잖이 고민이 되는 것이다. 과연 자동차의 소비 경제학은 이 K군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후 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무엇보다도 최우선 순위의 재무목표(?)로 자동차를 생각한다. 과연 자동차는 그럴 말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1500CC급의 자동차는 대개 차 값이 1200∼1500만원 정도이므로 평균 1350만원을 가정해보자.

자기 돈을 모아서 차를 사기보다는 대개의 사람들이 '자동차=할부'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100만원만 있으면 차를 할부로 뽑을 수 있는 현실적인 가능성으로 인해 등록, 취득세까지 합한 1500만원 중 200만원을 제외한 1300만원을 3년의 할부로 한다면 할부이자를 고려할 때 월 45∼50만원을 자동차 할부금으로 납입해야 한다.

여기에 자동차보험에 월 8∼10만원, 기타 소모품은 월 3∼5만원이 든다. 출퇴근과 주말 여가를 위해 운행하는 주행거리를 생각한 유류비는 1주에 500킬로미터일 때 5∼6만원 월로 하면 20∼25만원을 지출해야 하고, 차가 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주말 여가생활과 쇼핑은 20∼30만원 정도 잡는 것이 과다한 금액은 아닐 것이다. 이것을 합해보면 놀랍게도 96∼120만원을 자동차와 관련한 비용으로 지출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형차를 생각하면 그 비용은 20퍼센트 정도는 추가로 부담을 해야 한다. 웬만한 월급쟁이로는 이 정도의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부모의 지원이 있지 않은 경우 저축은커녕 파산이 멀지 않다고 보는 게 좋다.

그런데 월 96∼120만원을 3년간 저축이나 투자를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못해도 4천만∼5천만원의 돈을 마련할 수 있다.

반대로 3년이 지나 할부를 다 갚은 시점의 자동차는 이제 내 것이다 싶겠지만 원 구입가의 50퍼센트 이하로 그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어떻게 생각되시는가? 한국인이 평균적으로 집을 마련하는 데 7∼8년이 걸린다는 통계를 생각할 때 자동차 구입 대신 3년간 모은 돈 4∼5천만원은 얼마나 큰 금액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조금 더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몇 평 더 넓은 집을 준비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짜릿한 것이다. 더구나 집값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자산의 가치를 늘이는 재테크까지 가능하다면 더 좋은 일일 것이다.

집이 아니라 자녀교육이나, 노후를 생각해서라도 중요하고 필요한 것을 생각하는 관점에서 종자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자동차를 진짜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구입을 말리는 것은 아니다. 구입해야 하는 경우에도 좀더 다양한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는 뜻이다. 새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과 대체가 가능한 방법은 먼저 대중교통을 지금과 같이 계속 이용하는 경우다. 주말에 쇼핑을 위해서 자동차를 구입하는 경우라면 차라리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고 신차와 함께 중고차의 구입도 또 다른 대안으로 검토해봐야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자동차는 주택 다음으로 가계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큰 자산이다. 주택은 해가 갈수록 가치가 최소한 감소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엄청난 감가상각을 생각해보자. 자동차는 투자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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