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 ‘미디어를 위한 젠더 균형 가이드’ 발간
뉴스 속 정치경제사회 분야 전문가 멘트 찾아보기 어려워

BBC 홈페이지 캡처.
BBC 50:50 챌린지 홈페이지 화면 캡처.

뉴스에서 부동산 정책을 설명하고 주식 전망을 내놓는 경제 전문가는 대부분 남성이다. 경제 분야 권위자 대다수가 남성이기 때문일까? 이 질문에 언론 종사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여성 전문가는 별로 없다”, “여성 취재원은 미디어를 기피한다” 같은 잘못된 통념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계신문협회(WAN)가 성평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위민인뉴스(WIN: Women in News)는 ‘미디어를 위한 젠더 균형 가이드’를 통해 여성을 주목하고 취재의 중심에 두는 것은 언론으로서의 책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젠더 균형 개선에 필요한 구체적인 조치를 제안했다. 세계여성의 날인 3월 8일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이하 성평등위)가 이 가이드를 번역해 배포했다. 

WIN은 ‘젠더 균형에 대한 잘못된 통념’으로 “정치, 경제 등 중요 이슈를 다룰 수 있는 여성 전문가는 별로 없다”거나 “여성 취재원을 찾거나 연락하기가 쉽지 않다”는 편견이 있다고 꼽았다. 또한 “여성 취재원들은 미디어와 대화하는 것을 기피한다”거나 “편집자들은 항상 여성 전문가의 의견을 확실히 하기 위해 남성 전문가의 의견을 구한다”는 인식도 통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젠더 균형 개선에 필요한 조치로는 “여성의 목소리와 의견을 뉴스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전문가로서의 여성 취재원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 전문가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계속적으로 확장시키고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며 “여성 전문가가 참여하는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위해 블룸버그 등 일부 언론사는 미디어 출연 경험이 없는 여성 전문가들을 위해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스킬 교육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Bloomberge)는 New Voices initiative로 비즈니스와 금융 분야의 여성 전문가들에게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을 제공한다. 또한 2018년 모든 온라인과 방송 콘텐츠에 여성 취재원의 대표성을 높이라는 정책을 전사적으로 도입했다. 120개국에서 활동하는 2700명의 기자들과 분석가들은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각자 담당하는 분야의 여성 전문가들을 접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2018년 500명에서 시작해 현재는 2300명까지 늘어난 명단을 가지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기사 사진에 담긴 인물의 성별을 구분하는 머신러닝 소프트웨어 자넷봇 (JanetBot)을 도입해 편집자에게 홈페이지 사진 이미지의 남녀 비중을 알리고 여성이 등장하는 이미지를 늘리도록 독려했다. 또한 여성 독자의 참여 역시 독려하기 위한 도구로도 활용했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분석에 따르면 여성 독자들은 남성과 비교해 여성이 등장하는 이미지의 기사를 클릭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BBC는 자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전문가 성비를 '남녀동수'로 맞추기 위한 50:50 챌린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6년도 BBC의 로스 앳킨스(Ros Atkins) 앵커가 자신이 출연하는 방송 취재원들의 젠더 균형을 개선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그의 팀은 각 방송에 누가 출연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여성의 목소리가 잘 드러나지 않는 주제 영역과 이야기를 찾아냈다. 높은 자격을 갖춘 여성 취재원들로 네트워크도 확장했다. 그 결과 4개월 동안 방송에 등장한 여성 취재원은 29%에서 51%로 증가했다.

‘미디어를 위한 젠더 균형 가이드’ 자료 캡처.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8일 ‘미디어를 위한 젠더 균형 가이드’를 발표했다.  
‘미디어를 위한 젠더 균형 가이드’ 자료 캡처.
‘미디어를 위한 젠더 균형 가이드’ 자료.

‘미디어를 위한 젠더 균형 가이드’ 젠더 균형을 이루기 위한 방안을 위한 좌담에서 오예진 성평등위 위원은 “경제 분야는 여성전문가 코멘트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여성전문가를 의식적으로 접촉해서 언론에 노출되게 해야 하나? 전문가면 되지 왜 여성 전문가가 중요해? 라는 질문을 한다면 뭐라 답해야 하나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 위원은 “시각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근거를 댈 수 있겠지만 어찌 보면 ‘여자가 적으니까 여자의 비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단순히 접근할 필요도 있다”며 “여성가족부에 출입하면서 느끼게 된 것이 여성단체 인터뷰를 할 때도 많은데 언론 전담자가 없어서 응대가 미숙한 경우가 있다. 의식적으로 컨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성전문가를 기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지선 성평등위 위원도 “전문가 멘트가 많은데 그것이 다 남성이라는 게 놀랍다”며 “특별한 것에만 전문가 멘트만 있다면 몰라도 기사마다 전문가 멘트인데도 그렇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 중 정치, 경제, 사회는 전부 남자고 그나마 문화 정도만 여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9년 말 젠더데스크로서 한겨레 사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겨레 여성 전문가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제안했다”며 “적극적으로 ‘여성 전문가 풀’을 키우자는 것이다. ‘각자 휴대전화에 있는 단 한 명의 여성 전문가로부터 시작하자’고 DB 구축을 제안한 뒤 100여 명의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나서 정보 수집, 정리, 공유, 활용, DB 키우기 작업을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년 만에 DB는 정치, 경제, 문화, 해외까지 9개 분야 300여 명의 여성 전문가를 포함했고 현재도 잘 활용되고 있다”며 “DB는 한겨레 기자들 사이에 폐쇄형 공유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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