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상담사 모임’, 10일 연대 성명 발표
온라인 게시판엔 연대 메시지 약 800개 모여

모임 첫 제안한 박도담 상담사
“성소수자 상담 통한 심리치유·회복만으론 부족...
상담실 밖에서 직접 목소리 내자는 상담사들 모여
앞으로도 다양한 연대활동 이어갈 것”

3월 11일 기준 763개의 연대 메시지가 모였다. ⓒ온라인 페이지 캡처
수백 명의 심리상담사들이 성소수자 차별 반대 메시지를 올린 온라인 공간. 3월 11일 오후 8시 기준 763개의 연대 메시지가 모였다. ⓒ온라인 페이지 캡처

심리상담사 600명이 최근 성소수자들의 잇따른 죽음을 추모하며 “이들의 자살은 개인적인 선택이 아닌,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모든 사회 구성원과 구조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할 사회적 타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상담사 모임’은 10일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최근 세상을 떠난 고(故) 극작가 이은용 씨, 인권활동가이자 정치인이었던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전 육군 하사를 추모하며 “인간의 고통을 치유하고 회복을 돕는 심리상담사로서 슬픔과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다양한 성소수자들은 학교, 군대, 직장, 가정 등의 일상에서 미묘한 형태에서부터 생존에 대한 위협까지 다양한 차별과 폭력을 끊임없이 겪고 있다”라며 “지속적인 차별과 폭력은 우울, 불안, 중독, 자해, 자살 충동 같은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상담실 밖의 사회에서 성소수자 분들과 연대하고자 한다”, “성소수자 차별 문제에 관심을 갖고 변화를 위해 계속 행동하겠다”며 “성소수자 분들에게 필요한 전문적 심리상담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각자의 가치관을 성찰하고 감수성과 역량을 증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결의했다. 

상담사들은 성소수자들과 연대하는 메시지를 온라인에 남길 수 있는 온라인 포스트잇 공간도 마련했다. 이틀 만에 메시지 200여 개가 모였고, 11일 오후 8시 기준 763개가 올라왔다. (https://bit.ly/3rBSCfV)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심리상담사 600명이 10일 발표한 성명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심리상담가 모임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심리상담사 600명이 10일 발표한 성명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상담사 모임

모임 첫 제안한 박도담 상담사
“성소수자 상담 통한 심리치유·회복만으론 부족...
상담실 밖에서 직접 목소리 내자는 상담사들 모여
앞으로도 다양한 연대활동 이어갈 것”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상담사 모임’을 결성한 박도담 상담사는 상담사들이 성소수자 상담 관련 고민을 나누고 연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모임 결성을 제안했다. 약 이틀 만에 130여 명의 상담사가 온라인 모임에 참여했다. 

2월25일 모임에서 최근 잇따른 트랜스젠더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성명서를 내자는 의견이 모였고, 3월7일부터 성명서를 작성했다. 8일 저녁 6시 시작된 서명운동은 10일까지 이틀간 진행됐다. 한국상담심리학회, 한국상담학회 등 소속 심리상담사 600명이 서명했다. 

박 상담사는 “성소수자들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사회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상담을 통해 성소수자와 함께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것이 연대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소수자) 본인이 이미 위기를 견딜 힘을 지니고 있다. 상담사는 그 힘을 함께 발견하는 작업을 한다”며 “상담사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사회적인 차원에서 확장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상담실 내에서의 심리적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상담실 밖에서도 직접 목소리를 내자는 분들이 많이 모였다는 것에 놀랍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상담사 모임’은 앞으로도 상담사들이 성소수자 상담 과정에서 서로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며 소통하는 시간, 성소수자 상담을 경험한 상담사가 진행하는 워크숍이나 강연, 실제 성소수자 상담을 진행하는 상담사들이 동료들에게 조언하는 수퍼비전 등 여러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박 상담사는 “함께할 의지가 있는 상담사들의 참여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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