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성추행 의혹 제기되자 사과
활동 중단 5년만에 시집 출간

소설가 박범신 ⓒ뉴시스·여성신문
소설가 박범신 ⓒ뉴시스·여성신문

2016년 성추행 의혹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작가 박범신(75)이 5년 만에 문단에 복귀했다.

지난 8일 출판계에 따르면 박 작가의 시집 『구시렁 구시렁 일흔』(창이있는작가의집)이 지난달 20일 출간됐다. 희·노(努)·애(哀)·락(樂)·애(愛)·오(惡)·욕(欲)·그 너머·소설 등 9가지 주제에 140여 편의 시가 담겼다.

박 작가는 이 시집에서 “작가 이름 48년, 돌아보면 매 순간이 얼마나 생생한 나날이었던가”라며 “나는 살아 있는 유산균, 매일 캄캄한 추락 매일 환한 상승의 연속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바라노니 이제 사랑하는 당신들 곁에서 다만 ‘구시렁항아리’로서 깊고, 조용하고, 다정하고, 어여쁘게 늙어가고 싶다”(‘제목이야기’)고 책에 썼다. 

1973년 등단해 소설 『은교』 등으로 유명한 박 작가는 2016년 10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자, 사과한 뒤 공식 활동을 중단했다. 그해 10월23일 오전 작가는 트위터를 통해 “내 일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께 사과하고 싶어요. 인생-사람에 대한 지난 과오가 얼마나 많았을까, 아픈 회한이 날 사로잡고 있는 나날이에요. 더 이상의 논란으로 또 다른 분이 상처받는 일 없길 바라요. 내 가족~ 날 사랑해준 독자들께도 사과드려요”라고 밝혔다. 

박범신 작가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사과문. ⓒ박범신 트위터
박범신 작가가 2016년 성추행 논란 당시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사과문. ⓒ박범신 트위터 갈무리

앞서 그해 10월21일 박 작가와 수필집 작업을 했다는 전직 출판 편집자 A씨가 트위터에 폭로 글을 올리면서 성추행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A씨는 자신을 포함한 편집팀, 방송작가, 팬 2명 등 여성 7명과 가진 술자리에서 박 작가가 방송작가와 팬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고 편집장에게는 성적인 농담을 했다고 폭로했다. 

또 A씨는 박 작가가 영화 ‘은교’를 제작할 당시 주연배우인 김고은 씨와의 술자리에서 “섹스 경험이 있냐”고 물었다는 얘기도 했다고 전했다. 

성추행 피해자로 지목된 이들 중 일부는 피해를 받지 않았다며 항변하고 나서기도 했으나 박 작가는 사과 후 활동을 중단했다. 

당시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서는 박 작가와 비슷한 사례가 ‘#문단 내 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폭로되며 성폭력 피해 고발이 이어졌다. 

박 작가는 성추행 논란이 계속되자 그달 말 출간 예정이었던 장편소설 『유리』(은행나무)를 출간하려다 비판 여론으로 보류한 뒤 2018년 6월에 출간하기도 했다. 해당 작품은 2016년 3월부터 7월까지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연재했던 소설을 엮은 것이다. 성추행 논란 이후 쓴 작품은 사실상 이번 시집이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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